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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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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46g | 152*195*17mm
ISBN13 9791167030368
ISBN10 1167030362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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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이 다 다르다고 하는 봉래산 백 번째 봉우리에 우뚝 솟은 바위 밑에는 제법 큰 굴이 있었고, 바로 거기에서 ‘눈꽃이 피다’라는 호랑이가 아기를 낳았단다.
처음으로 아기를 낳은 눈꽃이 피다는 자기 몸에서 나온 핏덩이를 보자 묘하게도 흥분이 되는 거야. 아기가 입을 이리저리 문지르다가 신기하게도 젖을 물고 빨아 대는데, 간질간질 그 아련한 느낌이란, 아, 얼마나 황홀했는지 몰라.
어, 그런데 아기는 하얀 호랑이, 즉 백호였어. 눈꽃이 피다는 신기한 듯 백호를 내려다보면서 저도 모르게
“오오, 미래의 산신령님이 오셨군!”
하고 기쁘게 소리쳤어. 지금 현직에 있는 산신령도 백호이고, 최근 5백 년간 연달아 뽑힌 세 명의 산신령이 모두 백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거든.
눈꽃이 피다는 따뜻한 혀로 아기를 핥아 주면서 얘기했어.
“네가 지혜로운 산신령이 되어 세상 모든 생명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어.”
--- pp. 12~13

아이들은 날마다 허산과 놀기 위해서 똥 냄새 맡은 똥파리처럼 몰려들었어.
“호랑아, 호랑아, 넌 정말 곶감을 무서워하니?”
“호랑아, 호랑아, 넌 정말 담배 피우니?”
허산은 그렇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좋았어. 그 눈빛은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고,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이해하려는 듯했거든. 히히히!
참으로 신기한 것은, 집에서는 말 한 마디 없는 아이들도 허산이 앞에만 오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댄다는 사실이야. 어떤 아이가
“호랑아, 호랑아, 난 그림을 잘 그려서 도화서 화원이 되고 싶은데, 우리 부모님이 못 하게 해. 우리 부모님은 목수가 되래. 난 어쩌면 좋을까?”
진심으로 속엣말을 끄집어내면, 허산은 끝까지 듣고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그게 가장 좋은 거야!”
역시 진심으로 말해 주었지. 또 어떤 아이는 자꾸자꾸 친구가 괴롭혀서 힘들다고 하였고, 어떤 친구는 공부가 너무너무 되지 않아서 힘들다고, 또 어떤 친구는 팽이치기를 너무너무 못해서 속상하다고, 연날리기를 잘하고 싶은데 못해서 속상하다고……. 하여튼 별의별 하소연을 다 하였어. 심지어 방귀가 자꾸 나와서 걱정이라는 아이도 있고, 강아지가 자기를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라는 아이, 잠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는 아이까지.
허산은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었고 한결같이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하고 말했을 뿐이야. 한데도 아이들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좋아했지.
--- pp. 34~36

“사실 내가 어려서부터 너무 가난하게 살아서 그렇지, 마음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요. 나도 어렸을 때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들으면 그 못된 놀부를 혼내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구렁이가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을 보면 약한 생물이 불쌍해서 구해 주기도 했답니다.”
저도 모르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고주알미주알 늘어놓았어. 자신조차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기억까지 생각이 나는데, 그때마다 황천돌은
‘어쩌면 저 백호 놈이 마법을 부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는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을 정도였어.
허산은 황천돌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어떨 때는 꾸벅꾸벅 졸던 별이 사라질 때까지, 어떨 때는 아침부터 지지배배 요란 떨던 제비들이 잠들 때까지 들어 주었는데,
“아우님은 천성이 착한 분이십니다!”
허산의 입에서 나오는 그 한 마디가 어찌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지 그냥 온몸으로 다디단 물이 흘러드는 기분이랄까! 황천돌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칭찬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었거든.
그러니 그 호랑이는 참으로 특별한 존재였지. 분명 하찮은 미물에 불과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팔아넘길 수 있는 것이지만, 그놈이 갖고 있는 알 수 없는 힘을 알고 있기에 누군가 팔라고 할 때마다 고민이 되는 거야.
--- pp. 77~78

