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6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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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364g | 128*188*17mm |
ISBN13 | 9791196975289 |
ISBN10 | 1196975280 |
발행일 | 2021년 06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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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364g | 128*188*17mm |
ISBN13 | 9791196975289 |
ISBN10 | 1196975280 |
서문 ㆍ 7 몽소 빵집 아가씨 ㆍ 15 쉬잔의 이력 ㆍ 37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ㆍ 85 수집가 ㆍ 177 클레르의 무릎 ㆍ 229 오후의 연정 ㆍ 287 옮긴이의 말 ㆍ 346 |
이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순전히 ‘도덕’이라는 단어에 편집증적 집착을 지닌 내 개인적인 성향에 기인한 선택이 후회된다. (어리석게도 제목만 보고서 톨스토이나 카뮈의 작품을 연상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어 ‘moral’은 ‘도덕적인’이라는 의미 외에 물리적인 것과 대립되는 정신에 관한 것을 뜻한다고 한다. 도덕의 개념을 독자인 내가 지나치게 협소한 의미로 이해한 것을 반성하고 있지만, 이 책을 완독한 지금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가 아닌, 『여섯 개의 연애 이야기』가 더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한다.
저자인 ‘에릭 로메르’는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소설과 영화 모두 예술의 일부이므로 이 둘의 관계가 예상보다 서로 밀접하겠지만, 저자는 서문에서 분명히 밝히건대 동명의 영화들의 시나리오로써 이 작품들을 쓰지 않았다. 완연한 문학의 형태를 갖춘 별개의 소설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감상하지 않았어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와 책을 둘 다 접한 독자라면 저자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하거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웠던 부분은 여섯 개의 이야기 모두 남과 여, 즉 이성 간의 관계, 문제, 갈등 등을 다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파스칼이나 가톨릭 교의 등 도덕과 밀접한 화제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인공들과 등장인물들의 지적인 수준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써 기능할 뿐 주제와는 그리 밀접한 관련이 없다. 오히려 사회적 관습, 전통적 의미의 윤리 의식이 충분한 주인공(들)은 충실해야 할 대상이 있거나 선정해 놓고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유혹 내지 새로운 기회가 생겼을 때 결국 파격이 아닌 전형적인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도덕’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핵심은 ‘사건’이 아닌 주인공들의 ‘심리’다. 눈앞의 감정에 충실할 용기가 없어 안전한 선택을 하면서도 그 선택이 확고한 결단에서 비롯된 것 같지 않은 뉘앙스의 표현을 꽤 감지했다. 그 모습이 일견 위선적으로 비춰질 수 있겠으나, (꼭 이성 간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일상에서 한두 번쯤 경험할 수 있는 모순 아니던가
이 책을 선택한 ‘목적’과 ‘읽고 얻은 것’은 확실히 달랐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정서)과 이성(논리) 사이에서, 연애 관계에서도 판단과 대응, 올바른 숙고의 과정이 필수라는 교훈이면 (나에게) 충분하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연애에 있어 이 이야기들과 조금이라도 유사한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주인공들의 처세와 행위를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나의 부족한 문학적 감수성을 탓할 수밖에.
에릭 로메르의 도덕 이야기 연작 소설을 번역본으로 만나리란 기대는
못했는데 무척 반가운 출판이다. 도덕 이야기 연작은 주인공의 오해,
착각, 과잉확신이 불러오는 우습고 애잔한 결과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영상과 소설의 차이점은 분명 있을텐데 책의 서문에서 에릭 로메르는 그러한
부분을 일단 짚어주고 있다. 영화를 만들면서 첨가된 측흥적인 대사들이나
장면들이 글로 옮겨지면서 많이 걸러내지고 깔끔하게 정제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영화에서는 누락되었지만 인물의 내면을 이해하기 쉽게 추가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런 연유로 인해서인지 소설이 보다 코믹한
느낌은 크게 다가왔다. 도덕 연작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소설도 함께 체험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