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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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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 EPUB ]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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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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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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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5.6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4.6만자, 약 4.8만 단어, A4 약 92쪽?
ISBN13 978895468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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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여름방학

여섯 번의 깁스

남은 기억

어느 밤

어제 꾼 꿈

네모난 기억

눈꺼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블랙홀

스위치

날마다 만우절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할머니는 이미 다 컸잖아요.”
손자가 말했다. 나는 손자에게 아직도 엄마한테 혼나는 꿈을 꾼다고 말해주었다.
손자는 누구한테도 혼나는 꿈은 꾼 적이 없다고 대꾸했다.
자기는 꿈속에서도 착한 아이라고.

나는 어떤 아이였고 이제 어떤 사람으로 나이들어갈까
정갈하게 늙고 싶다는 바람은 냉소보다는 다정을,
기술보다는 유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통과할 시간의 주름을 펼쳐 보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부드럽고 깊은 11편의 이야기

소설집의 전반부에는 최근 윤성희 작가가 활달하게 써내고 있는 노년 여성 서사가 주로 배치되어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여름방학」의 ‘나’는 오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잘린 참이다. 적금 만기를 몇 달 앞두고 퇴직하게 된 상황이 불만스러울 법도 한데 ‘나’는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퇴직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리한다. 그 첫번째는 오래 일한 자신을 위해 꽃다발을 사기, 두번째는 축하주 마시기, 그리고 세번째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나’에게 이름을 바꾼다는 건 “오빠들과 돌림자를 쓰는 게 평생 짐”(15쪽)이었던 시간과 헤어지는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를 돌보며 ‘미치지 않기 위해’ 애써온 ‘나’는 “듣기만 해도……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이름”(18쪽)을 갖기 위해 여러 후보들을 나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퇴직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오래전 헤어진 연인에게서 연락이 온다. 한번 만나고 싶다고,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남은 기억」의 ‘나’ 또한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영순’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영순의 용건은 오래전 자신의 남편과 내연관계였던 여자와 남편의 회사에서 일하다 공금횡령을 했던 남자가 결혼해서 차린 국숫집이 대박이 났는데, 그 국숫집에 함께 가서 욕을 해달라는 것.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으면서도, ‘나’는 자신의 아들이 어렸을 때 아들에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었던 영순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기에 영순을 따라 그곳에 찾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나’와 영순이 함께 국숫집으로 가는 하루의 여정 동안, 서로 만나지 않았던 수십 년의 간격이 조금씩 메워지며 서로의 이야기가 흘러들어간다.
이어지는 작품인 「어느 밤」에 나오는 육십대의 할머니 ‘나’는 어떤가. ‘나’는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놀이터에 세워진 분홍색 킥보드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훔친다. 지쳐 있던 ‘나’에게 바퀴의 불이 커졌다 꺼지는 것이 마치 자신을 갖고 가라는 신호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킥보드를 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단지를 돌다보면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도, 딸을 만나지 못하는 슬픔도, 어린 시절 겪었던 아픔도 서서히 희미해지는 듯하다. 그렇게 매일 킥보드를 타던 어느 밤, ‘나’는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만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가만히 누운 채 구조를 기다리는 ‘나’의 머릿속으로 지난 인생이 흘러간다.
막연하게 정적이고 노련하리라고 여겨지는 노년의 삶은 이렇게 윤성희를 통과함으로써 생생한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수십 년 써온 이름을 개명하기로 결심할 때, 친구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날 때, 놀이터에서 훔친 킥보드를 타고 달릴 때, 그럴 때 우리의 시간은 고요히 멈춰 있기를 거부하고 어느 때보다 맹렬하고 생기롭게 흘러간다는 것을 윤성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인상적으로 그려 보인다.


