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1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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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380g | 150*215*15mm |
ISBN13 | 9788991418271 |
ISBN10 | 8991418279 |
발행일 | 2020년 01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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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380g | 150*215*15mm |
ISBN13 | 9788991418271 |
ISBN10 | 8991418279 |
서시 가면 갈수록 · 9 작품 산정의 단단한 집 · 14 히말라야의 아침 기도 · 18 호수 같은 마음으로 · 22 누비아 사막의 농부 · 24 꽃피는 노동 · 26 연꽃 줄기로 옷감을 짜는 여인 · 30 연자방아로 땅콩기름을 짜다 · 32 진창 위의 꽃밭 · 34 ‘올드 바자르’의 향신료 가게 · 38 눈부신 삶의 깃발 · 40 나귀야 조심조심 · 44 파슈툰의 목자 · 46 포도나무 아래서 · 48 나무 그늘 아래 낮잠 · 50 꽃을 타고 온 아이 · 54 만년설 물을 긷다 · 56 엄마의 커피 · 58 광야의 환대 · 62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 · 64 바람의 아이들 · 66 티베트의 유목민 · 70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 72 안데스의 멋쟁이 농부 · 76 사탕수수밭의 소녀 · 78 탕크와를 저어갈 때 · 80 두 세상 사이의 경계에서 · 82 바위산 같은 믿음으로 · 86 단 한 권의 책 · 88 작디작은 모스크 · 90 그래도 아이들은 웃는다 · 94 홍수가 쓸고 간 학교 · 98 카슈미르의 저녁 · 100 간절한 기도 · 102 올리브나무 신전 · 104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 108 내 마음 깊은 곳의 방 · 110 마추픽추 산정에서 · 112 약력 · 117 저서 · 122 |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면 갈수록>이라는 서시로 문을 열고 있다. 희망과 믿음과 사랑이 나를 살아있게 만들고, 가난과 고난과 고독이 나를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만들고, 살아있게 만들었다는 박노해 시인의 시.
한국도 전쟁이 끝나고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물건이 넘쳐나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책상 서랍을 한번 열어보자. 예전에는 모든 물건이 귀했던 만큼 한 자루의 연필도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쓰고도 볼펜 자루에 끼어서 사용했었는데 이젠 몽당연필을 보기도 힘들다. 레트로라는 이름을 달고 아예 몽당연필로 만들어져서 팔리는 연필이 있을 뿐.
박노해 시인의 눈으로 포착한 흑백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만든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국경 분쟁이 끊임없는 파키스탄 히말라야 고원의 풍경들, 불타는 태양과 사막의 나라 수단의 풍경들, 인레 호수와 함께 보여주는 버마인들의 단아한 미소들, 수마트라섬의 고산지대에서 피어나는 향기로운 커피 향이 나는 인도네시아 가족들, 올리브 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광야 마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길손을 환대하는 수단, 안데스 고원 5천 미터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잉카의 후예 께로족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페루, 말을 타는 유목민이 보여주는 호감의 미소로 반겨주는 티베트, 불필요한 동작 없이 나일강에서 전통 배를 타는 소년이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 동쪽은 인도 서쪽은 파키스탄인 분쟁의 땅 카슈미르, 폐허의 유적지 옆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들려주는 적막한 고대 도시 페르가몬, 마지막으로 마추픽추 산정 돌벽 틈에 처연히 홀로 피어있는 민들레가 반복되는 역사를 되돌아 보라는 듯 은밀하게 손짓하고 있는 페루.
내가 가장 자주 가는 서울 종묘에서 가끔 인생무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 있다. 날이 너무 좋은 날에 특히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 다음에 가면 나도 흑백 사진으로 찍어봐야겠다. 종묘가 주는 적막감과 인생무상을 생각하며 좀 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삶을 가꿔가야겠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단순하게단단하게단아하게 #박노해 #느린걸음 #사진에세이 #박노해사진에세이 #흑백사진
『박노해 사진에세이 4종』
박노해 (글/사진) | 느린걸음 (펴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SIMPLY, FIRMLY, GRACEFULLY
살면서 알아가는 것들이 있고, 억지로라도 잊고 싶은 것들이 있고,
떠오를 때마다 후회되는 것들도 있고, 잊지 않으려 애쓰는 것들도 있다.
