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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ve Marika Jan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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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무민을 마주보더니 작디작은 하얀 이빨이 줄줄이 난 작은 입을 짝 벌렸어요. 무민은 생각했어요.
‘화났네. 엄청 작은데도 화가 났어. 용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 얘는 뭘 먹을까? 그래, 용은 뭘 먹지?’ 무민이 속삭였어요. “내가 널 돌봐 주고 사랑해 줄게. 밤에 내 침대에서 자도 돼. 네가 더 커서 나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나랑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을 거야…….” --- p.8 무민은 병을 꼭 끌어안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계단으로 걸어갔어요. 들뜬 티를 내지 않으려고요. 무민은 용과 단둘이 비밀스럽게 며칠을 보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스너프킨에게 “짜잔!” 하고 보여 주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무민이 살그머니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미이가 호기심 넘치는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너, 거기 들고 있는 거 뭐야?” --- p.9 이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어요. 이래야 했어요. 먼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가 나중에 깜짝 놀라게 해 주는 거예요. 하지만 가족들과 같이 지내면 절대로 비밀을 간직할 수 없어요. 그러면 놀랄 일도 없지요. 다들 처음부터 알고 있으니까요. 무민은 작은 용처럼 화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어요. “밥 먹고 강에 내려갈 거예요. 엄마, 미이한테 제 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해 주세요. 그 말을 지키지 않으면 알아서 책임져야 할 거예요.” --- p.13 스너프킨은 즐겁고 신난 무민을 보자마자 알아차렸어요. 무민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얼마나 놀랄 만한 일이 생겼는지 말이에요. 그래서 스너프킨은 차분하게 말했어요. “아니, 한 번도 만난 적 없어. 용은 없어. 세상에서 없어졌어.” 무민이 천천히 말했어요. “어쩌면, 어쩌면 누가 유리병에 잡아넣은 한 마리는 남았을지도 몰라. 작디작은 초록빛 발에 금빛 반짝이는 용, 엄청 다정하고 어디든 따라다니는…….” 그러더니 무민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어요. “그런 용을 내가 찾았어! 나만의 작은 용을 찾았다고!” --- p.15 “조심해, 용이 다치면 어떡해!” “너는 용을 편드는구나! 그런데 쟤는 네 용이 아니야. 스너프킨만 좋아하니까 스너프킨 용이지!” 모두 할 말을 잃었어요. 무민은 탁자만 내려다보았어요. “미이, 허튼소리 하지 마. 너는 주인한테 날아가!” 스너프킨은 이렇게 말하고는 훠이 소리를 내며 용을 쫓아내려 했어요. 하지만 용이 발 여섯 개로 스너프킨의 옷을 힘껏 붙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재봉틀처럼 드르륵 소리를 냈어요. 스너프킨은 용을 집어 탁자에 내려놓고 정원으로 나갔어요. 용은 낑낑거리기 시작하더니, 꼬리까지 온몸이 잿빛으로 변해 버렸어요. --- p.21 용은 스너프킨을 다시 만나 기뻐서 으쓱거렸어요. 스너프킨이 용을 떼어내며 말했어요. “훠이. 저리 가. 집으로 가라고!” 하지만 스너프킨은 소용없는 줄 알고 있었어요. 용이 떠날 리가 없어요. 용은 뭐든 마음먹은 대로 하니까요. 그리고 스너프킨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용은 백 년은 너끈히 살아요. 스너프킨은 멋진 자태를 뽐내는 작고 빛나는 용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았어요. “너는 정말 아름다워. 너를 키우면 재미있겠지. 하지만 무민은…….” --- p.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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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을 준다고 해서
모두 날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야 이른 아침부터 연못에서 놀던 무민은 작은 용을 한 마리 잡았어요.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알려진 용 말이에요. 그렇지만 한 마리쯤은 남아 있었나 봐요. 크기는 성냥갑만 하고, 레몬처럼 노란 두 눈에 초록빛 머리, 여섯 개 달린 발에 날개까지 있는 진짜 용이었답니다. 게다가 물속에서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지! 무민은 용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어요. 무민은 가족들에게 용을 잡은 걸 비밀로 하고 싶었어요. 며칠 동안 이 비밀을 간직하다가 짠! 하고 보여 주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 멋진 용과 함께 잠들고, 바다에서 헤엄도 치며 놀게 될 날을 꿈꾸었어요. 그렇지만 이 꿈은 모두 금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답니다. 무민의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무민이 가족들 몰래 집에 들어서려는데 그 순간 미이에게 들켜 버리고 말았어요. 결국 식사 시간에 가족들에게 비밀을 털어놓아야만 했지요. 결국 가족들에게도 용을 보여 주었고요. 게다가 용은 무민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빨을 드러내며 화를 냈어요. 