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페이지는 알파벳 순서대로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에 작가들은 더욱더 조건을 뛰어넘는 자유로움을 보여 준다. 적당한 제약은 창조성을 더욱 자극한다.”
--- p. 10 「아름다운 그림책: ABC 그림책」 중에서
“자물쇠와 열쇠가 만나 비밀 일기장이 풀리는 것처럼 겉싸개와 표지가 함께여야 의미 있는 책들이 있다. 『그래봤자 개구리』의 표지는 수많은 올챙이알로 덮여 있다. 도서관에서 겉싸개 없는 이 책을 만난다면 알 수 없는 동그라미에 깜짝 놀랄 독자도 있겠지만, 겉싸개가 더해진 이 책은 완연한 메시지를 담고 독자에게 전해진다.”
--- p. 20 「그림책 물성 안내서」 중에서
“제가 줄리어드에서 드라마를 공부할 때, 같이 공부했던 흑인 배우는 종종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검거나 갈색 피부의 배우가 조명 때문에 생기는 문제 얘기를 했어요. 백인 피부를 진주빛으로 하이라이트 해 주는 효과를 내려면 은색 반사판을 사용하고, 갈색 피부인 사람들은 금색 반사판을 사용해야 피부에 금빛 하이라이트를 해 줄 수 있는데, 문제는 업계 표준이 하얀 피부에 맞춰져 있는 거죠. 어느 사진작가가 그동안 백인 사진만 찍어 왔다면, 그 작가는 어두운 피부톤의 배우에게도 은색 반사판을 사용할 것이고, 그러면 배우가 회색으로 보이는 원인이 됩니다. 제가 이 연결 고리를 찾아낸 후, 갈색 종이에 그리자 색깔이 하얗게 날아가는 문제가 사라졌어요.”
--- p. 53 「인터뷰: 『인어를 믿나요?』 작가 제시카 러브」 중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바다에 도착한 꼬마 인어는 자기의 돌 껍질 속에 갇혀 있던 진짜 꼬리를 되찾고 진짜 인어가 된다. 바닷 속 왕국에서 화려하지만 유한한 삶보다 불멸의 인간 영혼을 갈망한 인어공주처럼 화려한 바다의 분수 위에서 안주하는 삶보다 진짜 바다를 갈망한 꼬마 인어는 파리 곳곳을 다니며 끝없는 유혹과 회유, 절망, 자기 의심이라는 시험 관문들을 통과하며 가려져 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 p. 65 「누가 인어공주에게 돌을 던지는가?」 중에서
“처음 아이디어 짤 때는 재밌어요. 혼자 룰루랄라 즐거워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다가 콘티를 그릴 때는 ‘음 좀 귀찮은데….’ 하면서 카페에 가서 해요. 스케치 뜰 때는 ‘아 너무 하기 싫다.’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실에서 스케치를 뜨고요. 채색할 때쯤 되면 ‘악. 언제 은퇴할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회사원처럼 채색을 하는데 마감할 때쯤에는 몸이 슬슬 아파져요. “아이고 죽겠네….” 하며 마무리하면 일이 끝날 때쯤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근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요. 그럼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해야 해요.”
--- p. 74 「인터뷰: 『눈, 물』 작가 안녕달」 중에서
“지쳐 보이는 토끼에게 내어 준 의자 한 켠이 곰씨에게 미친 영향은? 『곰씨의 의자』 (노인경 글, 그림 / 문학동네)의 곰씨는 배려 한 번에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걸 잃을 지경이다. 타인을 돕다가 내가 불편할지언정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곰씨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했을까? 충돌하고 싶지 않은 ESFJ에게 이 책을 권한다.”
--- p. 84 「그림책 속 인물들의 MBTI」 중에서
“미국의 에즈라 잭 키츠 상은 자신의 저작권 수입이 사회 공헌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에즈라 잭 키츠의 유지를 담아 만들어진 상이다. 1962년 흑인 어린이가 그림책 주인공으로 최초로 등장한 책 『눈 오는 날』 (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 / 비룡소)을 비롯해 평생 다문화 배경의 어린이가 등장하는 그림책을 만든 에즈라 잭 키츠를 기념하여,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 속에 가족의 힘을 강조하는 그림책을 만든 신진 글, 그림 작가(3권 이하 출간)에게 수여된다.”
--- p. 106 「상상 그 이상의 상, 그림책 상」 중에서
“심스 태백은 오래된 동요 가사로 만든 구멍책인 『옛날 옛날에 파리 한 마리를 꿀꺽 삼킨 할머니가 살았는데요』를 최초의 구멍책 작가인 피터 뉴웰에게 바쳤다. 심스 태백은 그림책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최초의 맥도날드 해피밀 박스를 디자인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 p. 116 「헌사열전」 중에서
“세상 어느 독서가 이리도 육체적일까요? 그림책은 스킨십을 일으키고, 그 스킨십은 마법을 일으킵니다. 팍팍했던 마음이 스르륵 풀어지고, 사는 게 고달파도 좀 괜찮아지는 마법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다시 세상에 나갈 힘이 차오르는, 참 좋은 마법입니다.”
