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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9.4 리뷰 3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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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top100 1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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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16g | 127*188*20mm
ISBN13 9788935668656
ISBN10 8935668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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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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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다의 젊음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다. 젊음 때문에 반다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사진 속 반다는 빛나는 광채를 발산하고 있었다. 내게는 그런 반다에 대한 기억이 없다.
--- p.109

“아니. 당신 눈에는 내가 가스레인지 앞에서 억척스럽게 일하는 여자로만 보이지. 집 안을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는 여자로만 보이잖아. 하지만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나는 사람이라고. 사람이야, 사람! 나도 사람이라고!”
--- p.126

반다가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것들은 과거에 내가 반다에게 이끌렸던 그녀의 특성들이었다. 지금껏 반다는 한 번도 그런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나 때문에 망가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반다가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나는 그녀에게서 멀어져도 된다고 허락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 p.128

그 순간 반다는 내 시선에서 그녀가 없는 안락한 삶에서 내가 얼마나 큰 힘을 얻고 있는지 읽어내고 말았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비롯한 그 무엇도 나를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반다에게 정말로 잔인한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길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다.
--- p.151~152

나는 평생 당신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어. 아이들의 투정이나 받아주면서 살았지.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어. 설사 한때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할지라도 그 사랑은 얼마 못 갔어.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당신을 사랑했었나 싶어. 사랑은 커다란 용기 같아서 우리는 그 안에 뭐든 다 집어넣어 버리지.
--- p.219

“부모란 어차피 자식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어. 그러니 때가 되면 자식들에게 더 큰 상처를 받을 각오를 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
--- p.25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커커스 선정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선데이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2015년 브릿지상 최고의 소설 부문 수상작


엘레나 페란테로 지목된 작가의 충격적인 작품

스타르노네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수상한 작가다. 나폴리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어 교사로 재직하다 소설가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스타르노네는 소설가인 동시에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30년간 영화와 드라마 15편을 각색했고 소설집 7권, 서평집과 수필집 15권을 낸 비중 있는 중견작가다. 해외 평단에서는 그를 언어의 마술사라고 평가하며 그의 유려한 문체와 영화적 문법을 활용한 소설 구조에 찬사를 보낸다.

스타르노네는 ‘나폴리 4부작’을 쓴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가 엘레나 페란테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유사성 때문이다. 『끈』은 엘레나 페란테의 『버려진 사랑』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버려진 사랑』은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게 된 한 여인의 한여름 밤의 악몽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올가와 『끈』의 반다에게는 두 아이가 있고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났으며 이웃집 남자에게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스타르노네는 영화 같은 장면 구성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 화자에 따른 서술로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를 연출한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로 스타르노네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소설은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폭발하는 감정선,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인력과 반전으로 『끈』이라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한 스타르노네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뜨겁고 날카로운 소설

『끈』은 세 개의 챕터가 모여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를 이룬다. 챕터는 ‘장’이 아닌 ‘권’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묶여 있고 각 권이 넘어갈 때마다 서술자가 바뀌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독자들은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점에서 듣고 조각난 퍼즐을 맞추면서 전체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제1권」은 아내 반다가 가족을 떠난 남편 알도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다는 혼자 어린 남매를 돌보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날아드는 각종 청구서를 처리하는 등 생활 전반의 문제를 감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반다는 남편의 마음과 모든 상황을 제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으며, 마음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편지로 자신의 생각을 낱낱이 밝힌다. 반다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숨 막힐 정도로 부담스럽고 이미 알도가 오래전에 자신을 죽였음을 고백한다. 아이들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지 말아달라는 부탁으로 끝맺는 편지에서 반다가 느끼는 고통과 절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제2권」은 알도의 관점에서 노인이 된 알도와 반다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부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깊은 감정의 골과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가득 품은 모습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낯선 남녀에게 사기를 당하는 등 그들의 여정은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다. 알도는 어지럽혀진 집을 정리하다가 리디아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사라진 것을 알아챈다. 그는 반다가 자신보다 먼저 사진을 발견하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까봐 온 집 안을 뒤지면서 자신이 리디아와 사랑에 빠지던 순간부터 집을 떠나 리디아와 사랑을 키워오다 죄책감에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회상한다. 알도는 반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여전히 속내를 감추려 하지만 반다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반다가 삶의 허무함과 과거에 바로잡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 속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제2권이 막을 내린다.

