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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 사철노출제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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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52g | 120*190*20mm
ISBN13 9791192107738
ISBN10 11921077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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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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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지은 집에 산다는 것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눈에 들어오는 집을 볼 때마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시간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 집을 짓기 위해 우리의 시간을 한없이 썼다. 누군가 쌓아 올려놓은 거친 돌벽 위에 우리의 노력과 시간을 더했는데 모든 과정이 지층처럼 쌓여서 이렇게 빛이 나다니. 집을 짓느라 고생도 무지하게 했지만 우리는 젊었으므로 다 괜찮았다. 집은 사는 사람의 취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세계가 담겨 있고, 사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마음이 곳곳에 놓여 있다. 얼기설기 지은 집이지만 꽤 우리답게 완성된 모습이라 맘에 든다. 집을 둘러싼 구석구석 모든 것들이 우리 두 사람을 보는 것 같아 봐도 봐도 신기하다.
---「오늘의 집」중에서

특히 사람과 함께 집 안에 사는 개는 사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람처럼 늙어간다. 늙은 개가 소파에서 파묻히듯 누워 코를 고는 모습을 보거나 뿌웅 하고 방귀를 뀌고서 눈을 껌벅이며 모른 척하는 걸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개와 함께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으이그.” 하고 말하면서도 귀찮은 온갖 일들을 개를 위해서 척척 잘도 해낸다. 개가 리드 줄을 발밑에 물어다 내려놓고 하염없는 눈빛을 보내면 아무리 추운 날이라 해도 파자마에 겉옷을 대충 껴입고 현관을 나서야 하는 것이 개와 함께 사는 인간의 운명이다.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중에서

매일 해야 하는 산책이므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코스를 짰다. 비가 오는 날, 햇살이 뜨거운 여름,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안개가 많은 날, 눈이 쌓인 날, 한파가 몰아칠 때 각각 가야 하는 길과 갈 수 있는 장소가 달랐다. 그 덕에 우리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숨겨진 숲길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제주의 자연을 마주했다.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길을 참 많이도 걸었다. 마치 산책을 하려고 제주도에 이사 온 사람들마냥 산책에 중독되어 개들과 함께 걷고 또 걸었다. 두식이가 선발대가 되어 찾아놓은 길들을 다정이와 덕천이와 슬기도 함께 걸었다. 두식이도 똥강아지들과 함께 걸으면 더없이 신이 나는지 늙은 꼬리를 하늘로 힘껏 치켜올렸다.
---「산책 수첩」중에서

마을길로 두식이를 데리고 나가면 “개가 크기도 크다!” 하는 할망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산책은 해야 하고 불편한 시선을 피하고 싶으니 인적 드문 숲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숲까지 가려면 반드시 마을길을 지나야 하는데 마을길을 통과하는 것은 산책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미션 같다. 시골에선 ‘개=똥’이라는 공식이 있어서 ‘큰 개=큰 똥’ ‘더 큰 개=더 큰 똥’ ‘정말 큰 개=정말 큰 똥’이라는 자동등식이 성립되므로 두식이와 내가 마을길에 나타나면 동네 할망들의 시선은 우리를 따라 함께 움직였다.
---「큰 개 두식」중에서

“만약에 말이야. 지구에 대재앙이 와서 우리가 갑작스러운 식량난에 시달리게 되면 두식이가 우리의 비상식량이 되어줄 거야. 대단한 희생이지. 우린 두식이 덕에 적어도 일주일은 걱정 안 해도 돼.”
그 말을 들은 나는 며칠을 곰곰이 생각했다. 지구 대재앙의 시국이 닥쳐서 사람들이 모여 앉아 비상식량으로 두식이를 나눠 먹다가 나에게 살코기 한 점을 들이미는 장면이 자꾸만 연상되었다. 그는 그저 가볍게 한 말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내 머릿속에는 자꾸 그런 장면만이 상상되었다. 나는 두식이를 먹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해야 한다. 아니 나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그 상황을 원천봉쇄할 수 있어야 한다. 고민은 심도 있게 며칠간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될까.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중에서

“개 죽었다. 뒷마당에는 가지 말라!”
내게 그 말을 하고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앞집 삼춘도 어느새 사라졌다. 나는 이웃 할머니의 마당에 혼자 남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멈춘 듯 고요한 시간 위에 미동조차 없이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하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정말로 개가 죽었다면 묻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뒷마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딘가 누워 있을 덕천이를 상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정적만 흘렀다.
---「덕천에서 왔어요」중에서

삼순이는 이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아기 고양이를 물어 나르며 이 집 저 집을 헤매고 다녔다. 며칠 후 퇴근길에 다시 마주친 삼순이는 다리까지 다쳤는지 절뚝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초췌한 얼굴이 많이 지쳐 보였다. 나는 삼순이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힘들면 새끼들 데리고 밥 먹으러 우리 가게로 와. 다 와도 되니까 괜찮으면 와.”
다음 날 아침,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삼순이가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모두 데리고 가구 매장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말을 대체 어떻게 알아들은 걸까. 고양이의 언어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아침저녁으로 고양이 식탁을 차렸다.
---「동네 고양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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