“따뜻한 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우리가 마주할 시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어떻게 우리를 잡아끄는지에 대해서라면 「눈꺼풀」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을 살펴보면 된다. 두 작품에는 모두 십대 남자아이가 화자로 등장하는데, 「눈꺼풀」의 ‘나’는 단짝 친구가 핑계를 대고 다른 친구들과 놀러간 것에 상심해 낯선 동네로 갔다가, 차선을 넘나들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에 치여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같이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족의 목소리는 ‘나’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시시한 존재’가 아님을 부드럽게 상기시킨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증명왕’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의 ‘나’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증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미성년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외로운 사람이 감기에 더 잘 걸리느냐’는 물음에도, ‘왜 그렇게 동생이 미워졌는지’에 대해서도 쉽사리 답할 수 없는 ‘나’는 자신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지켜주던 옆집 형이 왜 뉴스에 나올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다만 명백히 증명할 수 없는 일이 자신의 삶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걸, 그것이 성장의 다른 면이기도 하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챈다.
마지막에 놓인 세 단편 「블랙홀」 「스위치」 「날마다 만우절」은 우리가 그 시절을 지나온 후에도 선명하게 해석되지 않는, 누구에게나 뚫려 있는 검은 구멍을 들여다본다. 「블랙홀」 속 세 명의 자식은 어머니가 감옥에 간 뒤 집을 팔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체육대회가 열린 날 동네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농약을 넣어 감옥에 간 어머니. 어머니는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는 자식들의 대화들 사이로 각자의 마음속에 검은 구멍이 생기던 순간들이 비쳐 보인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열차를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 둘이 다가와 언니에게 영혼이 맑아 보인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갑자기 화가 났어. 나도 모르게 여자를 밀었지.” 두 여자 중 한 여자가 넘어졌다. 언니는 들고 있던 꽃다발로 넘어진 여자의 얼굴을 때렸다. (…) 언니는 미리를 낳을 때까지 매일 그 일을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뭐랄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블랙홀 같은 거. 조금만 잘못해도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어.”

