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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ro Asada ,あさだ じろう,淺田 次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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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호텔 창에 겨울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나는 방에 갖추어진 작가 전용 책상에서 <애수의 베네치아>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이리의 황혼> 시리즈의 대히트로 야쿠자 작가로 낙인 찍힌 내가, 정체성의 회복을 노리고 쓰기 시작한 연애 소설이다. 유럽에서 유학 중인 여자 바이올리니스트가 옛 애인이었던 신문사 특파원과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의 불 지옥에 빠져든다는 이야기다.
원고의 반은 이미 대일본웅변사의 편집자에게 넘겼다. 반이라고는 하지만 500매 분량이라 앞부분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이미 손을 대기도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야쿠자도 나오지 않고, 총성도 들리지 않으며 내 십팔번인 법의학적 용어를 구사한 노골적인 섹스 신도 없다. 고금의 연애 소설 분위기를 충실히 자아내면서, 이야기는 심한 갈등도 없이 그냥 슬프고 아름답게 차근차근 진행된다. 며칠 후, 담당 편집자가 호텔로 달려와서 이제 슬슬 마피아가 나오겠죠, 하고 묻길래 그 자리에서 어퍼컷을 날리고 헤드 드롭으로 벌을 주었다. 클라이맥스 신은 바이올리니스트와 신문 기자가 노을을 배경으로 곤돌라를 타고, 노을에 물든 '한숨의 다리' 아래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것이다. 낡은 호텔의 창갈 불어 가는 겨울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연인들을 태워 주는 황홀한 뱃사공이 되어 있었다. 전화 벨이 울렸다. 나는 저주의 고함을 지르면서 원고지를 집어던지고, 벽에 열 번 머리를 박고 난 다음 수화기를 들었다. 프런트 맨은 도저히 욕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화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일본웅변사의 오기와라님이 오셨습니다." 나는 조용한 바리톤 음성으로 대답했다. "아, 그래요.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로비에서 기다리라고 해 주세요." --- p.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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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최고의 이야기꾼, 아사다 지로가 작가로서 인정을 받으며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될 수 있었던 <프리즌 호텔>은 <본편>, <가을 이야기>, <겨울 이야기>, <봄 이야기>,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계절마다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각 권마다 희망과 사랑과 따뜻함이 가득 배어 있어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좋은 이야기들이다.
대체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꽃피울 기회를 갖지 못했거나 그 사회의 시스템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을 언터쳐블이라 한다. 함부로 접해서는 안 될 위험한 에너지를 잔뜩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런 언터쳐블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프리즌 호텔, 이름하여 감옥 호텔이라는 장소를 설정했다. 거기에 야쿠자를 친척으로 둔 삐딱한 성격의 소설가 기토코노스케아가 찾아들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또 그 곳에는 호텔 사업 실패로 가족과 동반 자살한 전 호텔 사장의원령, 정년 퇴직한 대기업 이사 출신의 노부부, 야쿠자, 가족 동반 자살을 꾀하려는 중소 기업 사장, 현상 수배범, 살인범, 경찰, 추락한 아이돌 가수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수많은 에피소드의 실을 자아낸다. 사회적 존재로서 그들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도 좋을, 또는 이미 들어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마저 자신의 삶을 꽃피울 수 있는 토포스는 없을까 하고 꿈꾼다. 그래서 수국꽃을 가득 피운 온천 거리의 산골짜기 한적한 곳에 감옥 호텔을 등장시킨 것이다. 수국은 너무 자그만 꽃들이 하나하나 피어서 커다란 한 송이 꽃을 만들어 낸다. 작은 꽃 하나하나가 있을 뿐 수국이란 실체의 거대한 꽃은 없다. 수국이 여기 있기 위해서는 그 작은 꽃 하나하나를 모두 피워야 하는데 작가는 그 감옥 호텔에 모여든 사람들을 인정이라는 그물을 펼쳐서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그 언터쳐블들은 묘하게도 인정의 그물에 걸려들면서 무겁고 오래된 가슴의 상처를 치유하고, 작은 꽃으로 피어난다. 아사다 지로, 그는 그야말로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삐딱이' 같은 눈을 통하여 '수국=감옥'호텔을 찾아드는 사람들의 인생을 유머 가득한 문체로 보고하는 최고의 이야기꾼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