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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 시집 (큰글자도서)

올드걸의 시집 (큰글자도서)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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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78*294mm
ISBN13 9791190893589
ISBN10 1190893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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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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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 보니 생의 내밀한 부분을 보게 된다. 시적 언어를 통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잠재적인 것들. 찬찬히 유보 없이 응시한다. 거대한 카오스에 직면한 기분이다. “진실의 사막에 온 것을 환영하네.”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세계를 박차고 나온 네오에게 모피어스가 건넨 말인데, 나야말로 모래알 같은 진실에 발이 뜨거워 죽겠다. 그간 나는 너무 쉽게 ‘고통의 자산화’와 ‘운명애’를 말한 건 아닐까. 고통에 대한 분석적 언어는 때로 현실의 구체적 고통을 소거시킨다. 이데올로기 이전의 삶은 이리도 난폭하고 섬뜩하다.
--- p.216

몇 해 전 남편과의 불화 국면에서 식탁은 종종 눈물의 씨앗이 되었다. “밥 먹는 곳에 책 좀 늘어놓지 말라”는 그의 말이 그렇게 싸늘하고 서러울 수가 없었다. 식탁이면서 식탁이 아니기도 했던 모호함이 나에겐 숨구멍이었지만, 정리벽이 있는 그에겐 매끈히 정리해야 할 간척지였다. ‘식탁의 난’은 남편이 내 생일선물로 책상을 사 주면서 종료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다시 묻는다. 이 동그란 식탁을 언제까지 이렇게 두려 하냐고. 한층 협조적이고 다감한 어조이지만 울컥했다. 서러움과 서글픔. 어쩌자고 나무토막에 살붙이 같은 정이 들어버렸는지 이 마음을 나는 설명하지 못했다. 최승자 시인의 말대로 “나의 존재를 알리는 데는 이 울음이라는 기호밖에 없”는가. 이 혼돈과 불편, 비합리와 비효율의 상황을 설득할 수 없었다.
--- p.65

한때 딸이었던 사람들은 그렇다. 엄마 따라서 눈물의 방에 갇혀 봤기에 안다. 나지막한 신음 소리. 그곳에서 오래 있으면 들린다. 서로서로 얼굴을 비춰 보는 신통력이 생긴다. 아픔을 향해 열린 36.5도 눈물방에서는.
--- p.149

“… 어머니가 그러더라. 가만히 있으면 뭐 하느냐고, 사람은 ‘나쁜 짓’이라도 해야 한다고, 그래야 하나라도 배울 게 있다고. 와, 그 말을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나는 나이도 젊은데 잔뜩 움츠리고 살았더라고. 항상 방어적이었지 망가지고 실패하고 상처받는 상황에 나를 한 번도 놓아둔 적이 없었던 거지.” 어느 필모의 인생철학, ‘나쁜 짓이라도 하라’는 말이 선배의 생을 등 떠민 것이다. …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게 낫고 그러면서 하나라도 배워야 한다는 믿음. 그 “깨달음의 높은 돛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모진 풍파를 겪으셨을까. … 우리의 철학자 니체-어머니의 말이 쏴아쏴아 파도쳤다. 머뭇거리는 생이여, 늦었다고 생각할 때 재빨리 악행을 저질러라.
--- p.197~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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