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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부딪히는 용감한 시인의 노력] 미국 여성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 시집. 페미니스트, 싱글맘, 유대인으로서 시인은 자신을, 사회를, 세계를 되묻는다. 그의 시엔 끝없이 세상에 부딪혀온 이들의 나날이 담겨있다. 그가 적어놓은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라는 시행처럼. - 소설시M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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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서들
가면으로서의 시 나는 너에게 무엇을 주지? 위반 짚신벌레의 결합 무라노의 쓰레기더미 단서들 우리 시대에 이중의 대화: 여섯 개의 계율 선구자들 난교 새벽 한시의 전복 장미들 사이에 내가 보는 것 그 불변의 법칙을 믿는 일 노래 오늘날의 니오베 노래 공기 선물 치아파스로부터의 울음 전쟁이 내 방으로 들어온다 삼각주의 시 나선과 푸가 아네모네 장미를 위한 투쟁 내 아들에게 시 자살의 힘 겉모습 ‘퍽 페어’에서 들은 곡 아직 오지 않은 다가오는 파도의 풍경 세르주강의 노래 연주하는 벙크 존슨 식인 브라투샤 전쟁에서 무얼 갖고 집에 오신 거예요? 한 달 그들이 뭐라고 하느냐면 도로 한복판에 놓인 작은 돌멩이 하나, 플로리다에서 푸른 꽃 시장 여인 끝없는 2 게임들 학교의 뒤편 산: 브라이언트에서 본 날아가는 붉은 말 3 아우터 뱅크스 4 삶들 아키바 케테 콜비츠 5 어둠의 속도 옮긴이의 말 |
Muriel Rukey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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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대전의 첫 번째 세기에 살았다.
매일 아침이 거의 미쳐 있었다. 신문들이 부주의한 기사를 싣고 도착했고,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져 나온 뉴스 사이사이엔 미지의 사람들에게 상품을 팔려는 광고가 끼어 있었다. 나는 다른 기계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들은 비슷한 이유로 거의 미쳐 있었다. 천천히 나는 펜과 종이를 쥐고 보이지 않는, 태어나지 않은 타인들을 위한 시를 지었다. 낮 동안에는 남자들과 여자들을 떠올렸다. 광막한 거리를 가로지르는 신호를 보내고, 이름 없는 삶의 방식과 거의 상상해보지 못한 가치들을 생각해본 용감한 이들을. 빛이 저물고, 밤의 빛이 밝아지면. 우리는 그들을 상상하려, 서로를 발견하려 애썼다. 평화를 짓기 위해, 사랑을 나누기 위해, 깨어남을 잠듦과, 우리 자신을 서로와, 우리 자신을 우리 자신과 화해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법이라도 시도했다. 우리 자신의 경계에 닿기 위해, 우리 자신의 경계 너머에 닿기 위해, 그 방법들을 내려놓기 위해, 깨어나기 위해. 나는 이 전쟁들의 첫 번째 세기에 살았다. --- 「시」 전쟁에서 집으로 무엇을 가지고 오신 거예요, 아버지? 흉터. 우리는 저 멀리 외국에서 싸웠단다. 우리는 알고 있었지, 고국엔 반드시 승리가 있으리라는 걸. 하지만 여기서 내가 보는 거라고는 아는 사람들에 대한 시간의 심판뿐. 공인(公人)들은 모두 소리치지. 폭탄이여 와라, 와서 태워라 우리의 증오를. 나는 폭발을 원하지 않아. 해결을 원할 뿐. 이것은 죽은 사람들의 말이란다. 그들은 평화라고 말했지. 나는 우리 세기의 뜨거운 빛 속에서 보았다. 살해당한 모든 얼굴을. --- 「전쟁에서 무얼 갖고 집에 오신 거예요?」 3 전쟁 사이에 갇혀, 본다 그들 모두를 이 모든 이들을 방직공들을, 카르마뇰**을 바라본다 그들 모두를 죽음을, 아이들을 대기실의 환자들을 기근을 거리를 어두운 강 위를 떠다니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체를 한 여자가 본다 그 폭력을, 수그러들지 않는 알몸의 움직임을 ‘아니오’라는 고백을 위대한 연약함의 고백을, 전쟁을, 모두가 흘러 한 아들, 피터의 죽음으로, 살아남은 아들에게로, 반복적으로 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로, 그들의 손자 또 다른 전쟁에서 죽은 또 다른 피터에게로, 폭풍처럼 번지는 불로 어둠과 빛, 두 개의 손처럼, 이 극과 저 극이 마치 두 개의 문처럼.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 케테 콜비츠는 독일 프롤레타리아 회화의 선구자로, 노동자의 생활을 회화와 판화로 표현했다. ** 카르마뇰은 프랑스혁명 당시 민중들이 광장에서 춘 춤. --- 「케테 콜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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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얼 루카이저(Muriel Rukeyser, 1913-1980)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 시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라는 시행을 통해서.
