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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작가의 말
1장 그래도 우리는 행복한 가족 014 담담하고 심심한 가족의 맛 《녹차의 맛》 022 그만들 하고 밥 먹자 《고령화 가족》 030 긴 끈에 묶여 헤맬 자유 《길버트 그레이프》 038 지금 사랑하며 살고 있나요? 《아이 엠 샘》 046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패밀리 맨》 2장 엄마, 그 눈물겨운 이름 056 왜냐하면 엄마라서 《마요네즈》 064 진작 얘기했어야지, 원하는 걸 제대로 말했어야지 《한나》 072 빛바랜 사진첩 속의 동화 《인어공주》 080 엄마는 힘이 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3장 새로운 가족의 탄생 090 선녀들의 한복집 《가족의 탄생》 098 고맙습니다, 모두 다요 《어느 가족》 106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가족이 되기까지》 114 슈퍼맨은 어디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122 쇼윈도 가족의 모델하우스 《수상한 가족》 4장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별 132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아무르》 140 가족이라는 인연의 무게 《바라나시》 5장 가족의 와해 혹은 화해 150 서로의 신호를 수신하지 못하면 《크레이머 vs. 크레이머》 158 세상이 개똥같을 때, 신발보다 더 더러울 때 《가버나움》 166 주워 담지 못한 말들과 부치지 않은 편지 《이장》 174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랴 《토니 에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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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20-09-17
너무나 진부한 말이지만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어, "당신네 책 중 하나만 추천해 봐" 이런 말을 들으면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데 이 코너에 이런 글을 쓰다니...
그건 아마도 이 책이 "가족"에 대한 책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편집하는 내내, 영화 속 가족의 이야기인데 내 얘기인 것도 같고, 내 친구의 얘기, 내가 아는 아무개의 얘기인 거 같아서 울컥, 하기도 피식, 하기도 했습니다.
본 영화도 있고, 모르던 영화도 있었습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꼭지를 읽으며, 익숙한 솜씨로 "모닝빵"을 구우며 아들과 눈길을 나누던 더스틴 호프먼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엔 딱 그만큼만 이해했던 것이겠지요. 부부 관계니 부와 자, 모와 자의 관계, 가족이라는, 아마도 인간사 가장 중요할 관계의 의미를 알기에는 좀 어렸던 시절이었습니다.^^
스무 편의 영화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 중요한 관계의 의미를 그때보다는 좀 더 알게 되었나 싶습니다. 물론 질문이 어렵기는 합니다만... 가족이 없는 사람은 있겠지만, 가족이 없었던 사람은 없겠지요. 여러분 모두의 가족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족이란 뭘까, 라는 질문에 어떤 답이 나오든 그 답 안에서 아주 작더라도 행복한 마음을 찾아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너무너무 행복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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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 헤매었으나 끝내 어디로도 떠나지 못했다. 집으로 다시 터벅터벅 돌아갈 때면 머릿속에서는 이런 말이 울리곤 했다. 긴 끈에 묶여 헤맬 자유, 어둠 속에서. 끈은 얼마든지 길어도 좋았다. 마음껏 질주하며 잠시 자유롭다고 착각할 만큼 길어도 좋았다. 하지만 그 끈을 끊어내지는 못했다. 그 끈을 끊어낼 수는 없었다. 나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실타래를 감듯 길을 되감으며 집으로 갔다.
