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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티잔 극장

파르티잔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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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88g | 145*210*18mm
ISBN13 9788954672863
ISBN10 895467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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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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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만들 수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당분간만 그런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삶은 언젠가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으면 이야기하지 못할 삶이란 없었다.
--- p.108

나는 왜 태어났지. 나는 왜 사는 거지. 동생을 보살피라고 낳은 건가. 동생을 낳기 위해 나를 낳은 걸까. 아버지는 왜 저러시지. 왜 계집은 어차피 운운하면서…… 나도 사람인 건가. 나도 사람이 맞나. 나도, 나도…… 사람이겠지.
--- p.124

때로 어떤 이야기는, 비록 그것이 그 사람의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사람만의 사적이고 은밀한 경험일지라도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될 때에만 진실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p.136

적어도 무대에서라면 자기가 누구인지를 잊어도 괜찮고 자기 자신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그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 p.142

진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아니라 우리 모두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하거나 지나쳐버린 걸 뜻하니까요--- p.157

언어라는 칼…… 이 칼은 뼈보다 무르지만 뼈보다 날카로워. 이 칼은 뼈보다 약하지만 뼈보다 오래가. 이 칼은 뼈가 상처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상처를 낼 뿐이지만 이 칼에 맞은 사람은 영원히 고통스러워하게 되지.
--- pp.205~206

이 공백이 말야, 지워진 이 세월이 말야, 완벽한 이해나 오해를 방해하거든. 우리가 누군가를 잘 안다고 단언할 수 없게 하거든. 우리를 오만에서 구해주기도 하거든. 네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언젠가 너를 일으켜세워줄 거야.
--- p.277

그런 문장은 우연히 생겨난 그럴듯한 문장이 아니라 그가 간신히 도달한, 혹은 겨우 지켜낸 내밀하고 은밀하며 무엇보다 소중한 그만의 정신 같은 거였다. 그의 붕괴를 지탱해주고 그의 분노와 슬픔을 희극으로 해소할 수 있게 해준 힘이기도 한 거였다.
--- p.311

그는 단 한 사람을 연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었고 많은 사람을 연기하기에는 지독하게도 한 사람에 가까웠다.
--- p.312

아무 연기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연기일 수밖에 없는 삶이라면 무언가를 연기하는 순간 연기에서 멀어지게 되는 게 아닐까. 삶에서 추방당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들 모두 자기 자신이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게 아니었을까.
--- p.313

탄환을 동경하는 심장이 있다면 그 심장은 이미 탄환에 상처 입은 심장일 수밖에 없었다.
--- p.319

우리가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기억해줄 테니까요. 우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 해도 우리가 먼저 죽어간 사람들에게 그랬듯이 그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속을 거닐어 우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마침내 알아내게 될 테니까요.
--- p.346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마술사야. 사랑에 빠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돼. (…) 사랑에 절망해본 적 있다면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 거야.
--- p.359

사람으로 존재하길 두려워하는 사람이 간절히 바란다 해도 사람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사람이 변신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서글프지만은 않은 이유는 변신이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는 동시에 변신하지 않을 권리를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해서입니다. (…) 그들의 실패가 완전한 실패도 아니고 최종적인 실패도 아니듯이 당신의 실패가 당신만의 실패가 아닌 유서 깊은 실패이며 우리가 앞으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실패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무력하고 불행한 사랑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습니다. 전위도 없이 후위도 없이 홀로 일어섰다 홀로 멸망할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 그러므로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은 무수한 문장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문장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으나 실패할 게 분명하며 언젠가 새로운 이야기가 될 당신의 순결한 반역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30년대 말 삼청동 언덕배기의 한 셋집, 하루종일 마루끝에 앉아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면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하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다. 이름난 기생이었던 이모와 함께, 왕년에 유명한 배우였으나 오랫동안 격리병동에 감금되었던 어머니를 기다리는 ‘희수’는 그러나 돌아온 어머니가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요동치며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그 집 문간방에 인력거꾼 아버지와 함께 세를 들어 온 소년 ‘준’이 있다. 오래전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로 방직공장 기숙사에서 지내는 누나에게만 마음을 의지하는 준은 희수의 상실과 상처를 자신의 것처럼 알아보고, 희수 역시 그에게 마음을 기울인다.

준은 그 집에 세 든 배우와 기생, 그리고 마술사 사내와 그의 단짝인 거인 차력사와 어울리며 연극과 무대에 대한 열망을 키워가고, 희수 역시 춤을 배우고 준과 함께 극장을 다니며 무대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혼란한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희수는 엄마를, 준은 누나와 아버지를 연이어 잃고, 가혹한 운명은 두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다. 서로를 향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이별과 재회를 거듭하며 해방공간의 혼돈과 전쟁의 참화 속으로 휘말려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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