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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힘들다
소비노동조합 와룡빌딩 옛날 옛적에 일어나 득수 사자들 그날 비가 왔다 도르다 발문 고리키의 눈빛에 응답하라: 모욕과 슬픔으로서의 진실_허희(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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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정말 고맙군.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이었어. 이렇게 말하면 될까? 시대와 세대, 지역을 뛰어넘는 고전이니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고? 그 속에 담긴 깊은 통찰과 인간애를 체화해 비로소 완벽해진 나, 그걸 원하는 거야?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외딴섬에서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누군가 묻겠지. 네, 우연히 파도에 밀려온 묵자를 읽으며 그의 겸애사상을 이해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 되는 거야? 혼자 지낸 이 섬에서 그것을 배웠다고? 어느 나라 글자인지도 모르는 그 책으로? 책, 그래, 어쩔 수 없이 책이라면 두꺼웠으면 좋겠다. 불쏘시개로 쓰려면 두꺼운 편이 낫다.
--- 「월요일은 힘들다」 중에서 ― 어차피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이름이 그게 뭐냐? 소비노동조합이. 소비자는 뭐고 노동조합은 또 거기에 어울리기는 하고? 차라리 시민이나 국민, 연맹이나 회의, 연대 뭐 이런 말을 써야 하는 것 아니야? ― 소비자 맞고요. 노동조합 맞거든요. 제 직업은 소비자거든요. 기본소득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느냐? 녀석이 물었다. 먹고 입고 자고, 사채도 빌리고 그러는 것 아니냐 대답을 했다. 먹고, 입고, 자는 비용은 다시 누구에게로 가느냐 녀석이 물었다. 당연히 먹을 것을 만드는 사람이나, 입을 것을 만드는 사람들, 잘 곳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가는 것 아니냐 대답했다. ― 글쎄 그 사람들이 누구냐니까요? 녀석은 그 돈이 다시 돌고 돌아가는 곳이 결국은 가진 자들이거나 재벌들이고, 그들이 세금이라는 명분으로 내어놓은 돈으로 다시 기본소득을 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소비노동조합」 중에서 내 생애에 통일된 한반도를 보다니. 모두들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 백 년, 반목과 굴욕의 역사를 지우고 영광된 조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그해 팔월부터 십이월까지 전국은 축제의 공간이었다. 국방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복지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북한의 천연자원을 이용한 재화 생산의 증가와 비용의 감소는 기업의 발전을 이루고 북한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설비의 수요 증가는 일자리와 임금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 했다. --- 「와룡빌딩」 중에서 등이 굽은 늙은이가 있었다. 바오밥 나무를 닮은 유목의 꼭대기에 앉아 아래를 지나가는 무리를 향해 무어라 소리쳤다. 고개를 들어 늙은이를 쳐다보는 이는 없었다. 무리는 유목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갈라졌고 유목을 지나자 다시 합쳐졌다. 물기둥을 향해 물살을 거슬러 나아가는 무리였다. 물살을 거슬러 가다 물기둥을 만나는 것, 물기둥과 함께 내려가 황금빛 자갈을 흩고 지나가는 것, 그리고 다시 물기둥의 끝자락에서 출발하는 것. 전통이냐 본능이냐 이도저도 아니면 숙명이냐. 따져 묻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 「도르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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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이후 일 년 만의 두 번째 소설집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는 세상, 통일 이후의 한반도… “인간 세태의 사건이 아닌,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에 주목하는 작가” 김강 소설가가 선보이는 새로운 이야기 첫 번째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에서 다채로운 상상력을 펼쳐 보이며 독자들을 만났던 김강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작가의 상상력은 두드러진다. 무인도에 홀로 낙오되어 하루하루를 버티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월요일은 힘들다」에서부터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는 세계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소비노동조합」, 통일 이후의 사회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 것인지를 그려낸 「와룡빌딩」 등 현재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는 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담았다. “내 생애에 통일된 한반도를 보다니. 모두들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 통일 이후의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김강은 건물주조차 살기에 녹록지 않은, “가진 것 모두를 투자한,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여유가 없었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한반도 통일 이후의 생활을 그려낸다.(「와룡빌딩」) 누군가에게 통일은 부동산 투기를 할 땅이 더 늘어나는 일에 불과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이나 후나 살아가는 것이 팍팍하기만 하다. “그들은 정말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정말로.”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것은 무인도에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인도에 조난당해 하루하루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는 ‘나’의 일상은(「월요일은 힘들다」)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한 분투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끝은 똑같은 분투의 반복일 뿐이다. 가끔 일말의 기대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 전체가 그들의 사업장인 거지요. 우리는 그 사업장에서 ‘소비’라는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고요.” 표제작 「소비노동조합」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된 “황금시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전도된 생산과 소비의 역학,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를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이 같은 배경을 두고 고리대금업자를 화자로 내세운 설정이 흥미롭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채업을 운영하는 ‘나’는 일관된 원칙으로 채무자들을 만난다. 그런 그를 당황하게 만드는 인물인 형진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형진은 ‘나’에게 빌린 돈으로 친구들과 기본소득 인상을 주장하며 기본소득부 장관 집무실을 점거하는 사건을 벌인다. 결국 체포돼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서는 자신의 직업이 ‘소비자’임을 강변한다. 홍기돈 평론가의 말처럼 김강은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에 주목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일상에만 천착하지 않고, 조금은 큰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야기를 쓰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 말들이 이 소설집을 읽는 열쇳말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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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은 이를테면 인형극의 내용보다는 인형을 조종하는 줄에 관심을 쏟는 작가다. 인간 세태의 사건이 아닌,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 힘은 때로 타인의 시선이기도 하고, 은밀한 곳에 자리를 잡은 세균이기도 하며, 날씨이거나, 내면의 동물이기도 하다. 자본이 흐르는 곳으로 몰리는 우리들은 풀을 찾아 이동하는 건기 세렝게티의 얼룩말 떼와 얼마나 다를까. 이러한 추적 가운데서 이성에 절대가치를 부여하였던 근대의 신화는 해체된다. 탈근대로의 탈주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니 혼탁한 수조와 같은 세계를 벗어나 그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탈주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흥미로운 내용과 발랄한 전개에 발목이 잡혀서는 곤란하겠다. 그가 인물들에 드리운 줄까지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하겠다. - 홍기돈 (문학평론가,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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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소비노동조합」은 집중적인 독해가 요구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는 “황금시대”를 바탕으로 전도된 생산과 소비의 역학,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를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 허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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