그런데 우리를 난처하게 하는 건 마음속에 검은 구멍이 생겼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검은 구멍이 생겼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실, 어느 시기 자신을 아껴준 사람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멈춰 세운다. 「스위치」의 ‘나’가 교도소에 있는 막냇삼촌을 면회하러 가는 동안 삼촌이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선명히 떠올리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삼촌은 “내게 눈사람을 만들어주었”(270쪽)고 “새벽마다 오줌이 마렵다는 나를 귀찮아하지 않았”(272쪽)고 “조카들 중 나를 제일로 예뻐했다”(273쪽). 물론 이러한 회상이 삼촌의 행동을 옹호해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소설은 그에 대해 확정적인 대답을 내놓는 대신 다른 가능성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인 「날마다 만우절」에 그 가능성이 담겨 있다.
‘나’의 가족은 삼 년 만에 고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삼 년 전 아빠와 고모가 싸운 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냈는데, 고모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가족에게 고모는 “그거 거짓말이야. 다들 속았지”(296쪽)라고 말하며 웃는다. 안도와 황당함이 지나간 뒤, “그런 거짓말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302쪽)라는 말을 시작으로 가족은 각자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내보인다. 거짓말일 수도,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는 각자의 내밀한 사연이 ‘거짓말’의 외피를 두르고 가볍게 던져질 때, 마음을 답답하게 옥죄던 비밀의 부피가 조금씩 줄어들며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채워질 공간이 생겨난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의 방식을 통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날을 무디게 만들기. 윤성희의 소설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날카로운 날을 부드럽게 만들어내는 이 전환의 마법이 아닐까.
이 마법이 이루어지기까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다림의 시간이기에, 윤성희의 이번 소설들이 일생의 특정 시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아우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설집 전반부에 자리한 노년 서사와 후반부에 이어지는 성장-가족 서사를 연결하는 「네모난 기억」은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 전환의 마법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이번 소설집의 유일한 연애소설이다. 대학교 신입생인 ‘정민’은 우연히 ‘민정’을 보고 짝사랑에 빠져 민정이 부회장으로 있는 ‘네모네모’라는 만화 동아리에 가입한다. 순조로운 연애의 도입부로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러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사고 이후 정민과 민정의 삶은 전혀 다른 궤도를 흐르게 되는데, 끊어질 듯한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건 바로 ‘장례식장’이다. 정민과 민정은 몇 년에 한 번씩 장례식장에서 마주치며 서로의 주위를 맴돌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 탓에 결정적으로 가까워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민이 민정에게 말한다. “한 번만 더 장례식장에서 만나거든 그땐 사귀자”(157~158쪽)고.
그렇게 장례식장은 오래전 이루어지지 못한 상대와 재회하는 공간으로, 먼 훗날의 사랑을 약속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는 소설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인생 새옹지마’라는 말과 함께 읽힐 때 좀더 풍부한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그 말은 윤성희의 소설을 거쳐 이렇게 해석된다. 지금의 삶이 버거워 보이더라도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다고. 그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은 끝에 인물들이 손에 쥐게 된 결론이기에, 허무맹랑한 위로가 아니라 맞춤한 옷을 덮어주듯 부드러운 온기로 우리를 감싼다. 그렇기 때문에 윤성희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단정한 마음이 되어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좋은 문학작품이 드물게 그런 순간을 선사하듯이, 윤성희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우리에게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윤성희의 소설은 단정하고 아름다운 상형문자 같아서 긴 시간의 감정이 그 안에 응축돼 있는데, 그 문자를 마음을 다해 천천히 더듬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만 모든 것이 전달된다. 「어느 밤」은 한밤중에 사고를 당해 낯선 곳에 홀로 쓰러져 있다가 구조되기까지 한 노년 여성이 써나가는 자서전이다. 이 짧은 이야기 안에 여성 서사의 숱한 의제들이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으니, 홀린 듯 읽으며 경험하는 이 놀라움은 윤성희를 읽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_김승옥문학상 심사평에서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사람들 마음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구멍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eBook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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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거짓말 같은 하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22.04.1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어제는 동네 맛집에 가서 지리산 흑돼지를 구워 먹었다. 다행히 오후 늦게 가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우스갯소리를 했다. 너를 위해 가게를 빌렸다. 지리산 흑돼지는 1인분에 16,000원. 그냥 생삼겹살은 12,000원. 뭐가 좀 다르겠지. 지리산 흑돼지라잖아. 일단 2인분 시켜서 먹어보자. 맛은? 숯불에 구워서인지 비싸서인지. 겁나 맛있었다. 먹고 2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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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동네 맛집에 가서 지리산 흑돼지를 구워 먹었다. 다행히 오후 늦게 가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우스갯소리를 했다. 너를 위해 가게를 빌렸다. 지리산 흑돼지는 1인분에 16,000원. 그냥 생삼겹살은 12,000원. 뭐가 좀 다르겠지. 지리산 흑돼지라잖아. 일단 2인분 시켜서 먹어보자. 맛은? 숯불에 구워서인지 비싸서인지. 겁나 맛있었다. 먹고 2인분 또 추가.

 

사장님은 고교 야구를 보고 있었는데 우리가 고기에 집중하는 사이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음악을 틀었다. 발라드를 트롯으로 재해석해 부르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게 바깥에서 들리는 건 줄 알았다. 가장 웃겼던 건 김범수의 하루였다. 사랑이 날 또 아프게 해요. 슬픈 발라드는 구성진 자락으로 바뀌었다. 웃으면서 고기를 구웠다. 역시 비싼 게 맛있구나. 지리산이라 다르고만. 후식 누룽지까지 들고 마셨다.

 

윤성희의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에 실린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뭐든 다 괜찮고 괜찮을 것이니 비싸도 지리산 흑돼지를 먹으라는 잔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먹었다. 지리산 흑돼지. 메뉴판에서 지리산 흑돼지를 발견한다면 꼭 먹어보시길. 열한 편의 소설이 실린 소설집인데 꼭 장편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인과 관계도 없이 닥치는 사고 앞에서. 내 탓인 걸까 자책하게 만드는 사고 앞에서.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체념하는 사고 앞에서.

