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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절 · 7
달빛 · 14 행복 · 21 어떤 정염 · 32 초상화 · 46 머리채 · 54 어린 병사 · 67 회한 · 79 소작인 · 89 미쓰 해리엇 · 102 의자 수선하는 여인 · 137 미망인 · 150 사랑 · 161 무덤 · 170 베르뜨 · 177 밀회 · 194 어떤 이혼 · 206 현명한 남자 · 218 고백 · 230 어떤 아들 · 239 옮긴이의 말 · 257 옮긴이 주 · 262 |
Guy de Maupas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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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우리는 말 네 마리가 끄는 승합 마차를 타고 언덕길을 달리고 있었어. 투명한 아침 안개 자락 사이로, 깊은 골짜기와, 숲과, 마을들, 냇물들이 보이기에, 나는 황홀하여 손뼉을 치며 그 사람에게 말하였어. “얼마나 아름다워요, 여보, 안아주세요!” 그가 너그럽게, 그러나 차갑게 웃으며, 또한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조금 으쓱하면서, 나에게 대답하였어. “경치가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그것이 서로 포옹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해요.” 그 말이 나를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들었어.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두 사람이 진정 사랑한다면 점점 더 사랑하고 싶어지며, 특히 우리를 감동시키는 정경 앞에서는 더욱 그럴 것 같아. 한마디로, 나의 내면에서는 시적 감정이 용솟음치고 있었지만, 그 분출을 남편이 막곤 하였어. 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이를테면, 수증기가 가득 찼으되 완전히 밀폐된 가마솥과 같았어.
---「달빛」중에서 머리채를 쓰다듬고 그것을 다시 가구 속에 넣고 문을 닫으면, 그것이 마치 살아 있고 감추어져 있으며 유폐된 존재처럼 여겨졌으며, 내가 그 존재를 생생히 느껴 다시 갈망하게 되었고, 나는 그것을 다시 꺼내어 어루만지고, 그 미끈하며 자극적이고, 광증을 유발하고, 감미롭고, 차가운 접촉으로 인해 불편해질 지경까지 흥분하고 싶은 거역할 수 없는 욕구에 사로잡히곤 하였다. 나는 그렇게 한 달 혹은 두 달을 보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머리채가 나를 떠나지 않고 나를 사로잡았다. 마치 육체적 관계의 순간을 기다릴 때처럼, 포옹의 전주곡인 고백의 직후처럼, 나는 행복하면서 동시에 고통스러웠다. ---「머리채」중에서 그러나 자기가 그 떠돌이 여인, 의자의 짚이나 갈아 끼우는, 그 마구 굴러다니는 여자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슈께는 몹시 분개하며 펄펄 뛰었습니다. 마치 그녀가, 자기의 명성이나 좋은 평판을, 즉 자기에게는 생명보다 귀한 양심의 명예를, 훔치기라도 한 듯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격분한 그의 처 역시, 다른 말을 찾지 못하고 같은 소리만 반복하였습니다. “그 비렁뱅이 계집! 그 비렁뱅이! 그 비렁뱅이 계집이!” ---「의자 수선하는 여인」중에서 내가 총을 발사하였다. 한 마리가 내 발 가까이에 떨어졌다. 배 부분이 은색인 발구지였다. 그러자 내 머리 위 허공에서 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짧게 반복되었고, 또한 애절했다. 살아남은 그 작은 짐승은,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자기의 죽은 짝을 바라보며, 우리들 머리 위 창공을 선회하기 시작하였다. 칼은 무릎을 꿇고 총을 어깨에 기대어 세운 채, 그 짐승이 충분히 다가오기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자네가 암컷을 죽였어. 이제 수컷은 떠나지 않을 거야.” ---「사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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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린 사랑과 광기 어린 정염(情炎)…
무지한 사랑의 비극을 천재적 필치로 그려내다 “태초부터 시작된 사랑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_ 기 드 모빠상 모빠상은 프랑스의 유구한 문예적 전통, 즉 어둡고 기괴한 중세에 태동하여 광범위한 계층에 의해 친숙하게 받아들여진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당대의 서민 생활을 지배했던 다종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우스꽝스러운 정치적 현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이악스럽고 잔혹한 촌사람들의 현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단편들도 있으며, 기막힌 운명의 장난에 휩쓸린 가여운 사람들의 이야기나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생의 비극적 일면을 그린 작품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토록 다양한 소재들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게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염(情炎)이라는 주제이다. 불멸의 금서를 모은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시리즈로 다시 한 번 만나는 『어떤 정염 : 모빠상 단편집』이 특별한 이유 역시 모빠상 본인이 편집증에 가까우리만치 집착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 때문이다. “태초부터 시작된 사랑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남긴 작가 모빠상. 그는 허무와 절망, 그리고 냉소에 사로잡히기 쉬운 인간 존재의 궁극적 가치를 정염이 흔쾌히 불타오르는 바로 그 순간에서 찾으려 했다. 무수히 많은 단편소설들을 통해 모빠상이 형상화한 정염의 본질은 일종의 광증이라 할 수 있으며, 광증이 결여된 사랑에서는 진정한 정염의 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모빠상의 평소 지론이었다. 교조적 관습이나 윤리적 타성을 뛰어넘은 사랑의 순간만이 진정한 자유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탄생한 모빠상의 사랑 이야기. 이 짧은 사랑 이야기들은 우유부단하고 비겁한 데다 이해 타산적이며 영악한 세기의 탁류에 휩쓸린 영혼들에게 보내는 그 나름의 애틋한 선물이었으리라. 사랑, 우리를 웃기고 울리며 자유롭게 만드는 그 광증(狂症)에 대하여 이 단편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100년도 더 이전의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것들을 일별하다 보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모빠상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과 놀랄 만큼 많이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정도로 사납고 무람없고 노골적인 풍자가 아니었더라면 감히 극복하기 힘들었을 일상의 고초가 19세기 프랑스 작가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끈끈히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평생에 걸쳐 인간과 생에 대해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했던 모빠상이지만, 적어도 그가 창조한 사랑 이야기 속에는 극도로 부조리하고 위선적인 시대의 영혼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위로와 탄원이 살아 있다. 중세 프랑스 기층민들의 수심과 고통과 분노를 달래주던 패설, 그 착하고 소박한 문학의 형태를 빌려 19세기 일반 서민들의 일상을 위로했던 모빠상의 굳건하면서도 다정한 숨결이 힘겨운 일상에 지친 독자들을 잠시나마 몽상의 세계로 인도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