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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핀컬스틴의 5인―11
어머니가 해준 말들―51
그 시대―57
라크 스트리트―93
그런 병원―117
지머랜드―145
프라이데이 블랙―177
사자와 거미―195
빛을 뱉다―217
아이스킹이 들려주는, 재킷을 파는 방법―251
쇼핑몰에서―269
섬광을 뚫고―281

옮긴이의 글―327

저자 소개 2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관심작가 알림신청
 

Nana Kwame Adjei-Brenyah

뉴욕 스프링벨리에서 자랐으며 브롱크스에 살고 있다. 전미도서재단이 선정한 ‘35세 이하 젊은 작가 5인’에 선정되었다. 데뷔 단편집 『프라이데이 블랙』은 전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팬/진 스타인 도서상과 윌리엄 사로얀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 소설인 『체인 갱 올스타전』은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로 지목되었으며, 워터스톤 데뷔 소설상, 로커스 데뷔 소설상을 비롯한 유수의 상 후보에 올랐다. 『체인 갱 올스타전』은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유력 언론이 꼽은 올해의 최고 도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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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미국식 결혼』 『사랑의 역사』 『어두운 숲』 『거지 소녀』 『곰』 『프라이데이 블랙』 『아일린』 『내 휴식과 이완의 해』 『그녀 손안의 죽음』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 『안데르센 교수의 밤』 『에논』 『친구 사이』 『불륜』 『존 치버의 편지』 『어떤 날들』 『그의 옛 연인』 『여름의 끝』 『칠드런 액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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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384g | 133*200*30mm
ISBN13
9791196914868

책 속으로

“난 네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처신을 잘하는 법을 배워야 해.” 아버지는 그가 아주 어렸을 때 그렇게 말했다. 이매뉴얼은 긴 나눗셈을 배우기도 전에 자신의 흑색도를 조절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화가 날 때 웃었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 소곤거렸다.
--- p.17

그는 고함치고 소리 지르고 방망이를 땅에 내리치면서, 이번만은 진정한 본모습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예상하는 행동을 그대로 실현하면서. 앞에 있는 커플의 비명. 그 두려움의 정직함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고 느꼈다.
--- p.45

그 순간, 마지막 생각과 함께, 세상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마지막 감정들과 함께, 이매뉴얼은 자신의 흑색도가 서서히 내려가다 완전한 무로, 0.0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느꼈다.
--- p.49

사실 땅바라기들은 누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며, 단지 사람들에게 자기는 쓸모없는 땅바라기가 아니라는 당당함을 안겨줄 뿐이다.
--- p.67~68

“괜찮아.” 레슬리가 말한다. 예전 사람들이 그랬듯이, 레슬리가 늘 그렇듯이. 그리고 나는 레슬리의 거짓말을 들으니 행복하다.
--- p.90

나는 내가 한 짓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나면 거인이 된 기분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 말을 하고 나니 허약하고 멍청하고 겁에 질린 기분이 들었다.
--- p.112

그녀는 가능하다면 이 모든 게 조금이라도 덜 끔찍한 일이 되게 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리 애써도 그녀가 정확히 어떤 기분이었는지 절대로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아마 이게 다일 거라고, 세상의 종말은 아닐 거라고 느끼게 해주었다.
--- p.114

나는 마침내 글쓰기를 시도했다. 나는 글을 끄적거리며 뼛속에서 불길이 이는 자유로운 느낌을 음미했다. 내게 통제권이 있고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으로 이동된 채.
--- p.120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더 많은 혀를, 경험할 수 있는 더 많은 새로운 세상을, 내가 속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더 큰 힘을 갈구했다.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아주 외로웠다.
--- p.131

마룻바닥의 구멍 세 개가 열리고 각기 다른 받침대 세 개가 솟아 나온다. 받침대 A에는 경찰이나 가족, 그 외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는 홀로그램 전화기가 있다. 받침대 B에는 총이 있다. (진짜 총과 소리와 모양이 똑같은 비비탄 총이다.) 받침대 C에는 아무것도 없다. 터프가이 고객을 위해 마련한 선택지다. 거의 모든 고객이 (내가 그 모듈에서 일하는 동안 84퍼센트가) 받침대 B에 놓인 총을 집는다.
--- p.150

그가 내게 권총을 겨눈다. 나는 배역을 상기한다. 너를 알지 못하고 네가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의 손에 네 목숨이 달려 있다.
--- p.153