무민의 손에 잡힌 게 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무민이 귀찮게 굴어서 싫었을까요? 다정한 친구가 되어 어디든 함께 다니고 싶은 무민의 마음은 몰라주고, 용은 스너프킨만 졸졸 따라다녀요. 무민한테는 불이나 내뿜고 이빨로 깨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말이지요. 스너프킨만 좋아하고 따르는 용 때문에 스너프킨도 곤란해졌답니다. 사실 스너프킨도 용이 싫지만은 않아요. 앞으로 용과 함께한다면 아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겠지요. 그렇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는 용 때문에 마음이 상한 무민은 어쩌죠? 진짜 우정은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돼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무민과 세상의 마지막 용』은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가운데에서도 단편 아홉 편을 엮은 작품 『보이지 않는 아이』의 「세상에 남은 마지막 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꾸민 무민 그림책입니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좀 더 친숙하고 다채로운 그림과 쉬운 글로 다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무민과 세상의 마지막 용』은 용을 짝사랑하는 무민의 마음과 스너프킨이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엿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껴 준다고 해서 그 사랑이 반드시 돌아오는 건 아니지요. 상대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깊은 애정을 쏟아 부은 무민과 자립심이 남다른 용처럼 가끔은 서로 마음이 어긋나기도 해요. 스너프킨처럼 상대방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지요. 그리고 새로운 친구보다 때로는 오래 함께한 친구가 훨씬 더 나을 때도 있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빛만 바라보아도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무민과 스너프킨처럼 말이에요.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를 첫 작품부터 차근차근 읽어 가다 보면 낯설고 환상적으로만 느껴졌던 무민의 세상을 우리 옆 동네 이웃의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민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보다 쉽게 무민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무민을 이미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그림과 쉽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 시리즈 소개 고전이 된 ‘무민’ 시리즈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재해석한 새로운 명작!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무민’은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의 대표작으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 준 세계적인 캐릭터이자 고전 명작입니다. 동글동글 하얀 몸에 기다란 꼬리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민 가족과 친구들은 편견 없는 마음과 배려,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평화를 꿈꾸며 모험을 갈망하지요. 1945년 무민 시리즈의 서막이자 첫 번째 작품인 『무민 가족과 대홍수』 이후 무민 시리즈는 26년 동안 연작소설 8편과 그림책 4편이 출간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런던의 석간신문 《이브닝 뉴스》에 ‘무민 코믹 스트립’을 연재하여 세계 40개국 독자에게 소개되어 큰 사랑을 받았지요. 이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테마 파크 등 벌써 75년 넘게 무민은 이제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 모든 무민 시리즈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무민 연작소설’입니다.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는 ‘무민 연작소설’ 시리즈의 서막이라 할 수 있는 『무민 가족과 대홍수』부터 무민 연작소설 8권의 이야기를 짤막하고 사랑스럽게 재해석했습니다. 이야기의 줄기는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그림책입니다. 또한 원작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풍부하고 감성적인 색감을 강조했습니다. 감동적이고 따뜻한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는 사회성을 길러 줄 수 있는 배려와 사랑, 포용력과 평화, 자유 등 무민 시리즈가 담고 있는 아름다운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분을 환상적인 모험으로 이끌 거예요. 무민 골짜기에 사는 무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말이에요 책 속 이야기는 제 고모인 토베 얀손이 75년 전에 쓴 ‘무민 시리즈’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여러분의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이 읽었을지도 모를 이야기예요!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무민 골짜기, 그 신비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요! _소피아 얀손(토베 얀손의 조카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