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8월 13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76g | 135*195*21mm |
ISBN13 | 9791166831270 |
ISBN10 | 1166831272 |
발행일 | 2021년 08월 13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76g | 135*195*21mm |
ISBN13 | 9791166831270 |
ISBN10 | 1166831272 |
작가의 말 1. 사라지는 마술 2. 그 사람을 안다고 믿는 일 3. 다시 유턴 4. 균열, 미세하고 분명한 5. 지금 그게 중요해요, 응? 6. 처음, 사과 7. 질문의 시작 8. 짜릿한 축제 속으로 9. 남은 자들 10. 가장 높이, 오래 뜨는 해 |
날씬한 몸과 뚱뚱한 몸의 경계는 무엇일까?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 뚱뚱하다 여겨지는 사람은 뭔가 부족한 사람, 게으른 사람,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버린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하기도 하지만 건강의 개념을 넘어서 남에게 무시 받지 않고 인간으로서 존중받기 위해 악착같이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들이 ‘구유리 건강힐링센터’라는 단식원에 모인다. 어느 날 갑자기 단식원에서 사라진 ‘운남’을 찾아 나서는 코치 ‘봉희’의 눈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운남은 ‘Y의 마지막 다이어트’이라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단식으로 30Kg 넘게 감량하고 70Kg대인 몸무게에서 3달 안에 목표체중 51kg을 향해 가는 운남의 다이어트 과정이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며 SNS에서 셀프 다이어트를 하면서 ‘Y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태그를 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운남이 모든 짐을 싸서 단식원에서 자취를 감추고 봉희는 그녀가 쓰던 방에 남겨진 손톱깎이에 적힌 ‘축 개업 천왕봉 산채비빔밥’을 보고 무작정 그녀를 찾아 나선다. 단식원의 코치이지만 자신도 이곳에 2번의 입소를 통해 다이어트에 성공해 유지 중이기에 단식원을 벗어나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음식의 유혹이 힘들기만 하다. 무작정 찾아 나선 그곳에서 운남의 본명이 강미였고 부모님은 그녀가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라진 운남을 대신해 결국 연예인 데뷔를 앞두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홍안나’를 대타로 세우기로 한다. 새로운 인물 안나를 중심으로 다시 프로그램 홍보를 하고 서서히 운남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져 가며 단식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 높아진다.
‘Y’는 운남이었고, 사람들에게 운남은 곧 자신이었다. 유라, 윤주, 윤정, 서영, 수영, 아연 등의 여자 이름에 많이 들어간 이니셜이기도 했고,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를 꿈꾸는 바로 너, YOU의 Y라는 게 공진표의 설명이었다. (P.34)
운남에 대한 책임감이었는지 그간의 정이었는지 봉희는 운남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단식원안에서의 이상한 일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운남이 사라지기 전날 밤 공복 상태여야 할 그녀의 구토물에는 다른 음식물이 섞여 있었던 점과 운남이 입었던 트레이닝복 바지 속에서 발견된 알약 하나가 끈질기게 이곳에서 운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그러면서 하나씩 밝혀지는 이 단식원의 실체는 봉희가 생각한 건강한 다이어트와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된 후 계속해서 원장 구유리와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원장이 단식원의 2호점을 봉희에게 맡기겠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봉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공부를 잘했지만 부모님이 원해 상고로 진학한 봉희는 전교 1등을 하지만 외모 때문에 은행에 취업하지 못한다. 결국, 공장에 취업해 모은 돈으로 이 단식원에 들어와 다이어트에 성공하지만, 퇴소 후 살이 찌면서 결국 단식원에 다시 입소하고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며 코치로 일을 하고 있다. 과거 자신은 열심히 했어도 뒷심이 부족하다, 살 좀 빼라 등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다가 이곳에서 드디어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곳을 떠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단식원을 떠나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봉희야 살 빼라 그랬잖아, 좀.”
취업부장 교사 송동만이 30센티미터 플라스틱 자를 튕겨 봉희 아랫배를 때렸다.
“봉희야, 뒷심. 어? 뒷심이 중요한 거야, 사람은.”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했는지 노골적이었다.
“인생이 결정되는 건데, 이놈아. 그걸 못 빼느냐고.”
은행 취업 실패의 원인은 봉희의 의지박약으로, 그 의지박약은 몸에 붙은 살로 귀결되었다. (P.71)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단식원 퇴소식장에서 원장의 마지막 단골멘트였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약속. 예전의 몸과 영영 이별하라는, 그래서 단식원에서 만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거였다. (중략) 하지만 이 뜨거운 약속을 지켜내는 일은 어려웠다. 퇴소 후 처음 사나흘이야 조심할 수 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견고할 거라 믿었던 의지의 성은 무너져버린다. (중략) 그것은 예전보다 더 크게 몸집을 불려 달려든다. 말리면 말릴수록 더 커졌고, 부지불식간에 모든 것을 삼켰다. (P.109~110)
그렇게 그냥 운남의 일을 덮으려 할 때 불쑥 그녀는 그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픈 상처를 안고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가 되리라는 목표로 단식원에 들어선다. 이 작품은 이런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단식원을 운영하는 원장 구유리를 통해 다이어트 산업의 이면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뚱뚱한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비하발언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는 사람들을 통해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문화적 인식의 문제점도 꼬집고 있다.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닌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의 사연들은 안타까우면서도 이 굴레의 끝이 쉬워 보이지 않으니 책을 덮고도 상쾌하지 못했다. 나조차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데 나에게도 봉희에게도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얼마나 처먹으면 이렇게 되냐? 무거워서 이거 어떻게 들어?’ 죽고 싶었지만, 바로 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죽으면서까지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삶의 끝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할 거란 게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죽으면 끝이라는데, 웃기죠? (P.254)
난 텔레비전도 안 보지만 유튜브 방송도 안 본다. 언제부턴가 유튜버라 하고 거의 연예인이 되다시피한 사람이 많아졌다. 유튜브 영상을 아주 안 보는 건 아니구나. 어쩌다 음악 찾아서 듣기도 한다. 그러다 잠깐 다른 길로 빠지기도. 그런 게 싫어서 유튜브 영상으로 안 보려고 하는데. 그런 유혹에 안 넘어가야 하는데, 나도 사람이어서 넘어간다. 하나를 보다보면 다른 걸로 이어진다. 난 음식 만들지 않지만, 음식 만드는 거 잠깐 보기도 했다. 하나만 있으면 만든다는 말에 보다보면 그 음식을 만드는 재료는 하나가 아니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음식 만드는 건 동영상보다 글만 보는 게 나을지도. 글도 찾아봤다는 거구나. 몇번. 글을 찾아보기만 하고 해 본 적은 없다. 게을러서.