나는 조용히 죽어 있다. 눈을 뜬 채로 하늘을, 고객의 눈을, 그의 인간성을 똑바로 응시한다.
--- p.154

80명쯤 되는 사람들이 서로 쥐어뜯으며 한데 떠밀려 우르르 몰려온다. 진열대와 서로의 몸을 밀쳐가며. 화재나 총격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을 본 일이 있는지? 딱 그런 식인데, 두려움은 덜하고 갈망이 더 강하다는 점만 다르다.
--- p.182

저게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야, 그녀가 말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날 좋아할 거야.
--- p.194

“야, 넌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눌러앉으면 안 돼.”
케이토가 세탁기 두 대에 눌린 날, 나 역시 그 무엇보다 그곳을 나가고 싶었다.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알았다면, 내가 버는 시급 10달러 10센트가 절실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일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 p.204

“당해도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네 마음 알아. 하지만 네가 누려야 마땅한 것도 있잖아. 넌 네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넌 죽지 않았어.”
--- p.244

루프의 사이클 만료 후 비대칭적 기억 보유, 그것이 이케가 우리에게 설명해준 최초의 변칙 현상이었다. 풀이하자면, 우리가 똑같은 하루를 계속 반복해서 살고 있는데,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이를 자각하게 되었고, 그 자각까지 걸린 시간은 사람마다 달랐다는 뜻이다. 굉장히 두려운 일이었다. 무한한 시간의 덫에 갇혀 있음을 깨달았는데, 그런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 p.294

오래도록 우리는 몸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루프가 끊긴다면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미래 세대가 보고 알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손으로 작은 하트 모양을 만들기도 했고 때로는 우리 모두 서로를 껴안기도 했다. 모든 것을 끝장 낸 전쟁을 통과해 살아간 우리에게도 사랑은 중요했다고 미래 세대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 p.322~323

딱 한 번 일어났으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사건. 우리 모두 그 광경을 너무 여러 번 봤지만, 그래도 나는 운다. (…) 세계의 파멸도 끝은 아니다.

--- p.323

출판사 리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019 펜/진 스타인 상 수상작
전미도서재단이 선정한 ‘젊은 작가 5인’

이 참혹한 세계를 응시하고 견뎌내기 위하여
우리 시대의 폭력과 차별, 혐오를 건너는 이야기들


나는 조용히 죽어 있다.
눈을 뜬 채로 하늘을, 고객의 눈을,
그의 인간성을 똑바로 응시한다.
-「지머랜드」에서

『프라이데이 블랙』의 많은 소설들은 폭력과 차별이 일상화된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흑인스러움’을 나타내는 지표인 ‘흑색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세계를 그린 「핀컬스틴의 5인」에서 주인공은 흑색도를 낮춤으로써 위험하지 않은 흑인, 번듯한 흑인임을 증명하려 하지만 늘 익숙한 차별에 부딪힌다. 그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혹하게 살해된 다섯 아이들과 그들의 죽음에 응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사법제도의 잔인한 부조리를 지켜보며, 무차별적으로 백인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폭력 행위에 가담하게 된다.

「그 시대」에서는 유전자에 따라 인간을 서열화하고 차별하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날 때부터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는 주인공은 ‘유쾌’ 주사를 주입받으며 주류에 남아 있고자 발버둥 치지만 결국 ‘땅바라기’라 불리는 낙오된 자들의 무리로 전락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곳에서 사랑을, 인간적인 행복을 발견한다. 거리를 배회하는 흑인을 쏴 죽이는 행위를 ‘정의 실현’ 역할 게임으로 구성해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시뮬레이션 테마파크를 다룬 「지머랜드」는 혐오가 오락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살해당하는 흑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은 그곳을 바꿔보려고 노력해보지만, 더 많은 돈과 더 자극적인 오락을 원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다. 소설은 그 잔혹한 오락을 지켜보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끝나면서 폭력을 대물림하지 않을 우리 세대의 의무를 지적한다. 「섬광을 뚫고」는 원자폭탄이 터진 절멸의 하루를 영원히 반복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풍자하는 작품들도 있다. 작가는 쇼핑몰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탐욕스럽게 자본주의적 욕망을 좇으며 동시에 그 욕망에 허겁지겁 내몰리는 사람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광풍에 휩쓸린 사람들을 마치 좀비와 같은 존재로 묘사한 「프라이데이 블랙」에서 사람들은 비싼 물건이 사람들의 주목, 애정, 행복 등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리라 믿고 인간이 아닌 존재, 인간성을 잃은 존재가 되어 아귀처럼 다툰다. 「아이스킹이 들려주는, 재킷을 파는 방법」, 「쇼핑몰에서」는 판타지 요소가 없이 현실을 현미경처럼 훑어내는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에서 ‘판매 왕’인 주인공들은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풍경을 때로는 경쾌한 풍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애잔한 눈길로 바라본다. 숫자만이 전부인 곳, “영영 이곳에 처박힌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노동의 현장에서 주인공들은 “행복을 움켜잡”으려 애쓰며, “보잘것없는 일로 밥벌이를 하더라도 누군가를 진짜로 도울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그러지 않으면 죽음만이 남는다고 절박하게 되뇐다.

