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은 비밀로 하면 안 돼. 그런 비밀은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커.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 2016 노르웨이어학회 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작 ★ 노르웨이 ‘브라게 문학상’, ‘최고의 아동청소년 도서 비평가상’, ‘문화부 특별상’ 수상 작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가 그로 달레와 일러스트레이터 스베인 뉘후스는 가정폭력, 가정불화, 자녀에 대한 방임과 방치 등 집 안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주목해왔다. 『문어의 방』은 그중에서도 집 밖으로 드러나기 가장 어려운 일, ‘친족 성폭력’을 정면으로 다룬 그림책이다. 폭력에 상처 입은 아이의 굳게 닫힌 입과 마음을 열어주고, 가해자에게 빼앗긴 심리적·물리적 공간을 피해자에게 되돌려주는 이야기. 그로 달레는 노르웨이 베스트폴주 성폭력 센터와 협력하여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들의 사례를 모았다. 그리고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장면을 묘사하는 단어와 표현을 고르고, 폭력의 시작에서 해결에 이르는 과정 등을 신중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책장을 넘기기 전에 ‘어린이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필요한가?’ 하는 의문부터 떠오른다면 이야기 뒤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
숲노래 그림책 2022.4.8.
그림책시렁 939
《문어의 방》
그로 달레 글
스베인 뉘후스 그림
신동규 옮김
위고
2021.11.5.
2022년 4월 6일 저녁에 전주 한옥마을 길손집에 깃들어 묵직한 책짐을 내려놓고서 작은아이하고 얘기합니다. “저녁은 뭘 드시겠어요?” “음, 피자?” “피자라, 전주는 큰고장이니 피자집이 많겠지요.” 길그림을 살핍니다. 한 곳을 골라 걸어가는데, 어라, 없네요. 멍하니 두리번거리니 후미진 골목안으로 다른 피자집이 얼핏 보입니다. “저기로 가 볼까요?” “음, 그럴까요?” 후미진 골목에는 젊은 사내 둘이 담배를 꼬나뭅니다. 아이가 흠칫 제 뒤에 섭니다. 담배돌이 사이를 척척 지나 피자집으로 갑니다. 양아치처럼 구는 젊은돌이는 어떤 어린날을 누구 곁에서 보냈을까요? 《문어의 방》은 쉽게 그릴 수 없었겠네 싶으며, 아이한테 섣불리 읽힐 수 없겠다고 느낍니다. 노리개질(성폭력)이 무엇인지 낱낱이 그리는데, ‘이렇게 그려야 더 잘잘못과 말썽을 짚어내’면서 “네 탓이 아니란다” 하고 알려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리석은 어른이 일삼는 싸움(전쟁)으로 ‘사람이 어떻게 갈가리 찢겨죽거나 숨을 잃고 무너지는가’를 애써 낱낱이 그려야 “전쟁이 얼마나 바보짓”인가를 알릴 수 있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노리개질’을 어디선가 봤기 때문에 바보처럼 따라해요. ‘참사랑’을 본 적 없는 아이한테 뭘 보여줘야 할까요?
#GroDahle #SveinNyhus
뜻깊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뜻깊은 줄거리’를 다루느라
막상 순이하고 돌이한테
‘무엇을 제대로 짚어 주고 나눌 적’에
순이하고 돌이가 슬기롭고 아름다이
‘사랑을 이루는 빛나는 살림’을 배우면서
새롭게 온누리를 품고 가꿀 만한가 하는,
이러한 길은 그만 지나치거나
뒤로 미루어 버렸다고 느낀다.
어려운 말로 하자면
‘중요한 주제에 함몰되느라’
‘삶이라는 본질을 건너뛰었다’고 할까.
아이도 어른도
언제 어디에서나 먼저 나누고 보고 배울 대목은
오롯이 하나 ‘참사랑’이다.
그리고 오늘날 어느 나라이든
‘학교’라는 곳에서 ‘성폭력 노리개질’이
영화와 문학과 연속극에서 너무 자주 적나라하게
판치는 터라,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들이 문학과 예술이란 이름으로 마구 쏟아내는
상업주의 문학과 예술’에 일찍부터 젖어들어
이 그림책에서 나오듯
‘친족 성폭력’도 불거진다고 느낀다.
제발 학교와 텔레비전과
막장연속극과 막장소설부터 걷어치우고
전쟁무기와 군대 좀 이 별에서 쓸어내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새로운 책을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앞표지.