「제3권」은 알도와 반다의 딸 안나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아들 산드로와 딸 안나는 이제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모님에게서 받은 상처를 간직하면서 살아간다. 부모의 갈등은 자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산드로는 많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무려 자식을 네 명이나 둔 다처주의자가 되었고, 안나는 여성의 배를 이용하는 생식의 역사는 모조리 지워버려야 한다는 염세주의자가 되었다. 진실에 가려진 오염된 감정을 품고 서로를 배신했던 결과인 자식들의 모습은 이 작품에서 가장 비극적인 모습이다. 남매는 과거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모님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끈』은 놀랍고 비범한 작품이다. 소설의 시점은 명확한 듯하면서도 모호한 면이 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그 결과 예측할 수 없고 놀랍도록 틀에 얽매이지 않은 소설이 탄생했다.


특별한 용기 안에 담긴 폭발적인 서사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바람난 남편이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서사는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스타르노네는 이 통속적인 이야기를 자신만의 특별한 용기(容器)에 담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용기는 비어 있거나 귀중하고 비밀스러운 것이 담겨 있기 마련인데 스타르노네는 이 틀을 오가며 예측할 수 없는 소설의 구조를 완성했다. 인물들은 이 용기 안에서 배신과 기만의 테마를 전제로 끊임없이 서로를 속인다.

『끈』의 소설적 구조는 ‘중국 상자’에 비유할 수 있다. 중국 상자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소설의 형식을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비유다. 『끈』은 이러한 효과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소설의 모든 요소가 세심하게 배열되고 서로 정확하게 부합하는데도 어떤 면에서는 단절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소설은 상자를 무한하게 여닫을 수 있는 중국 상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자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비밀이 풀리고 우리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소설의 구조는 주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반다는 폭발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알도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으며 이야기한다.

“사랑은 커다란 용기 같아서 우리는 그 안에 뭐든 다 집어넣어 버리지. 하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감성과 욕망과 섹스와 감정이 이미 실뭉치처럼 뒤엉켜버려서 내가 돌려받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 p.216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가족과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줌파 라히리는 “삶이란 자신이 들어 있는 용기를 배신하는 것이다. 용기에서 뛰쳐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끈』을 극찬했다. 놀라운 구조와 그 속에 담긴 충격적인 서사,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주제는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다.


가족이라는 실타래에 엉켜 그 누구도 구원받지 못하는 삶의 전투

가족을 다시 하나로 이어준 것은 다름 아닌 신발끈이었다. 안나와 산드로는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신발끈 묶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이들은 알도의 독특한 신발끈 묶는 방법으로 진한 유대감을 느낀다. 그러나 알도와 아이들이 신발끈으로 서로에게 유대감을 느끼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다가 아이들에게 잘못된 기억을 심어주고 아이들이 이를 알도에게 이야기해 조작된 감정이 형성된 것이다. 이 허무맹랑한 사건을 계기로 가족은 다시 결속된다. 그러나 한 공간에서 서로의 감정을 외면하고 진심을 숨김으로써 가정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춰진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다르게 기억하고 애써 부정했던 사실이 밝혀진다. 소설에서 폭로되는 크고 작은 비밀들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처럼 보이는 이들의 속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먼저 알도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제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반다에게 진심을 숨김으로써 더 큰 상처를 주었다. 반다는 복수심으로 가득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알도를 다시 받아줌으로써 증오에 휩싸인 삶을 살게 된다. 부부의 갈등으로 자식들은 평생 치유하지 못할 상처를 떠안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은 자를 수 없는 실타래에 엉켜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며 배신과 기만을 반복한다.

옮긴이 김지우는 “소설의 결말에서 그들 중 누구도 구원받지” 못하지만 스타르노네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끈』이라는 매력적인 소설을 통해 삶이라는 격렬한 전투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 사유하게 될 것이다.