 

『날마다 만우절』 속 인물들은 세상 사는 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것 가지고 힘들어 하누, 이런 말을 속삭이면서 통통한 손을 잡아준다. 손을 잡고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거 골라봐 말한다. 퇴직을 하던 날에는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사업에 몇 번 실패하고 집에 들어앉은 남편이 미울 때는 밖에 나와 킥보드를 훔쳐 타기도 한다. 암에 걸린 걸 알았을 때는 택시를 타고 내리면서 욕을 한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기치 않은 사고 일어날 수 있다. 사고가 커서 다치거나 잘못하면 죽을 수 있다. 어른들이 하는 말. 산 사람은 살아야지. 윤성희는 소설 곳곳에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표현만 바꿔서 들려준다. 좋아하는 이가 있는데 그이랑 결혼 못 하고 죽은 남편이 돌아가면서 가족들 꿈에 나타나는 이상한 하루. 그래도 산다. 닭백숙을 해 먹고 동네 유치원에서 하는 아이들의 시 낭송을 듣는다. 동시를 지으며 마무리하는 하루. 윤성희의 원더랜드는 희미한 빛 속에 있다.

 

빛의 세기는 약하지만 은은하게 오래간다. 윤성희의 가족들은 대체로 철이 없고 무능하고 한심하다. 욕심도 가득하다. 젊은 날에는 대책 없는 일을 벌였다가 쫄딱 망한다. 원망하지 않는 힘. 그러거나 말거나 살아야지 하는 무한한 긍정으로 내일을 기대한다. 작가의 말에서 윤성희는 책을 읽은 후 '모두들,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매일의 끝은 나의 한심함과 마주한다. 잘못 한지도 모르게 잘못을 하고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도 괜찮아. 어차피 우린 다 죽을 거고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을 텐데.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진짜 나의 이야기를 하고 비싼 거 먹으면서 걱정하지 말고. 집에 돌아와 전구색 불을 켜고 요즘 꽂힌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틀어 놓고 『날마다 만우절』을 읽어보자. 어떤 말들은 대책 없이 자주 쓰여서 들으나 마나 할 때가 있다. 그래도 나에게만큼은 대책 없는 그 말들을 자주 해줘야 한다. 괜찮아. 힘내. 네 잘못이 아니야. 일단 시켜. 사고 싶으면 사야지. 같은.

 

오늘의 거짓말 하나.

 

서울에 산다는 외삼촌한테 전화가 왔다. 휴일에는 벨 소리를 무음으로 해놨기 때문에 받지 못했다. 문자 메시지도 왔는데 내 이름을 틀리게 적었다.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연락을 자주 하자는 말은 왜 쓴 걸까. 내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는 무소식이 희소식. 엄마는 죽을 때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죽은 걸 알면 득달같이 내려와서 다 뺏어 갈 거라고. 막상 가져갈 것도 없는데 그런 걱정을 했다. 나는 청개구리니까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연락처도 몰랐고.

 

거짓말 같은 하루. 산다는 건 낄낄거리며 거짓말을 들려주는 거.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구매 날마다 만우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p*******e | 2023.06.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윤성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 담담하고 다정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 11편이 실려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슬픔,서운함,억울함,분노 등)이 뚫어놓은 마음의 구멍을 발견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이 쓸쓸하고 공허한 구멍을 어떻게 메우고 치유하고 통과하는지 여정을 좇다 보면 이 책은 어쩌면 마음을 단순하고 정갈하게 만드는 비결이 가득 담;
리뷰제목
윤성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 담담하고 다정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 11편이 실려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슬픔,서운함,억울함,분노 등)이 뚫어놓은 마음의 구멍을 발견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이 쓸쓸하고 공허한 구멍을 어떻게 메우고 치유하고 통과하는지 여정을 좇다 보면 이 책은 어쩌면 마음을 단순하고 정갈하게 만드는 비결이 가득 담긴 비법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쁘게 반짝이는 조약돌같은 이야기들은 때론 유쾌하고 때론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소설 속 장면들이 일상에서도 문득 떠오를 것만 같다. 힘겹고 지칠 때 다시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산뜻한 위로와 휴식을 건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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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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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주변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어요. 나누고 싶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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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 | 2023.06.17
구매 평점5점
재밌어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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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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