<문어의 방> 이라는 제목과 함께 푸른 바다같은 배경 위에 검게 번져나가는 문어의 먹물 같은 검정이 인상적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를 읽었기 때문에 친족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동안 다른 그림책들을 펼칠 때 같은 설렘과 즐거운 마음보다는 어쩐지 조심스럽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 전의 두근거림과 떨림이 있었고, 이 책 속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그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누군가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면지를 지나 본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 프롤로그 같은 장면이 나온다. 한 바닥의 절반을 가득 채운 문어가 누군가의 속옷에 발을 뻗고 있었다. 문어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고 화나 보이거나 억세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쭉 뻗은 발은 위협적이었다.
주인공 금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아이이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빛나는 금이. 부모님의 금빛 보물이었다.
오빠에게는 어떨까? 네 식구가 등장하는 첫 페이지에서 금이를 향하고 있는 부모님과는 달리 오빠는 소파에 누워서 헤드셋을 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 하다. 금이의 시점에서 가족들을 동물에 비유할 때는 오빠가 원숭이로 묘사된다. 원숭이처럼 음식을 입 안 가득 넣고 먹어서이기도 하고 금이를 최고로 잘 웃겨주는 오빠이기 때문이란다.
그랬던 오빠가 어느 날 금이가 놀고 있던 방으로 들어왔다. 오빠는 금이가 알던 원숭이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동물이 방에 들어왔어."
금이는 지금껏 이런 동물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이런 공기를 느껴본 적도 없었기에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오빠의 낯선 모습에 질문을 던져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커튼을 치고 문을 잠그자 익숙하고 편안했던 금이의 방은 문어가 장악한 방이 되었다.
문어의 방.
숨을 곳이 없었고 이게 어떤 상황인지 물어볼 부모님도 계시지 않았다.
"금이는 나무 막대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러기 싫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문어는 명령하고 요구했고 금이는 그냥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말을 할 수도 아무 소리도 낼 수도 없었으니까.
마음이 아팠다.
나의 안전을 위협하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만났을 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싫어요. 안돼요."를 외치라고 가르쳐오던 이야기들은 말이 안되는 거였다.
문어의 방에서는 입이 문어의 것이었기에 아무 소리도 낼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몰랐던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쳐왔다.
금이 또래의 아이들만 그럴까? 아이도, 어른도, 여자도, 남자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누구나 공포심과 무력감에 사로잡히면 자기 힘으로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조차 없이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아니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이를 보니 그랬다.
금이의 얼굴에서 금빛으로 빛나던 생기가 사라졌다. 가장 안타까운 건 금이에게 이제 더이상 쉴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금이의 빛을 잃게 한 문어는 한 집에 있었고 그 문어로부터 숨을 곳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이 멀쩡하다는 듯 문어는 자리잡고 앉아 금이를 향해 웃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금이는 홀로 생각 속에서 혼란스러워 했고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며 괴로워했다. 책을 읽는 나도 같이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그러다 엄마와 단 둘이 집을 나서 차를 타고 이동할 때, 금이가 입을 열어 문어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런 일은 비밀로 하면 안 돼.
그런 비밀은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커.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 커다란 비밀을 혼자 오래 품고 살며 멍들고 곪아가지 않고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강하고 용기있는 엄마가 있어서 금이는 참 다행이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친족 성폭력은 타인에게서 당한 성폭력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이다.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 더 말하기 어렵고,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최소한의 공간도 집에서는 찾을 수 없으니까. 형제자매간에 벌어진 친족 성폭력이라면 부모님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부모이기에 이 일을 알게된 후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방법을 찾기는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로 인해 고통받고 있고, 말 못할 비밀을 품고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며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 아팠던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겠지만, 가해자를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어 자기 자신을 탓하며 자책하던 일을 그치고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해결해 주는 어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고마운 그림책.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수위 조절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금이와 같은 비밀을 품고 있을지 모르기에 앞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주제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작가님의 고통 및 슬픔 그리고 도전 정신이 느껴지는 책이였습니다.
저 역시 그림책 작가로서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고통받는 친구들을 위해 따뜻한 위로뿐만 아니라
반드시 나아가야 될 정확한 방안을 어떻게 그림책으로
표현할것인가가 가장큰 의문이였는데 책의 내용으로 확인해 보니
현실과 책임에 대한 시선이 잘 표현되어 있는거 같습니다.
해당 도서를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접하면서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위로 받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