회원리뷰 (3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끈-도메니코 스타르노네 글. 김지우 옮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s****u | 2022.02.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한 남자에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이탈리아에 한 가정에 가장인 남자에 사랑과 인생 가족애에 대한 내용을 평범하지만 진솔하고 감정이 잘 드러내 보여준다. 책은 1~3권으로 나누어1권은 아내 반다가 외도로 가정을 버린 남편에게 쓴 편지를2권은 남편 알도에 인생, 가정을 이루게되는 부분, 사랑에 빠져 외도를 하게되는 부분,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지만 예전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리뷰제목
한 남자에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이탈리아에 한 가정에 가장인 남자에 사랑과 인생 가족애에 대한 내용을 평범하지만 진솔하고 감정이 잘 드러내 보여준다.

책은 1~3권으로 나누어
1권은 아내 반다가 외도로 가정을 버린 남편에게 쓴 편지를
2권은 남편 알도에 인생, 가정을 이루게되는 부분, 사랑에 빠져 외도를 하게되는 부분,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지만 예전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3권은 알도와 반다에 아이들 산드로와 안나가 부모님 댁에서 그들에 가족에 대해 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가족이라는 틀 때문에 모두 상처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야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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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끈 -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아**가 | 2021.10.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끈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비가 내리는 것과 똑같아. 빗방울 하나하나가 우연히 부딪혀 결국에는 작은 도랑이 만들어지지. 첫 만남의 호기심을 깊이 파고들면 호기심이 이끌림이 되고 이끌림이 커져서 결국은 섹스까지 하게 되는 거야. 한 번 섹스를 하면 또 하게 되고 반복은 필요와 습관으로 이어지지. (p.219)   이탈리아;
리뷰제목


 

끈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비가 내리는 것과 똑같아. 빗방울 하나하나가 우연히 부딪혀 결국에는 작은 도랑이 만들어지지. 첫 만남의 호기심을 깊이 파고들면 호기심이 이끌림이 되고 이끌림이 커져서 결국은 섹스까지 하게 되는 거야. 한 번 섹스를 하면 또 하게 되고 반복은 필요와 습관으로 이어지지. (p.219)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끈>은 '반다와 알도' 노부부의 이야기며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세 챕터로 나뉘어 있다. 1권은 아내 반다가 알도에게 보냈던 분노와 상실감이 가득한 과거의 편지들을 보여주고 2권은 알도가 직접 이야기한다. 3권은 딸이 이야기 하는데 끝으로 갈수록 퍼즐이 맞춰지게 된다. 앞부분에서는 사랑이나 부부관계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자세로 읽게 된다. 나는 사랑이나 결혼의 환상을 잃고 싶지 않다. 이 말은 곧 그 이면의 허무함과 부질없음을 알기 때문에 남아있는 작은 환상이나마 꽉 붙잡고 싶을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읽을때면 쉽게 회의적이 되는 거다 알도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한 인간의 심리가 리얼하게 그려진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하나의 개인이길 갈망하게 되는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사랑, 열정 그 새로운 에너지가 얼마나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한 지. 사랑에 빠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봤다. 죄책감에 괴로우면서도 회피하는 이기적인 마음,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 이해가 될 법 했고 어떤 부분은 아주 궤변 같았고, 또 어떤 부분은 너무도 찌질한 자기변명 같아서 이 모든 것이 너무도 리얼했다. 그래서 이 책은 별나다. 너무 이해만 된다면 나라는 사람이 별로인 게 되는 것 같고, 너무 이해가 안 돼도 이 책은 유해하기만 한 쓸모없는 책이 되니까.

 

 

/ 당신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내가 당신 때문에 감내한 희생이 부질없어졌기 때문이었어. 당신을 집에 다시 받아들인 것도 오직 당신이 내게서 빼앗아간 것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였지. (p.220)

 

아내와 아이들에게 상처는 상처대로 주고, 그렇다고 끝까지 외면하지도 못한 채 아이와의 한 추억(제목처럼 끈과 관련된, 그렇지만 조작된)에 이끌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채로 어정쩡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내 눈치나 보면서 죽은 듯이 살고 있는 '알도', 그리고 복수심에 알도를 다시 받아들이고 매사에 날카롭고 예민하게, 비타협적으로 평생을 살아온 '반다', 그리고 그런 부모를 보며 자란 '아이들'의 뒤틀린 상처까지, 어느 하나 정 붙일 인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도 완전하지 않으니까.