--- p. 126 「“그림책을 읽으면 뭐가 좋아요?” 물으신다면」 중에서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에는 지원이와 병관이만 있는 게 아니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주인공 이름은 고대영 작가 자녀들의 실제 이름을 딴 것이다. 첫 그림책 『지하철을 타고서』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를 포함해 총 아홉 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처음엔 펭귄과 양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려고 했지만, 인물 캐릭터로 설정을 바꾸면서 이미 구상해 두었던 동물 캐릭터를 본문에 조그맣게 그려 넣었다. 지원이가 나오는 장면에는 양, 병관이가 나오는 장면에는 펭귄이 등장한다.”
--- p. 141 「그림책 속 숨은그림찾기」 중에서
“요구룽을 마시며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서 읽는 잠자리 독서 책은 『멸치 대왕의 꿈』 (천미진 글, 이종균 그림 / 키즈엠). 메추리알 사건도 있고 하니 좀 더 맛깔나게 읽어 줬는데, 삼천 살 먹은 멸치 대왕이 꾼 꿈 이야기를 듣고 난 아이의 한마디, “내일은 멸치볶음 먹어요.” 딸아, 책 본 것 맞지? 그래, 뭐든 재밌게 보고 맛있게 먹으면 그게 남는 거지. 내일은 멸치볶음에 김 싸 먹자! 그림책 덕분에 한 끼 한 끼가 예사롭지 않다.”
--- p. 164 「칼럼: 다이내믹 그림책 육아」 중에서
“그림책은 모든 연령대를 위한 책이지만, 창작자는 주요 독자층을 놓치면 안 돼요. 훌륭한 그림책은 모든 연령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림책이 훌륭한 책이 되려면, 반드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 p. 184 「인터뷰: 『우리는 딱이야』 글 작가 민 레」 중에서
“지금 인류가 마주하는 이야기의 장면은 어둡지만, 저는 우리가 힘을 합쳐 삶의 다음 장면을 잘 만들어 낼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요. 참 멋진 일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늘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쏟아야 해요. 삶이라는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다음엔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지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우리의 이야기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세요. All the time is story time!”
--- p. 186 「인터뷰: 『우리는 딱이야』 글 작가 민 레」 중에서
“뜨개질의 힘은 『빨간 늑대』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가두어 둔 딸에게 뜨개질을 허락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글을 읽으라 교육하면서 읽은 대로 살지는 못 하게 하는 아버지들의 모습과 똑 닮았다. “너는 여자이니까, 세상은 위험하니까. 네가 읽은 위인전대로 사는 건 위험하니까. 여자 주제에.” 이렇게 가둔다. 이 불일치가 여성들 내면에 터져 나오는 균열을 만든다. 로젤루핀이 빨간 늑대 옷을 입고 탑을 뚫고 나간 것처럼, 글을 읽고 꿈을 꾸게 되었을 때 꿈을 실현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으면 그 누구인들 내면에서 외부로 터져 나가지 않겠는가. 그래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화 연구가인 뤼스 이리가레(Luce Irigaray)는 여성들의 글에는 찢어져 갈라진 틈(fissures)이 있다고 했다.”
--- p. 202 「여성은 왜 글을 써야 하는가?」 중에서
“샌닥도 덕후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모차르트 덕후였다. 공공연히 모차르트의 팬임을 밝혔던 그는 “삶에 목적이란 게 있다면, 나는 모차르트를 들으려고 태어난 것”이라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런 샌닥에게 믿을 수 없는 제안을 한 인물이 있었다. 1978년, 오십을 바라보던 나이의 모리스 샌닥은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를 집필 중이었다.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샌닥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 p. 214 「샌닥이 사랑한 모차르트」 중에서
“『알사탕』 (백희나 글, 그림 / 책읽는곰)에서 동동이와 함께 놀고 싶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다 고백하는 구슬이를 기억하는가. 작가와 함께 지내는 반려견 구슬이와 더불어 구슬이 엄마 방울이, 어린 시절 키우던 순영이를 위해 만든 『알사탕』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나는 개다』 (백희나 글, 그림 / 책읽는곰) 역시 빠질 수 없는 작가의 반려동물 그림책이다. 책에 등장한 구슬이 엄마 방울이는 (작가와 12년을 함께 한 반려견) 해마다 많은 강아지를 낳는 믹스견이다.”
--- p. 228 「그림책 작가의 반려동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