그 밖에도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곤궁한 삶을 그리며 그 척박함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애틋한 마음들을 그린 「어머니가 해준 말들」, 삶의 기반이 취약한 가난한 청년들의 노동 현실과 빈곤이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은 십 대 흑인 소년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사자와 거미」, 낙태당한 아이들이 나타난다는 설정을 통해 여자친구의 임신중지로 인한 한 청년의 죄의식과 내적 갈등을 다룬 「라크 스트리트」, 글감이 될 만하게 현실을 바꿀 수 있게 된 한 젊은이를 통해 글쓰기의 고뇌와 윤리에 대한 성찰을 그린 독특한 판타지인 「그런 병원」, 총기 난사범과 그 피해자의 영혼이 만나 또 다른 ‘비호감 외톨이’를 돕는 이야기인 「빛을 뱉다」 등, 아제-브레냐는 소설집 내내 형식과 주제, 모두 면에서 다양하고 독창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그래도 우리는 적어도 외롭지는 않으니까.”
절망적 세계에서 움켜쥐는 사랑과 희망


아제-브레냐가 그리는 디스토피아와 공포의 세계는 초현실적이지만 구체적인 사건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실에 붙박은 것이기도 하다. 길거리를 걷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는 흑인들, 무리 서열에 따른 집단 따돌림이 있고 총기 난사가 벌어지기도 하는 학교,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추동하는 탐욕을 집약해 보여주는 쇼핑몰과 그곳의 노동자들, 고단한 육체노동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빈곤의 풍경 등은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다급하게 당면한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이 무시무시한 판타지 소설들은 무엇보다 우리 삶의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아제-브레냐는 우리 세계를 채운 폭력을 똑바로 응시하라고만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누군가의 죽음에 무감해지고, 더없이 천박하고 잔혹한 세상을 그려 보이는 이 작품들은 그 결론으로 희망을 움켜잡는다. 설령 우리의 시대가 완전한 폐허가 된다고 해도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과 악은 다르다고 믿을 만큼 바보스러운 사람들”이 있고, “우리에게도 사랑은 중요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날선 눈길로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던 아제-브레냐의 이야기들은 마치 그 현실은 모른다는 듯이 순진해 보일 정도로 말한다. 누군가가 함께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고, 서로를 사랑하는 “강함 더하기 부드러움” 때문에 계속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추천평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 [피플]
“빠르게 읽히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다.” - [엘르]
“다크한 유머와 통찰력으로 미국에서 젊은 흑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파고든다. 이 풍자적인 이야기는 잔혹할 만큼 정직하게 폭력, 불평등 그리고 만연한 소비지상주의에 태클을 건다.” - [시카고 트리뷴]
“이 이야기들은 흥분이고 경이이다. 기괴하고, 격렬하고, 절박하며, 재미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부패, 감정 없는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분투하는 인간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고전적이기까지 하다. 걷잡을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아제-브레냐는 결연하고 진실하며 세상을 축복받은 동시에 저주받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 화자들을 통해 이 통렬한 이야기들을 대단히 매력적인 것으로 완성시켰다.” - 조지 손더스 (2017년 부커상 수상)
“이 책은 행동을 향한 촉구이며, 매서운 비난이다. 이 걸출한 소설집의 문장들은 당신을 아프게 할 것이고, 동시에 당신에게 희망을 요구할 것이다. 이 책을 읽어라. 각 이야기가 품고 있는 지성이 차별주의, 자본주의, 안일주의 그리고 그것들 간의 은밀한 영향력을 드러내는 모습에 감탄하라.” - 록산 게이
“아제-브레냐는 예상을 부수어버리는 이야기들로 작은 우주를 만들어, 좌절당한 삶들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작가이다.” - 버나딘 에바리스토 (2019년 흑인 여성 최초 부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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