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되는 것은 끊임없이 바뀌는 그림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 심지어 도안도 보지 않은 채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과학의 그림들은 수십 년, 많게는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들이 쌓여서 만들어졌다.
--- p.7
끊임없이 회전운동을 했던 가스 구름의 흔적은 별이 된 후에도 남아 있다. 바로 회전 에너지다. 각운동량이라 불리는 이 에너지는 이전 세대의 별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오는 과거의 유훈과도 같다. 어쩌면 우주가 탄생한 후 가장 먼저 태어난, 첫 번째 세대 별들에게서부터 이어져온 것일지도 모른다.
--- pp.17~18
인간의 두뇌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즉시 우리의 뇌는 뭔가 ‘있는’ 상태로 바뀌어버린다. 따라서 ‘빅뱅(대폭발) 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우리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빅뱅이라는 사건 없이는 ‘이전’이라는 개념도 없다. 시간이 빅뱅과 함께 생겨났기 때문이다. 빅뱅 이전에는 우주 자체가 없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곳’에 무언가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 p.29
은하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주 자체가 팽창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초의 공간이 커지는 것이지 새로운 공간이 창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138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나며 만들어진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p.37
블랙홀이 형성되면 빛으로 추적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블랙홀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이유는 블랙홀의 중력이 다른 천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바람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펄럭이는 깃발처럼 바람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 pp.46~47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일반물질을 제외한 나머지 물질을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이 물질은 빛을 내지도, 반사하지도, 흡수하지도 않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외딴 곳에 홀로 있으면서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빛을 낚아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달리(이는 빛을 ‘흡수’하는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역에 퍼져 있다. 심지어 태양계 안에도 암흑물질이 촘촘하게 깔려 있지만, 우리는 이 물질들과 상호작용할 수 없다.
--- pp.59~60
인류는 달을 제외한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에 보낸 탐사선들을 전부 합한 수만큼 많은 탐사선들을 화성 한 곳에 보냈다. 대략 지구의 절반 크기인 화성은 1년의 일수가 지구보다 두 배 많고, 하루는 약 24시간 30분 으로 지구와 비슷하다. 이걸 보면 지구인들이 화성을 그토록 궁금해하는 이유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 p.75
외계행성이 처음 확인된 1995년 이전부터 천문학자들의 머릿속을 늘 맴돌던 의문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이다. 우리의 지구처럼 항성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생명체를 품고 있는 행성이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은 천문학자들에게 숙명과도 같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이 궁금증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 p.90
전체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를 대략 수조 개 정도라고 해보자. 여기에 은하마다 별이 약 1,000억 개씩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주에는 최소 1,000해(10의 23제곱) 개의 별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우주에 있는 별의 개수만 100,000,000,000,000,000,000,000개인 것이다.
--- p.127
블랙홀이 먼저 형성된 후 이 ‘중력 흡입기’ 주변에 은하가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은하가 먼저 형성된 다음, 그 은하의 어떤 별이 초신성으로 변했다가 작은 블랙홀이 됐고, 그것이 조금씩 커지다 보니 은하에서 가장 무거운 천체가 되어버린 바람에 은하의 중심부까지 가게 된 것일까?
--- p.133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천성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 호기심을 잃어버린 것 같다.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마음속에 숨어 있던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다시 자라날지도 모른다.
---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