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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싶다면

소설을 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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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12g | 140*225*20mm
ISBN13 9788960905498
ISBN10 8960905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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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난 이제 더 이상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아요. 뭔가를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도 않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 읽고 싶은 몇몇 책들이 있답니다. 무엇 때문인지 그 이유를 말하긴 어렵군요. 읽지 않고 떠난다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 p.15

물론 하나하나의 단어가 모두 다 완벽한 단어일 수는 없습니다. (…) 하지만 잘못된 단어들, 또는 문장이나 해당 페이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단어들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감식력이 있어야 합니다. 글이 나빠졌을 때 그걸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해요.
--- p.30

작가로서 출발한 초기에는 대개 자신의 목소리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보통 확실히 자리 잡은 어떤 작가의 영향을 받거나 그 작가에게 끌리기 마련이죠. 그 작가가 뭘 하든 그걸 따라서 해보려고 합니다. 그 작가가 사물이나 현상을 어떻게 보든 그와 똑같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그런 애착은 약화되고 여러분은 다른 작가들에?그리 강렬하지 않게? 끌리게 되고 여러분 자신의 글에 끌리게 됩니다. 그러한 연습과 변화를 거치다 보면 다른 작가가 끼어드는 일 없이 전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는 때가 오고, 그러면 비로소 여러분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리게 됩니다.
--- p.31~32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런 것 같아요. 그것들에도 시간의 흔적이 어리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최신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일은 없지요. 그것들은 시간 바깥으로 나가서 존재하거나 아니면 소멸됩니다.
--- p.75

나는 처음 쓴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표현을 싫어해요. 글쓰기의 온전한 기쁨은 글을 다시 점검하여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보는 기회에서 오는 거예요.
--- p.101

나는 단어를 손에 넣고 비벼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정말 최선의 단어인지 미심쩍어하면서 손안에서 단어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느껴보는 거죠.
--- p.102

의미가 있어야 해요. 그저 뭔가를 썼다고 해서 정당화되지는 않는답니다. 독자를 놀라게 할 필요는 없어요.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놀라게 하는 것을 경멸하지요. 극적일 필요도 없어요. 피터 테일러의 「내슈빌의 아내A Wife of Nashville」는 극적인 요소가 없답니다. 단편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정도 완전한 느낌을 주어야 해요.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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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쉽게 연마되지 않는 것
소설 쓰는 일에는 숙련공이 없다

소설을 쓰다 보면 늘 겪는 일이 있다. 막막한 첫 문장을 쓰고, 어느새 실패가 자명해져 계속 써나가고 싶은 마음을 잃고, 그럼에도 쓰고, 기어이 낙담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 할 수 있다면 소설에 대해 처음부터 배우고 싶어진다.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읽어본 적 있다면, 일생 한 번뿐인 사랑을 놓치고 나서야 사랑 말고 달리 중요한 게 뭐냐고 되묻고 가만한 나날을 보내다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려봤다면, 소설이란 쉽게 쓰일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인생과 사랑에, 흐릿한 마음과 상심에 늘 미숙하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하거나 배운다 해도 쓰는 일이 여전히 수월치 않으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삶이 쉽게 연마되지 않으므로 소설 쓰는 일에는 숙련공이 없다. 그래서 설터는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플롯이나 시점을 말하는 대신 면밀히 인생을 관찰하고 기억해보라고 에두른다. 삶의 어떤 순간을 그저 머릿속에 떠올려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어떤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쓰라고. 이것은 소설의 기술技術이라기보다 삶의 기술記述에 가깝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상상의 소산이 아니라 삶의 기록이다. 그럼으로써 꿈 같고 몽상 같던 나날에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설터의 말처럼, 글로 쓰지 않은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테니까. 글로 기록된 것만이 진짜일 테니까.
- 편혜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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