 

 

/ 아빠의 실수는 일단 다른 사람에게 죽을 만큼 깊은 상처를 주거나 아니면 평생 남을 상흔을 남긴 다음에는 절대 되돌아오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거야. 자기가 저지른 범죄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거지. (p.261)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끈>이라는 제목과 이미지가 참 와닿는다. 자세히는 얘기하지 않겠지만 신발 '끈'과 관련된 이야기 때문에 알도는 다시 돌아오게 됐다. 표지 그림은 양 발의 끈이 서로 묶여서 마치 제발에 걸려 넘어질 듯한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딱 알도의 처지다. 마지막에 딸이 얘기하듯이 알도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고 어쭙잖게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 결과 가족 모두에게 비극이 됐다. 마지막 챕터는 몰랐던 비밀들이 폭로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배신과 기만까지 다소 파괴적인 결말이 휘몰아친다. 진짜 와르르 무너진다.

 

그저 외도했다가 돌아온 이야기로만 전해질까 우려된다. 한 가정의 위기를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점만으로도 무척 탁월하다고 생각하지만 구조적으로도 탁월하다. 외도 외에도 사건을 만들어 궁금증을 일으킨 채 이야기를 끌어가다 마지막에 충격적인 해소까지, 극적인 요소가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줌파 라히리가 직접 영문 번역했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작가가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는 점이고 더 재밌는 것은 번역가인 작가의 부인 역시 엘레나 페란테로 지목된 적이 있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데, 외도를 하는 남자가 있는데 하필 그 남자가 글발이 있어서 일기가 기가 막혀. 그게 알도다. 요즘 후기가 자꾸만 길어지는데, 기혼이든 미혼이든 재밌게 읽을 수 있겠지만 아마 기혼이라면 더 이입해서 읽지 않을까, 다만 너무 분노하지는 말길.

 

 

/ 우리는 52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했다. 엉킨 실타래 같은 세월이었다. (p.56)

 

/ 반다에게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제도가 소멸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절이란 소시민 계급이 만들어낸 가치일 뿐이라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반다는 우리의 결혼이 이 모든 사회 현상의 기적적인 예외로 남기를 바랐다. (p.117)

 

/ 나는 리디아를 사랑했다. 나는 그녀를 가장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사랑했다. (p.124)

 

/ 반다는 내 시선에서 그녀가 없는 안락한 삶에서 내가 얼마나 큰 힘을 얻고 있는지 읽어내고 말았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비롯한 그 무엇도 나를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51)

 

/ 그렇다고 반다 대신 내가 아프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질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질식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p.158)

 

/ 내 야망을 자극하는 것은 리디아의 넘치는 생명력이었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분이었다. 언젠가는 리디아도 그녀가 사랑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내게 전도된 자기 자신의 열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나라는 인간이 불안감에 사로잡힌 소인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p.161)

 

/ 안나는 출산이야말로 인류가 행하는 수많은 야만적인 행위 중 하나라며 출산을 거부했다. 안나는 출산은 인간에게 남겨진 동물의 흔적이라고 했다.(p.189)

 

/ 가끔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았지만 가끔은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나도 반다도 침묵의 기술을 잘 알고 있었다. 결혼 생활의 위기를 겪은 후 우리는 함께 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이 침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91)

 

/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당신을 사랑했었나 싶어. 사랑은 커다란 용기 같아서 우리는 그 안에 뭐든 다 집어넣어 버리지. (p.220)

 

/ 우리 삶은 '라베스' 그 자체였어. 파멸 속에서 치욕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어. 그래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붙어 있을 수 있었던 거야.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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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어줄 수도, 옭아맬 수도 있는 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닥***고 | 2021.09.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끈. Lacci.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Domenico Starnone   책 소개를 읽다가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를 영어로 옮긴 첫 작품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   화자가 각각 다른 세 권의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제1권은 아내 반다가 가족을 떠난 남편 알도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전하는 편지 형식이다. "친애하는 신사 양반, 제가 누군지 잊어버리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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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cci.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Domenico Starnone
 
책 소개를 읽다가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를 영어로 옮긴 첫 작품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
 
