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2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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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21쪽 | 773g | 155*233*35mm |
ISBN13 | 9788982735523 |
ISBN10 | 8982735526 |
출간일 | 2002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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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21쪽 | 773g | 155*233*35mm |
ISBN13 | 9788982735523 |
ISBN10 | 8982735526 |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발표한 장편소설. 1990년에 폴커 슈렌도르프가 감독하고 나타샤 리차드슨이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여성'이 사회적으로 통제.관리되는 허구적 현실을 섬뜩하게 묘사했다. 예전에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새롭게 펴냈다. |
1장 밤 2장 쇼핑 3장 밤 4장 대기실 5장 낮잠 6장 집안 식구들 7장 밤 8장 생일 9장 밤 10장 영혼의 두루마리 11장 밤 12장 이세벨의 집 13장 밤 14장 구제 15장 밤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 |
몇 달 전부터 기다리다가 드디어 읽었다. 도서관에 있는 신간 시녀이야기는 다 대출 중이라서 2002년 버전으로 읽었다. 번역이 초큼....... 아쉬웠다ㅠㅠ 이래놓고 나는 얼마나 잘 하겠냐마는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도 문장이 좀 어렵게 느껴졌다. 근데 영어랑 한국어는 진짜 근본부터가 달라서 어쩔 수가 없다ㅠㅠ
마지막에 책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가 나왔다. 옮긴이의 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역시 책의 일부분이었다. 한층 완성도를 높여줬다. 이 챕터를 읽고 '증언들'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챕터 나오기 전에는 이야기가 뭔가 아리송하게 끝난 것 같았다. 후속작이 왜 34년 만에 나온 거지 진작 안 나오고, 싶을 정도로 뒷 이야기가 무조건 있을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증언들'이 기대된다!
1.
나는 당시의 규칙들을 기억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던 그 규칙들 말이다. 설사 상대가 경찰이라 하더라도, 절대로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마라. 문 아래로 신분증을 밀어넣으라고 해라. 곤경에 처한 척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도와준답시고 길가에 정차하지 마라. 자동차 문을 잠그고 계속 가라. 누군가 휘파람을 불어도 절대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지 마라. 밤에 혼자 빨래방에 가지 마라. ... 세상에는 자유가 한 가지밖에 없는 게 아니야, 리디아 <아주머니>가 말했다. 목표를 향한 자유가 있는가 하면 무언가로부터의 자유가 있지. 무정부 시대의 자유는 무엇을 행할 자유였어. 하지만 지금 여러분에게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거야. 그것을 얕보지 마.
TMI지만 마지막 문장 주술호응이 안 맞다....... 뀨. 그냥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구절 같았다.
《시녀 이야기》는 ‘길리어드’라는 나라에서 펼쳐지는 암울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 나라는 실존하지 않는 나라이지만 언제든 가능한 나라이기도 하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기 또한 먼 미래일 수 있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서술자인 ‘시녀’의 실존 여부를 ‘국제 역사 학회 총회’에서 다루게 되는데, 이 총회가 열리는 것이 219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이백년 쯤 후이다.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1985년이다.)
“전에는 육신이 쾌락을 위한 일종의 도구이며, 운송 수단이자, 내 의지를 성취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한계가 있긴 했어도 내 몸은 여전히 유연하고 단일하고 견고했으며 나와 하나였다... 이제 육신은 스스로를 다른 형태로 재배열했다. 나라는 존재는 중심이 되는 대상을 둘러싸고 응집된 구름 같은 형상이 되어버렸다...” (p.112)
소설의 주인공은 ‘시녀’이다. ‘시녀’는 일종의 계급을 의미하고, 소설 속의 계급은 각각의 계급에 속하는 이들의 기능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이들 ‘시녀’는 암울해진 미래 인류의 자궁이라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들은 이 사회의 상층부 계급인 사람들, 사령관이라고 불리우는 사내와 그 아내의 집에 함께 기거한다. ‘시녀’는 정해진 날짜에 ‘사령관’과 임신에 필요한 관계를 맺는다, 아니 맺어야만 한다.
“나는 서른세 살이다. 머리카락은 갈색이다. 맨발로 선 키가 5피트 7인치다. 옛날에는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쓸 만한 난소를 가지고 있다. 내게는 기회가 한 번 더 있다.” (p.212)
이 관계는 철저히 필요한 아기의 임신과 출산에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이 관계에는 사령관의 아내가 함께 하고, 사령관과 시녀 사이에는 베일이 있고, 삽입 이외의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녀는 몇 번의 시도 이후에도 출산을 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사령관에게로 넘겨지고 거기에서도 몇 번의 실패를 하게 되면 시녀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이야기의 서술자인 나는 바로 이러한 시녀이다.
“... 그녀는 본명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실제로 본명의 기록은 ‘라헬과 레아 재교육 센터’에 입교하는 순간 말소되었을 겁니다. ‘오브프레드’ 역시 아무런 실마리를 던져주지 못하는데, ‘오브글렌’이나 ‘오브워렌’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소유격과 주인에 해당하는 신사의 이름으로 구성된 가부장제적인 이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이름들은 이 여성들이 특정한 사령관의 가정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 붙여져서 떠날 때는 되돌려주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p.450)
이러한 사회는 ‘산 안드레아스 단층 지대에서 폭발한 원전’ 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변형 매독균, 화학물질 및 방사선 물질로 가득 찬 대기와 독성 화합물질이 녹아든 물로 황폐해진 환경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아기의 출산이 어려워진 환경 아래에서 가속화된 남성 지배 사회에서 발명해낸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시절에는 딸이 있었고 남편이 있었던 나는, 어느 순간 그저 자궁의 역할을 하는 시녀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내 머릿속에서 다시 짜맞추어 재현한 이야기다. 전부 다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지금 이 순간, 머릿속으로 했어야 하는 말,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 했어야 하는 행동, 하지 말았어야 하는 행동, 어떻게 했어야 할까를 끝없이 되새기며 내 방의 싱글 침대에 똑바로 누워서 머릿속으로 재현한 이야기이다...” (p.198)
소설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서서히 그러다가 한 순간에 뒤집혀버린 환경, 그러한 환경 아래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독점적인 권력, 그 권력 아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탈당할 수밖에 없는 여성이라는 주제가 근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암울한 사회 양식의 디테일한 재현으로 완성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갈등 양상이 아니라 이러한 대결 구도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 권력 제반의 문제를 포괄하고 있어 여운이 길다.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 김선형 역 / 시녀 이야기 (The Handmaid’s Tale) / 황금가지 / 458쪽 / 2010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