뜨겁게 몰아쳤던 국내외 미투운동 한복판에서 가장, 자주 소환되었던 이 문장. 바로 미국 여성시인 뮤리얼 루카이저의 시 「케테 콜비츠」의 한 대목이다.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에게 헌정한 이 시의 저자가 바로 뮤리얼 루카이저다. 뮤리얼 루카이저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시 짓고 극본 쓰고 번역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싱글맘이었고 미국에 사는 유대인이었다. 그는 열렬한 사회운동가이기도 해서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스캇츠보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썼고, 국제노동변호인단(International Labor Defense, ILD)의 일원으로서 이민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인 사코 앤 반제티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 그를 변호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고, 1936년 나치 정권 아래서 열린 베를린하계올림픽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개최된 ‘인민의 올림피아드’(People’s Olympiad)에 대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스페인내전이 터졌을 때는 스페인으로 달려갔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라 불린 헉스 네스트(Hawk??s Nest) 사건이 터졌을 때는 연작시 「죽음의 서」를 발표했으며, 김지하 시인이 유신독재 아래서 구속되자 그의 석방을 기원하며 한국을 방문하는 등, 흑인, 이민자, 산업재해 피해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편에 서서 살았고 또 시를 썼다. 쎈 언니, 그래서 쉬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루카이저는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 어린이, 시인들에게는 늘 다정한 사람이었다. 또 뜨겁게 살다, 불꽃처럼 삶을 마친 여성시인들에 대해선 한없는 애정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시 「케테 콜비츠」, 그리고 서른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실비아 플라스가 죽은 해에 쓴 시 「자살의 힘」. “창턱 화분의 꽃이 내게 말한다 / 초록 테두리의 빨간 이파리 언어로. / 꽃 꽃 꽃 꽃 / 오늘, 모든 죽은 이를 위해 꽃으로 피어나라. / 1963.” 그가 죽은 1963년을 늘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어둠의 속도』엔 한 여성이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세계와 부딪혀온 날들이 녹아 있다. 그는 자신이 “추방되”었다고, “찢겨졌”다고 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가면이 없기를! 더 이상의 신화는 없기를!” 공들여 기원한다. 시 쓰는 일이 날것의 행위여야 한다는 믿음에 기대, 우리에게 새로운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거나, 우리 “경험의 그 깊은 리듬을” 믿으라고 속삭이거나, 굴레 속에서도 빛나며 살아남는 일들을 기록하거나, 아버지 없이 태어난 아이에게 온 우주가 아이의 근원임을 노래해준다. 이 시집엔 모두가 부서졌다고 말한 작고 큰 세계를 평화와 사랑의 힘으로 재건해보려는 시인의 노력이 담겨 있다. ― 박선아(옮긴이) 무릇, 시인은 잘 듣는 사람, 타인들의 삶에 다정히 말을 거는 사람이다. 그 정의에 참 잘 어울리는 사람, 루카이저의 시집 『어둠의 속도』에는 그런 시들로 가득하다. 또 뮤리얼 루카이저, 『어둠의 속도』는 시인의 자리, 시의 자리를 찬찬히 되묻는다. 옮긴이 박선아 역시, 번역하는 내내, 사회에서의 자신의 자리, 번역하는 자신의 자리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한편, 이 시집은 루카이저 못지않게 다정하고 용감한 한국 여성작가에 의해 한줄 한줄, 한문장 한문장 사려 깊게 살펴지고 다듬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