화자가 각각 다른 세 권의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1권은 아내 반다가 가족을 떠난 남편 알도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전하는 편지 형식이다.
"친애하는 신사 양반, 제가 누군지 잊어버리신 거라면 기억을 되살려 드리지요. 저는 당신의 아내랍니다. .....그래, 한때는 당신도 내가 당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좋아했지,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못마땅한가봐.
아니. 당신 눈에는 내가 가스레인지 앞에서 억척스럽게 일하는 여자로만 보이지. 집 안을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는 여자로만 보이잖아. 하지만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나는 사람이라고. 사람이야, 사람! 나도 사람이라고!” 126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상처를 받고 자란 알도는 스무 살에 두 살 연상의 반다를 만나 결혼한 후 아들 산도르와 딸 안나와 별다른 문제없이 살아가다가 서른넷의 나이에 열아홉 난 제자 리디아와 사랑에 빠진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리디아가 너무 좋다. 알도는 리디아와 좀 더 자유롭게 만나고 싶어 아내에게 리디아와의 관계를 털어놓고 결국 집을 나온다. 처음에는 아이들과도 주기적으로 만나지만 만남은 형식적이고 어색하게 이어지던 중 점차 리디아와 지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일에도 성공하면서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문득 아버지가 없는 다른 가족을 보면서 다시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만의 독특한 끈 묶는 방법을 아이들도 따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오빠한테 신발 끈 묶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정말 아빠에요? " 167
하지만 아내 반다와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아내는 과거 사랑스럽던 반다가 아닌 기가 센 여인으로 변해있었고 그 기세에 눌려 지내면서 아이들도 엄마로부터 지켜주지도 못한 채 끌려가는 삶을 살아간다.
2권에서는 노인이 된 알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감정의 골을 안은 채 늙어 노년이 된 알도와 반다. 여름휴가를 떠나기 직전 젊은 배달기사와 길거리에서 만난 남자에게 두 차례나 사기를 당한 후 찝찝한 마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 집안이 엉망이고 아내가 사랑하던 고양이는 행방불명이다.
어지러워진 집안을 정리하면서 알도는 과거 반다가 보냈던 편지를 다시 읽어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아내 몰래 간직한 리디아의 사진이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책 정리를 하다 책장을 넘겨보기 시작했는데 그러지 않는 편이 좋았을 뻔했다. 나는 어느새 기억조차 희미한 먼 과거에 내가 밑줄을 그어 놓았던 부분들을 일일이 읽고 있었다. 당시 왜 내가 몇몇 단어에 동그라미를 쳤었는지, 지금 다시 읽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문단 옆에 무슨 생각으로 느낌표를 그려 놓은 것인지 궁금해졌다.
......
당연한 말이지만 그토록 수많은 낙서와 느낌표 가운데 내 모습은 없었다. 지난날 인상적이었던 아름다운 문장의 말로는 무엇인가. 그 문장은 어떻게 우리를 일깨워 주었다가 그 의미가 퇴색되고 변질되며 결국은 수치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문장으로 전락하고 마는가.
......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가  읽었던 책에 휘갈겨 놓은 낙서와 종이에 빽빽하게 적어 놓은 책 제목이며 인용문들이 정말 과거의 나인가  내가 써 놓은 글 중에는 이런 문장도 있었다. 103
누가 집안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나  혹시 그 배달원과 사기꾼 남자  목적은 무엇일까  사진과 고양이를 볼모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3권은 알도와 반다의 딸 안나의 관점이다. 아들 산드로와 딸 안나는 성인이 됐지만,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아버지는 어머니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 상처가 원인이 되었는지 산드로는 여러 여인과 육체적 관계를 나누고 배다른 자식 넷이나 둔 일부다처주의자가 됐으며, 반대로 안나는 여성의 배를 이용하는 생식의 역사는 모조리 지워버려야 한다는 염세주의자가 됐다.
이들은 휴가 떠난 부모님 집에 고양이를 돌봐주다가 아버지가 몰래 숨겨둔 리디아의 사진을 훔쳐보고, 급기야 부모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계획을 세우며, 집안을 엉망으로 망가뜨리며 희열을 느낀다.
"우리 부모님이 중요하게 생각한 끈은 평생 서로를 괴롭히는데 사용한 끈뿐이야." 245
"부모 란 어차피 자식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어. 그러니 때가되면 자식들에게 더 큰 상처를 받을 각오를 하 고 살아야하는거야."255
이 작품은 2014년 이탈리아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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