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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

: 줄 위의 남자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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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 (큰글자도서)
[도서] 틸 (큰글자도서)
다니엘 켈만 저/박종대 역 다산책방
0% 39,000
틸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574g | 136*195*32mm
ISBN13 9791130639444
ISBN10 1130639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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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종교전쟁과 페스트가 휩쓸고 간 유럽, 다니엘 켈만은 독일 민담 속 광대 '틸'의 생애를 복원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위선 가득한 세상과 악랄한 권력자들을 비웃는 '틸'은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민중들의 용기이자 위안이다. 2020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역사에 대한 상상력의 위력을 보여줬다. -소설MD 김소정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틸은 우리 머리 위에서 천천히 태연하게 몸을 돌렸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듯했다. 오른발은 밧줄 위에 세로로, 왼발은 가로로 놓여 있었으며, 무릎은 살짝 구부린 채 양손을 허리에 대고 있었다. 고개를 젖히고 있던 우리는 가벼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갑자기 깨달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어떤 것도 믿지 않고,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가벼운가!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깨달았고, 동시에 우린 절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 pp.23~24

넬레는 여전히 이 모든 게 꿈만 같다. 여기가 자신이 살던 마을이 아니라는 것도, 여기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얼굴이라는 것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집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도 그렇다. 고향을 떠나다니,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그녀의 인생에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늘 집에서 자랄 거라고, 특히 빵 굽는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퍼져나가는 커다란 아궁이 옆에서 주로 지내게 될 거라고 믿었다. 여자아이들은 다른 데로 가지 않는다. 그저 태어난 곳을 숙명으로 알고 뿌리를 내린다. 대대로 그래왔다. 어릴 땐 틈틈이 집안일을 거들고, 조금 더 크면 하녀들의 일을 돕고,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한다. 예쁘게 생겼으면 슈테거네 아들이랑 결혼하고, 덜 예쁘면 대장장이네 아들이랑 결혼하고, 일이 더럽게 풀리면 하이네를링네 아들이랑 결혼한다. 그 뒤엔 아이를 가지고, 또 아이를 가지고, 또 아이를 가진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죽는다. 어쨌든 결혼을 하고도 계속 하녀들과 함께 죽도록 집안일에 매달린다. 교회에 가면 시어머니 뒤에 남편과 함께 앉고, 그러다 마흔이 되어 뼈가 아프고 이가 빠질 때쯤이면 시어머니 자리에 앉는다. 그게 여자의 운명이다.
넬레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틸과 함께 떠났다.
--- pp.181~182

“황제를 욕했다고 날 때리지는 마. 나는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사람이니까. 너도 알잖아, 광대의 자유를. 광대가 황제를 머저리라고 부르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 누군가 한 사람은 해야 돼. 너야 당연히 해서는 안 되지만.”
--- p.228

연극은 가짜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다른 모든 것이 허위이자 가식이었다. 연극이 아닌 모든 것이 가짜였다. 무대 위의 사람들은 바로 그 자신으로, 진실하고 투명했다.
실제 현실에서는 누구도 독백을 하지 않았다. 다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고, 누구도 남의 속을 읽을 수 없었으며, 모두 자기만의 비밀을 무거운 짐처럼 질질 끌고 다녔다. 혼자 방 안에 서서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을 큰 소리로 말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연극배우 버비지가 가느다란 손가락을 눈높이로 올리고 걸걸한 목소리로 독백하는 것을 듣다 보면 다른 모든 사람이 마음속에서 진행되는 일을 숨긴 채 사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얼마나 멋진가! 누구도 짜 맞출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문장들이었다. 연극은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진실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 pp.253~254

광대가 짓궂게 웃었다. 리즈는 침을 꿀꺽 삼키고 눈물을 참으며, 남들은 감히 꺼내지 못하는 말을 자신에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것이 바로 궁정에 광대를 두는 이유였다. 원하지 않아도 광대를 들여야 했다. 광대 없는 궁정은 궁정이 아니다. 리즈와 프리드리히는 더 이상 영토가 없음에도 궁정만큼은 최소한의 꼴을 갖추고 싶었다.
---- p.259

세상이라는 게 그랬다. 몇몇 힘 있는 인간만 빼면 나머지는 모두 떨거지였다. 그림자 같은 군대, 그 뒤의 인간 무리들, 그리고 지상에 개미처럼 우글거리는, 가진 게 없다는 공통점만을 가진 백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태어나고 죽었다. 마치 불안으로 파르르 떠는 작은 점과도 같았다. 이런 점들이 모여 만들어진 군집은 한 개체가 없어져도 없어진 걸 모르는 무수한 새 떼나 다름없었다. 정말 중요한 인물은 몇 되지 않았다.
--- p.264

“자, 이제 너희들의 재주를 보여봐라!”
“피곤해요.” 넬레가 말한다.
“뭐라도 얻어먹으려면 놀아줘야지. 어쩔 수 없어. 그건 뒈질 때까지 너희 운명이야. 이제 너흰 유랑 족속이다. 누구도 너희를 보호하지 않아. 비가 내려도 막아줄 지붕이 없고, 비를 피할 집도 없지. 게다가 친구도 없어. 너희와 똑같은 처지의 유랑 족속 말고는. 그렇다고 그 인간들이 너희를 좋아할까? 천만의 말씀. 그럴 리가 없지. 먹을 게 부족하거든. 대신 너희는 자유로워. 누구에게도 복종할 필요 없어. 하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재빨리 도망쳐야 해. 배가 고프면 사람들 앞에서 한바탕 놀아줘야 하고.”
--- p.36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7세기 초 작은 마을의 방앗간집에서 태어난 틸 울렌슈피겔. 그의 아버지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마법에 능하고 학자적 면모를 지닌 인물로 당시 교회 입장에 반하는 말을 했다가 탄압을 받고 죽는다. 틸은 탄압을 피해 도주하고, 빵집 딸 넬레가 틸과 동행한다. 유랑 가수를 만나 외줄 타기 광대로서의 삶을 살게 된 틸, 그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는 저마다 다른 결로 폐허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평생 전쟁의 실상을 알고 싶어 했던 젊은 학자, 우수에 젖은 사형집행인, 말하는 당나귀, 전쟁의 장본인이자 죄인으로 망명 중인 보헤미아 국왕 부부, 광신도와 현자……. 틸은 30년 전쟁과 페스트로 죽음이 만연한 세상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듯 생사의 위기를 오가며 자유롭고도 강인하게 삶을 이어나간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소설다운 소설이면서도 상상력을 한계 너머로 마음껏 펼치는, 다니엘 켈만다운 작품이다.
- 김연수 (소설가)
거장다운 성취. 웅장한 상상력과 완벽한 예술적 통제가 빚어낸 작품.
- 이언 매큐언 (소설가)
너무나 훌륭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다.
- 살만 루슈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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