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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나는 잘못이 없다. 내 손으로 죽인 게 아니니까
대국민 선포 11 평화로운 나라 17 여배우 고혜나(29), 숨진 채 발견 30 입소 39 수감 1일 차 53 배우 데뷔 초읽기 62 수감 3일 차 67 소장 74 수감 5일 차 82 수감 7일 차 93 2장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자만이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HP엔터테인먼트 114 수감 10일 차 125 사망 1년 전 132 수감 11일 차 137 악플 방지 방안에 관한 포럼 143 첫 번째 레드볼 154 손목 팔찌 156 사망 8개월 전 161 백마를 살 돈이 있는 여자 171 수감 20일 차 174 농아 재활원 190 수감 26일 차 197 국가비상사태 201 두 번째 레드볼 206 사망 7개월 전 210 수감 30일 차 217 사망 6개월 전 223 수감 40일 차 232 사망 5개월 전 235 세 번째 레드볼 238 수감 51일 차 246 3장 잘못을 저지른 자는 교정을 받아야 한다 사망 4개월 전 257 네 번째 레드볼 263 후 아 유 272 사망 3개월 전 280 다섯 번째 레드볼 287 뒷조사 301 사망 2개월 전 304 수감 70일 차 313 사망 1개월 전 320 미래의 새싹 326 웃자고 한 소리 334 출소 한 달 후 345 마지막 레드볼 351 별이 빛나는 밤 355 Epilogue 365 |
KOHO,コ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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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찰칵 찰칵, 미친 듯이 눌러대는 셔터에 다소 까무잡잡하기로 소문난 유 대통령의 얼굴이 하얗게 분을 칠한 것처럼 번뜩였다. 환갑을 코앞에 둔 대통령은 백내장 초기에 노안까지 겹친 것치고는 제법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아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정면 카메라를 또렷이 응시했다.
찰칵 찰칵 찰칵…. “정부는 오늘 2024년 1월 1일 12시를 기점으로 인터넷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 p.16 “일찍 집에 가고 싶으신 분은 레드볼을 획득해야겠죠? 또 그러려면 함께 방을 쓰는 수감자들에게 상호평가에서 많은 공감지수를 얻으시면 되겠고요. 한마디로 추천수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 해 안 되시는 분 계십니까? 없으시면….” “저기요! 여기서 즉결처리라는 게 뭐죠?” 한 남자가 손을 들고 질문하자, 모여 앉은 죄수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즈, 즉결 처리라는 게 뭔지 알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즉시 처리한다는 거죠. 그것은… 차차 아시게 될 겁니다.” --- pp.60~61 어떻게 촬영을 마쳤는지도 모른다. 눈부신 조명 앞에서 디렉터가 원하는 대로 또 그동안 몸이 기억하는 대로 포즈를 잡으며 촬영을 한 것이 무려 네 시간이었고, 입은 옷은 총 열아홉 벌이었다. 그러는 동안 딱히 특정한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언제나 염두에는 오늘 뜬 기사에 달린 악플들이었다. 선배 연기자인 황민아는 아역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20년 차 배우였지만, 자신 역시 16살 때부터 연예계 물을 먹어 와서 십수 년 차인데 모를 리가 없다. 아까 본 악플들은 단지 자신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시기해서 단 게 아니라, 비난하기 위해 달았다는 것을. --- p.165 “악플 속에서 저는 창녀가 되었다가, 불효녀가 되었다가, 돈독에 오른 년이 되었다가, 가증스러운 광대가 되었다가, 관심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관종이 되기도 하죠.” --- p.311 “농담이고요.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왜 별보다 별똥별을 좋아할까요? 평소에 머리 위에 별들이 저렇게 지천으로 빛나는데 거들떠도 안 봐요. 그런데 별똥별이 떨어진다 하면 그렇게들 좋아해요. 나쁘죠.” “뭐가 나쁩니까.” “그 별은 죽으러 가는데. 사람들은 왜 죽으러 가는 별한테 소원을 빌어요? 명복을 빌어야지.” --- pp.339~340 “저기요. 아저씨? 저 청소년이에요. 모르셨어요? 나 아직 생일 안 지났는데.” --- p.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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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죽음과도 같은 고통 속에 몰아넣은 이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었.다. 악플에 시달리며 소중한 목숨을 잃은 이들이 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악플’을 주제로 하는 모 방송프로그램의 MC로 등장해 담담하게 자신을 이야기했던 설리를 기억할 것이다. 또한 두 아이의 엄마로 화려하게 드라마에 복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국민 여배우 최진실도 생각날 것이다. 이 두 사람 말고도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이 책에서 그들은 10대 학생, 20대 청년, 중년 여성?남성에 이르기까지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자 우리 주변의 이웃이다. 작가는 이들의 민낯을 ‘수용소 수감’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사회적 심각성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수용소 안에서는 복수성이 짙은 단순 ‘처벌’이 아닌, 피해자가 생전에 겪었던 용서와 응징 사이의 고뇌를 조명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그럴 수도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사실 이 순간에도 나는 손가락 하나로 한 생명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최근 네이버에서는 문장 맥락까지 고려해 모욕적인 표현을 가려내는 AI 클린봇을 구축했다. 이렇게 악성 댓글 노출을 막는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는 가운데, 이 소설은 악플로 물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촉매제로 자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