어린 시절, 소녀 시절, 청년 시절을 따라 열정적으로 일만을 껴안았던 시절도 있었고,
처음으로 가져본 내 것이라는 것들에 이름을 지어준 시절도 있었다.
아둥바둥 살아오던 그 시절들의 내 모습을 추억하려 해보니 잘 살아왔다고 칭찬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다. 나 자신의 칭찬에 인색한 지난날의 핑계는 바쁘고 분주했고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던 기준 미달의 못마땅함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를 옥죄이던 모습들은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아 외면하려 애쓰는 것들이 훨씬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몰랐고, 단단하게 사는 방법을 무시했고, 단아하게 사는 방법을 미뤄두었다.
그런 것들이 나에겐 어떤 색깔일까. 희미하게 다가오는 알듯말듯한 사유들. 답답한 마음 속에 침잠해 있던 나의 열정과 격정들이 다른 모습으로 꿈틀대는 움직임들. 그런데 나는 그런 것들을 명명하게 알지 못했다.
앞을 향해 걸어보면 아련했던 것들이 선명해지는 때, 이젠 일보다는 사랑에 더 관심이 쏠리는 때이기 때문일까.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를 보다가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
- 내 희망은 단순한 것
- 내 믿음은 단단한 것
- 내 사랑은 단아한 것
놓치고 살았던 단.단.단의 의미가 가슴 시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단.단.단 하기에 내 삶은 불안하고 불완전하고 불확실하지만 모든 것이 다 잘 될거라는 희망과 믿음 그리고 사랑을 품는 지경을 넓혀 갈 수 있으리라.
가난과 불운이 동시에 닥쳐온다 해도 인생이 모두 한 가지 답으로 마쳐지는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가득한 날들이라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에 대한 길라잡이가 단.단.단.일 것이다. 삶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겨주는 것이라 했다. 삶은 이야기를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라 했다. 틀려도 인생이고 맞춰도 인생일 것이다. 성찰이 있을 후에야 길이 된다고 했으니 우리는 주구장창 답을 대는 일밖에 없겠다.
박노해 저자는 마추픽추 산정에서 경탄한다. 살아 있는 민들레 한 송이, 살아있는 아이들의 깊은 눈동자를 그냥 보낼 수 없다. 당당한 그들의 구도를 프레임에 담는 그를 통해 우리는 피사체들의 가장 생생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함축한 시간 여행의 미담을 고스란히 내 안으로 들여온다. 돌벽 틈에 끈질기게 피어난 민들레를 위한 시가 되었다. 단단하고 단순하고 단아한 마추픽추 산정의 건축, 내 마음 굳기가 어느 고원의 돌벽과 같다면 나도 그 안에 내 소원하는 것들을 피워낼 수 있겠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속에서 지구 곳곳에 뿌리내리고 소박하게 살고 있는 작은 사람들의 큰 희망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시와 사진 속에서 들릴 때면 내가 짊어진 것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해결 못할 일들이 없거늘 너무 낑낑대는 건 아닐까 해서 말이다.
많은 것들을 명상하게 하지만 결국 굵직한 한 가지 정념으로 묶어내는 힘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일거다.
#박노해사진에세이 #느린걸음 #독서카페 #길
#하루 #박노해 #내작은방 #단순하게단단하게단아하게
#리딩투데이 #리투리포터즈
♣ 홍수가 쓸고 간 학교
마을에 큰 홍수가 있었다. 아직 다 복구하지 못한 학교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모여 수업을 한다. 무슨 사연일까, 자꾸만 문밖을 바라보는 소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고 만 걸까. 오지 못한 짝꿍을 떠올리는 걸까. 죽은 자들이 그립고 아파져도 소녀는 눈물을 삼키며 앞을 바라본다. 그저 고개 들어 앞을 바라보는 것이 필사적인 투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소녀가 한번 맑게 웃는다. 장하다. 고맙다. 돌아서는 나는 자꾸만 눈이 젖는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에 있는 휴양 도시 가룻. 홍수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도 전이지만 슬픔을 참아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 아프지만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한번 맑게 웃어주었으니 소녀의 앞날도 활짝 웃는 날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