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준이 이야기, 특공대 5호_5 영웅이 이야기, 빠르게 기다리기_23 민서 이야기, 나는?_43 성준이 이야기, 끝났어요_61 치우이야기, 도망쳐_81 작가의 말_98 |
작은 아이가 1학년이 되었다. 엄마 눈에는 아직도 마냥 애기 같아 보이는 아이가 자기 등보다 훨씬 커 보이는 가방을 메고 덩치 큰형아 손을 붙잡고 학교에 간다. 키 차이가 한참 나는 두 녀석의 뒷모습이 사라지도록 베란다 창에 붙어 아이들을 배웅한다. 형아 걸음 좇아 가벼운 잰걸음으로 즐겁게 학교 가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3월 한 달은 적응기간이라 5교시는 가정학습으로 대체하다 보니 돌아오는 시간도 금방이다. 정오를 넘겨 교문 앞에서 작은 아이를 기다린다. 선생님 따라 줄맞춰 나오는 아이는 엄마를 발견하면 양손을 흔들고 아는 체하기 바쁘다. 교문을 벗어나기 무섭게 엄마한테 달려와 와락 안긴다. 태권도 학원 차량 앞에 줄 서 있는 몇몇 반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은 냥 목청껏 인사를 서로 주고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급식 얘기부터 시작해서 눈물 한 방울 흘릴 것 같았던 순간을 쫑알쫑알 작은 새처럼 재잘댄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고 엄마를 끌어안고 코를 킁킁거린다. 학교에서 엄마 냄새가 오십 번은 넘게 맡고 싶었다면서...
이렇게 긴장 반, 기대 반으로 여덟 살을 보내고 있는 작은 아이와 함께 김미애 작가님의 "여덟 살에서 살아남기"를 만났다. 새 친구를 사귀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양보하게 되는 원준이 이야기,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학교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빠르게 뛰어나와 기다리는 영웅이 이야기, 혼자서만 주인공 배역을 맡고 싶은 민서 이야기, 학부모 참관 수업이 너무 두려운 성준이 이야기, 뜀틀을 하는 체육시간만 되면 배가 아픈 치우 이야기. 이렇게 여덟 살이 주인공인 친구들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저마다 멈칫하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스스로 그 어려움과 두려움을 저마다 잘 이겨나간다.
잘 먹는 먹깨비, 잘 노는 놀깨비 그리고 잘 놀고 잘 먹는 것보다 재미난 것을 가장 좋아하는 재미깨비여서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를 짓는 글깨비가 되었다고 본인을 소개하는 김미애 작가님은 2009년 한국 안데르센상, 제 1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셨던 아동 문학가시다. "무지막지 공주의 모험", "진짜 괴물", "무적 수첩", "새콤달콤 비밀 약속", "악당 우주돼지가 수상해" 등 전작들의 제목만 봐도 작가님은 재미깨비이신 게 맞는 듯싶다. 특히 "여덟 살에서 살아남기"에는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 묘사를 재미있게 흉내 내는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들어가 있어 읽는 재미가 더 있다.
우리 집 꼬맹이의 여덟 살을 응원하며 딱 적절한 때에 참 잘 만났다 싶다. 늦깎이 엄마인 나 또한 새롭게 힘을 다질 수 있는 여덟 살 엄마에서 살아남기로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여덟 살에서 살아남기". 오늘도 처음 학교생활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여덟 살 친구들과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의 이야기에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챙길 테고, 부모들은 어릴 적 자신들의 여덟 살을 기억해 내고 자녀들의 마음을 더 잘 읽어줄 수 있을 테다. 누구나 지나가는 여덟 살. 멈칫 멈칫하는 순간들이 찾아올 테지만 발밤발밤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아이들은 여덟 살의 그 경험으로 부쩍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