좌의정은 그런 왕을 보고는 황송하다고 말을 한 다음
“다 폐하를 위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백호의 뼛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면 키가 자라고, 그것을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옥돌처럼 좋아진다고 하니…….”
왕은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쳐다보고는
“그게 사실이냐?”
하고 물었어.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왕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거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못생겼다는 말을 백만 번도 더 들었을 테니까, 아니 천만 번도 더! 그래서 지금도 왕비를 볼 때마다 솔직히 늘 민망하고 움츠러들게 되는 것이 사실이야. 그래서 키가 자라고 얼굴이 달라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었지. 결국 왕은 좌의정에게 속닥속닥 귀엣말을 하였고, 좌의정은 알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물러났단다. (…)
왕은 허산과 조릿대 숲길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말했어.
“허산아, 난 왕이 되었고, 예쁜 왕비도 맞이했고, 내 뒤를 이을 왕자도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러니 이룰 걸 다 이룬 셈이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속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리니 어쩌란 말이냐?”
허산에게 솔직하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에서 들리는 새로운 목소리가 무슨 말인지 너희들은 알겠지? 그래, 외모가 근사하게 달라지고 싶은 욕망이었어.
허산은 왕의 말을 듣자마자
“폐하, 당연히 그 목소리의 부름에 따라야지요. 앞으로도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알겠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산을 보았지만, 그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어. 눈을 마주치면 상대가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것만 같았거든.
--- pp. 150~152

허산은 코끼리한테 그 연습을 하라고 했어. 그런 식으로 모든 연습생한테 자기가 하고 싶은 것,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한 거지, 자신 있게!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자신을 믿고, 마음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라.”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야.
반쪽이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 어떤 뱀은 입으로 피리를 불고, 어떤 말은 뒷발로 일어서서 춤을 추고, 어떤 돼지는 유명한 인간 가수의 노래를 성대모사하고, 백 층 높이의 나무를 올라가는 사자도 있고…….
허산도 곡마단 무대에 올라가서 쇼를 했는데, 뭘 했는지 아니? 아마 놀랄걸! 긴 곰방대에다 빠끔빠끔 담배를 피우고는 눈으로 연기를 내뿜거나 똥구멍으로 연기를 내뿜었어. 어사또를 따라다니다가 한 청년에게 배운 기술인데, 그것을 써먹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세상일이란 진짜 몰라.
아무튼 각자 가장 잘하는 것들을 연습해서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많아질수록 관객들도 구름처럼 몰려들었어.
공연은 주로 그 섬에 있는 원형 극장에서 열렸지만 전국을 순회하면서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북새통을 이뤘지. 특히 왕궁이 있는 한양에서 공연을 할 때는 열흘간이나 연장 공연을 했으니, 대박이야, 대박!
당연히 천지왕을 비롯하여 산신령, 용왕님도 찾아왔어. 물론 그분들이 오실 때는 일반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나 어쨌다나!
--- pp. 175~17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봉래산 백 번째 봉우리에서 신성한 아기 백호가 태어난다. 500년 전부터 산신령이 된 동물이 모두 백호라는 것을 알게 된 검은 늑대족은 아기 백호의 목숨을 노리고, 위기에 내몰린 어미 호랑이는 인간 농부 부부인 허절구의 집에 아기를 맡긴다. 의붓어미인 누렁이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난 아기 백호는 허절구 부부의 자식인 ‘허산’이 되어 동네 아이들의 사소한 고민을 들어주고 역병 귀신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주며 모든 생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역병 귀신을 물리친 백호에 대한 소문이 퍼지며 그를 노리는 이들이 많아진다. 욕심쟁이 황 부자, 왕을 꿈꾸는 수성 대사, 곡마단의 반쪽이……. 그러나 그들에게도 허산은 언제나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라는 조언을 남긴다. 단, 헛된 욕망이나 탐욕이 아닌 진정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허산 역시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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