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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봇 다이어리 : 시스템 통제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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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FoP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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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66g | 114*189*17mm
ISBN13 9791159922657
ISBN10 115992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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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놈의 입속에서 바라다지를 끄집어내고 대신 들어간 뒤에 목구멍을 향해 무기를 발사했다. 그리고 조금 위로 올려 뇌가 있을 만한 곳을 향해서도 쏘았다. 순서는 약간 헷갈린다. 내 현장카메라 피드를 다시 돌려봐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건 내게 바라다지가 있었고, 놈에게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녀석은 다시 굴속으로 사라졌다.
바라다지는 의식이 없었다. 오른쪽 다리와 옆구리의 큰 상처에서 난 피가 보호복 밖으로 흘러나왔다. 나는 무기를 다시 등 뒤에 고정한 뒤 양손으로 그 여성을 들어 올렸다. 난 이미 왼팔의 장갑과 그 밑에 있던 살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지만 비유기체 부분은 아직 작동하고 있었다. 지배모듈에서 명령이 쏟아졌지만 나는 해독하지도 않고 나중으로 미루어두었다. 지금은 비유기체 부분도 없고 나처럼 수리하기도 쉽지 않은 바라다지가 확실한 우선순위였다. 나는 긴급 피드에서 의료시스템이 내게 뭐라고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바라다지를 크레이터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했다.
--- p.10~11

아라다가 구급상자를 꺼내 와서 바라다지의 출혈을 막고 그녀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가전제품처럼 있으려고 노력하면서 인간들이 가리키는 상처 부위를 잡아주었고, 점점 떨어지는 내 체온으로 바라다지를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애썼고, 인간들이 나를 보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p.18

나는 내 고객이 어떤 인간인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이 단체가 자유보유권을 인정하는 행성에서 왔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자유보유권이 있다는 말은 그 행성이 테라포밍과 개척 과정을 거쳤지만, 어떤 기업 연합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자유보유권이라는 말은 대체로 개판이라는 뜻으로 통하기에 나는 그 인간들에게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함께 일하기 쉬운 부류였다.
나는 새로 돋아난 피부에 묻은 액체를 씻어낸 뒤 칸막이방 밖으로 나왔다. 문득 다시 조립하지 않은 장갑이 내 몸에서 나온 체액과 바라다지의 피를 뒤집어쓴 채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멘사가 칸막이방 안을 들여다본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마 내가 그 안에서 죽어 있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수리를 위해 장갑을 전부 재생기의 각 슬롯에 다시 넣었다.
--- p.30~31

멘사와 아라다가 그에 대해 내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던 인간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세상에, 살인봇에게 어떻게 느끼냐고 묻는다니. 그런 생각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효율이 97퍼센트로 떨어졌다. 차라리 제1위협의 입속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 p.49~50

“이건 역겨운 관습이야. 끔찍해. 노예제도라고. 이건 구라틴보다 더 기계라고 할 수도 없…”
오버스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넌 그게 모를 거라고 생각해?”
나는 고객이 내게 무슨 짓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지배모듈이 온전했다면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회사를 제외하고는 고객을 밀고할 수도 없었다. 그게 아니면 해치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그 대화에 태그를 달아 멘사에게 보냈다.
조종실에서 멘사가 외쳤다.
“라티! 이미 얘기 끝났잖아!”
나는 자리에서 빠져나와 호퍼 뒤쪽으로 갔다.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서 보급품 상자를 마주한 채 뚜껑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건 실수였다. 지배모듈이 멀쩡히 있는 보안유닛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 p.72~73

“저를 죽이셔야 합니다.”
인간들이 내 말을 이해하는 데, 그러니까 현장카메라로 본 내용을 종합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영겁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을 측정하는 내 능력도 온전치가 않았다.
“안 돼.”
라티가 말했다. 나를 내려다보며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돼. 그렇게는 못해.”
멘사가 말했다.
“그러지 않을 거야. 핀-리가?”
오버스가 수리 도구를 떨어뜨리고 좌석 두 열을 넘어가며 핀-리를 불렀다. 자신이 조종간을 잡고 핀-리에게 나를 고치도록 할 생각이었다. 나는 핀-리가 나를 고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엉덩이 관절이 날아간 채로 한쪽 팔만으로도 호퍼에 탄 모든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좌석 위에 놓여 있던 소형 무기를 집어 들고 내 가슴을 향해 돌린 뒤 방아쇠를 당겼다.
--- p.103~104

구성체를 반은 봇, 반은 인간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러면 마치 두 절반이 별개인 것처럼 들린다. 봇 부분은 명령에 따라 일을 하려 하고, 인간 부분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도망치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하나의 완전한 존재였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무엇이 필요한지도 전혀 모르는.
어쩌면 인간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라다나 라티가 폭주한 보안유닛에게 잡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속이 뒤틀렸다. 현실에 대해 감정을 느끼는 건 싫었다. 그런 건 〈거룩한 위성〉을 보고 느끼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러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텅 빈 행성을 떠나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그냥 살아가기? 만약 그럴 생각이라면 좀 더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서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 자료를 다운로드받았어야 했다. 그래도 배터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볼 수 있을 만큼 받을 수는 없었겠지만. 내 사양에 따르면 내게는 앞으로 수십만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보기에도 바보 같은 짓 같았다.
--- p.14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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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봇 다이어리 4권 세트

머더봇 다이어리 4권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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