--- p.32 한 계단만 내려가면 그곳에 우울이며 슬픔, 후회와 원망 같은 어두운 마음들이 모여 있다는 걸 알고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지만 끝내 그 문을 열지 않고 돌아 나온다. 그 문을 여는 순간 거기에 빨려 들어갈 테니까. 살겠다고. 그래서 그것은 체념이거나 지혜이며, 동시에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살아야 하니까. --- p.69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했던가. 하지만 엄마는 더 사랑하기 때문에 강하다. 엄마는 힘이 세다. 여전히 아침마다 쫓아다니며 밥을 챙겨 먹인다. --- p.80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떠나고 혼자 남았어도, 어디론가 훌훌 날아가지 못했어도, 누군가 내 발목을 잡았어도, 때로 그곳에서 다시 가족은 탄생한다. 외로움에 비틀거리고 낯선 곳을 헤매더라도 길을 포기하지 않을 때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가족을 선택하고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가족은 그렇게 탄생한다. 서로 길을 잃고 헤매던 사람들이 어느 갈림길에서 만나 가족이 된다. --- p.95 그때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 필요하다. 내가 잃어버린 나를 대신해서 내가 되어줄 사람. 내가 통제할 수 없게 된 몸을 움직여주고 내가 잃어버린 생각을 읽어줄 사람. 마지막까지 가까스로 나일 수 있게 도와줄 사람. 사랑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 p.135 아버지가 마당에 꽃이 피었다는 메시지를 딸들에게 써놓고도 전송 버튼을 끝내 누르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 내뱉지 말았어야 했던 수많은 말들의 기억이 스스로도 민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을 끌어안고 살았던 신줏단지 속에 사실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는 걸 아버지도 언젠가부터 의심했을지 모른다. --- p.171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는 마른 꽃처럼 퇴색하며 바스러진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 이제 와서 떠올려보는 청춘의 문장처럼, 마른 꽃의 향기를 맡는 것처럼 부질없다. 그러나 비록 꽃처럼 피지는 못했더라도 꽃처럼 지지는 못하더라도, 한때의 찬란했던 기억들은 마른 꽃처럼 세월을 견디고 우리는 그것으로 인생을 견딘다. --- p.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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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대체 뭘까
이렇게나 오만가지 상념을 일으킬 수가 있나 싶은 단어들이 있다. ‘가족’도 틀림없이 그 하나이다. 그래서 가족에 관해서 물을 때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하기보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족이란 대체 뭘까”라고 해야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가족’은 그래서 이야기의 좋은 소재가 된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가족을 다룬 영화가 아주 많다. 『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눈물겨운』은 가족을 다룬 영화를 읽은 책이다. 스무 해 가까이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전문 번역가 강수정이 역자가 아닌 저자로, 가족이란 대체 뭘까를 묻는다. 어쩌면 그래서 가족이 궁금해서 “필통은 잊어버리고 가도 열쇠는 챙겨야 했”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쓸쓸하고 붙임성 없이 자랐”고, “관계에 대해, 가족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어른이 되었다.” “가족에 대해서 잘 모”르고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아이는 “가족 영화에 대한 글까지 쓰게 되었다”(작가의 말 중에서). 어쩌면 그래서 가족이 궁금해서. 세상 거의 모든 가족의 이야기 “지옥 같은 세상에서 뒹굴”다 “부모가 더는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한(p.162) 아이의 이야기가 있다. “같이 지내던 방을 아내의 관으로 봉인하고 떠”난(p.137) 남편의 이야기도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도둑질을 해야 했”던, “가족이라는 관계를 도둑질했”던 작고 외로웠던 이들의 이야기가(p.102) 있다. “딸이 쏟아낸 비수 같은 말들을 가슴에 담은 채 웃으며 떠”나는(p.61) 엄마의 이야기도. 이것들은 모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는 세상 거의 모든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가깝고도 멀고 가까워서 먼, 영영 멀어지기도 하는, 멀지만 가까워진, 결국 가장 가까워 그래도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아프고 못나면 더 품게 되는 게 가족이라서. 때로 지긋지긋하다고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눈물겨운 게 가족이라서”(p.35) 서로의 곁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 부디 모두 행복하기를 이렇게 세상의 모든 가족은 알만한 이유로 혹은 알지 못할 이유로, 행복하거나 혹은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저자와 함께 소망하게 될 것이다. “찻잔을 손으로 감싸 쥐고 툇마루에 나와 앉아 멍하니 새소리를” 들으며 “그저 함께 모여 차를 마시는 것으로 충분한”(p.18) 가족의 일상을. “단연코 평범한 가족의 일상”(p.19)을. 그 일상 속에서 부디 모두 행복하기를. 때로는 한 편보다 한 줄, ‘한줄도좋다’ 시리즈 『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눈물겨운』은 ‘한줄도좋다’ 시리즈의 6권이다. ‘한줄도좋다’는 다양한 예술이 전하는 한 줄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보는 에세이 시리즈로, 보고 듣던 한 편의 예술작품을 한 줄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