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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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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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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504g | 138*203*20mm
ISBN13 978895444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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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신이 검정 가방에 담겨 들것에 실려 나왔다. 그의 이름은 미나. 미나 리였다. 그랬다. 그가 바로 마고의 엄마였다.
--- p.27

미나는 찌개를 한술 떠 후후 분 다음, 세상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맛의 음식을 입에 넣었다. 짭짤한 된장 맛이 혀에 퍼지는 순간 온몸이 찌르르 회복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 마치 머릿속에 한 무리의 보라색 봄 야생화가 활짝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부모님을 잃은 뒤 처음으로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그때 한 노인이 흙길 가에 서 있던 자신을 집으로 데려가 된장찌개를 먹이고는 다시 길을 혼자서 찾아가게 했다. 당시 엄마 생각 때문에 음식을 먹으며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났다.
--- p.37

“미스터 김.”
그가 뒤를 돌았다. 얼굴이 초췌하고 눈가에 피로가 가득했다.
미나는 그에게 다가갔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볼 때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만큼은 떨어져서 섰다.
“그 아이 지금 아픈가요?”
“누구 말씀이세요?”
“마리오요.”
“아, 아뇨. 그 아인…….” 그는 혹시 뒤에 누가 오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추방당했어요. 본국인 멕시코로.”
그 순간 미나는 손에 들고 있던 알루미늄 캔만큼이나 차가운 거리감을 그에게 느꼈다. 불현듯, 그걸 집어던져 이 잔인한 형광등을 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요?”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 순간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마 이제 두 번 다시 마리오를 못 보게 될 것이었다.
--- p.149

마고의 엄마는 현재가 그저 깨기 쉬운 얼룩진 달걀 껍질에 불과한 양 순간을 툭 깨뜨려 기억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었다. 십 대 때 마고는 엄마에게 콘서트에 가게 해달라고 조른 적이 있었다(지금은 그 밴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의 부모님이 차로 바래다주기로 했다는 거짓말까지 했지만, 엄마는 밤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알아?” 엄마는 한국말로 소리쳤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냐고! 나는 몇 년째 재미라곤 한 번도 못 느껴봤어. 흥, 재미?”
“왜 내가 행복하게 살게 내버려두지 않아요?” 마고는 이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어로 소리쳤다.
“학교 공부해야지. 얌전히 집에 있으면서. 너는 네가 얼마나 운이 좋은 아인지 알기나 해? 엄만 네 나이 때 뭘 했는지 알아?” 엄마는 검지로 자기 가슴을 쿡 찔렀다. “엄만 어렸을 때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했어. 그게 어떤 건지 네가 알아? 나는 안 아픈 때가 없었고, 우리 같은 아이들한텐 날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 우린 그냥 전부 다 짐이고 먹여 살릴 입이었다고. 나는 일찌감치 자신을 먹여 살리는 법을 배워야만 했어. 재미라니. 이 세상에 재미 같은 건 없어.”
--- p.239

마고는 외롭다는 말이 싫었다. 묻고 싶었다. 나는요? 엄마가 외로웠던 건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제가 태어난 것도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도 외로웠어요. 외로웠다고요. 아무도 날 원치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마고는 이를 악물고 말을 삼켰다.
“네 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외로우셨어. 하지만 그게 우리 같은 여자들의 인생이야.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살았던 거고. 그래서 그런 결정들을 내렸던 거야. 살아남아야 하니까. 우린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 서로를 보호할 수 있으니까.”
--- p.240

식사를 마치고 미세스 백은 일종의 화해의 제스처로 노란 사과 두 개를 깎았고 두 사람은 그걸 말없이 나눠 먹었다. 가지에서 막 딴 것처럼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게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남의 나라에서 홀로 삶을 꾸리려 안간힘을 써온 그들이지만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음식과 말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상기시켰다. 삶은 대체로 지루하고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경이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특히 미스터 김이 미나에게 대관람차를 타자고, 자신과 함께 다른 삶을 상상해보자고 한 것처럼, 두려움을 무릅쓰고 스스로를 경계선 너머로 밀어붙인다면 눈부신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 p.248

이제 엄마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메리 김과 그의 운전기사 겸 애인 성민 그리고 박 사장까지, 엄마를 해치고 싶어 했을 만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쩌면 그것이 엄마 같은 여자, 가난하고 여러 면에서 힘은 없지만 그럼에도 기적처럼 꿋꿋이 살아가는 여자, 평생 온 세상과 맞서 싸우며 살아가는 사람의 삶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중에 가장 엄마의 죽음을 바란 사람은 누구일까?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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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유희로 가득한, 우리에게 귀를 기울여달라고 외치는 이야기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언어소통이 실패할 때에도, 과거에 벌어진 가슴 아픈 일을 공유할 수 없을 때조차 이루어지는 어머니와 딸의 유대에 관한 장엄한 탐험이다.
-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그리고 그들의 미국인 자녀들이 어떻게 세계 사이에 갇힐 수 있는지에 대해 감동적인 시각으로 써내려갔다.
- 알리사 콜, 크라임리즈
시기 적절하고 중요한 소설이다. 독자들은 가족의 강력한 유대감과 취약성, 그리고 ‘아메리칸드림’을 위한 노력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다룬, 이 진심 어린 소설을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 팝슈거
긴장감 넘치고 깊이감이 느껴진다.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마고 리가 어머니의 죽음을 발견한 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미나와 마고 사이를 갈라놓은 비밀과 그들을 하나로 묶은 비밀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낸시 주연 김의 데뷔작은 이민자의 다양한 경험을 드러내고,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탐구한다. 특히 언어의 본질에 천착하여 즉 언어가 사람과 세상을 갈라놓는 바다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는지를 예술적으로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아메리칸드림의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소설뿐만 아니라 실제 삶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조명한다.
- 클로이 벤저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불멸주의자』 저자)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낸시 주연 김은 엄마와 딸을 얽어매는 죄책감, 사랑, 비밀의 복잡한 그물을 부드럽고 우아하게 탐구한다. 강력하고 감동적인 이 매혹적인 소설은 이민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복잡한 삶을 주제로 삼았다. 독자는 어머니의 의심스러운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에 매료될 것이다.
- 진 곽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실비 리를 찾아서』 저자)
낸시 주연 김의 데뷔작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침묵인 한인 이민자 어머니와 한국계 미국인 딸 사이의 침묵의 양면을 조심스럽게 조명한다. 사회 계층, 이민, 가족에 관한 놀랍도록 강력하고 독창적인 소설이다.
- 알렉산더 치 (베스트셀러 『자전소설을 쓰는 법』 작가)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한국 여성과 한인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고찰한다. 낸시 주연 김은 언어, 지리, 정체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동적이고 날카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깊은 집단적 슬픔, 즉 한이 담긴 언어를 사용하여, 함께이면서도 홀로 태평양을 넘은 어머니와 딸 사이의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작가는 한국 여성이 지닌 ‘잔해 속의 삶’의 의미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미국 역사와 문학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한인의 존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 고은지 (베스트셀러 『마법 같은 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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