동영상에는 많이 먹는 걸 보여주는 것도 있다는 거 안다. 그런 건 왜 만드는 걸까. 남이 많이 먹는 거 보면 재미있을까. 많이 먹는 방송하는 사람이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르는데, 어쩐지 살이 별로 없는 사람일 것 같다.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실제로 그런 체질 있겠지. 많이 먹지만 나중에 운동 오래 할지도 모를 일이다. 마른 사람이 많이 먹으면 그렇게 먹는데도 날씬하다니 하지만, 살찐 사람이 많이 먹으면 그렇게 먹으니 살찌지 하겠지. 누군가는 물만 마셔도 살찐다고 하던데. 그것도 진짜기도 하겠다. 이 소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아니 지금을 사는 사람에서 다이어트(살 빼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 몸을 사랑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은 마르기를 강요하는 것 같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컴퓨터를 켜면 살을 많이 뺐다거나 마른 연예인 기사가 자주 보인다. 요즘은 왜 그런 게 자주 보이는지.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려면 아주 말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살이 별로 찌지도 않았는데, 살쪘다고 하지를 않나. 방송 카메라는 얼굴 작고 마른 사람이 잘 나온다고 한다. 여기 나온 연습생 안나처럼 단식원에 가서 살을 뺀 사람이 없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이어트 약이라면서 마약이 들어간 게 유통된다는 말 봤다. 그런 위험한 약을 만들다니. 살 빼기 쉽지 않다. 아무것도 안 먹어도 살 잘 안 빠진다. 운동을 안 해서 살이 별로 안 빠졌으려나. 오랫동안 안 먹은 적 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냥 한번 안 먹어봤다.
건강하게 살을 빼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지. 이 책에 나온 ‘구유리 건강힐링센터’에서는 그런 말을 했다. 이제는 단식원을 건강힐링센터라고 하는구나. 정말 그런 곳 있을 것 같다. 봉희는 구유리 원장을 믿고 살을 빼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Y의 마지막 다이어트’ 라는 유튜브 방송 찍는 걸 앞두고 운남이 사라진 뒤, 봉희는 운남을 찾으려 하고 운남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의심한다. 자신이 믿었던 게 맞는지. 구유리 원장은 운남이 사라지자 다른 Y로 연습생 안나를 골랐다. 단식원에서 안나를 보내면 요요가 올걸 알면서도 내 보냈다. 방송, 아니 자신이 하는 단식원이 잘되기를 바라고 그런 일을 하다니. 왜 사람은 힘들게 살을 빼야 하는 걸까. 어쩐지 슬프구나. 먹고 많이 움직이면 좀 낫겠지만, 지금은 많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다. 달리기는 힘드니 걷기라도 자주 하면 좀 낫겠다. 어쩐지 나도 살을 빼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일터에서 사람을 뽑을 때 겉모습을 보기도 했다. 봉희는 학교 성적은 좋았는데 은행에 들어가지 못했다. 선생은 봉희한테 살을 좀 빼지 왜 그러지 않았느냐고 한다. 봉희는 단식원에서 살을 빼고 한번 실패하고 다시 들어가고 코치가 되었다. 봉희는 코치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여겼다. 봉희가 그런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운남이 사라져서 봉희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됐을까. 봉희는 코치로 지내면서 뭔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운남 때문에 봉희는 다시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 뭔가 잘못됐다는.
이런 소설이 나왔다 해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다. 여전히 살을 빼려고 하는 사람은 있고, 방송에는 마르고 예쁜 사람이 나올 거다. 살을 빼면 살을 그렇게 빼다니 하고 추겨세우겠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면 좋을 텐데. 아니 살이 쪘다고 안 좋게 보면 안 되겠다. 그게 더 문제구나. 나도 그런 생각 아주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건강을 해치고 살을 빼는 건 반대한다.
희선
지난여름, 생애 처음으로 다이어트 한약을 먹어봤다. 살이 너무 찌니까 일상이 우울해졌다. 거울 보기도 싫고,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쇼핑하지 않았다. 어차피 큰 옷으로 골라야 했고, 입어봤자 맵시도 안 나고 어정쩡하게 보일 거. 괜히 돈 들여 새 옷을 사면 뭐하나 싶었다. 운동과 식사 조절이 정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혼자 하지 못했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면서 다른 방식을 찾기 시작했을 때, 주변의 추천으로 모험을 시작했다. 운동까지는 아니어도 식사 조절에 도움이 될까 하는 바람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부작용은 없었다. 처음 며칠 약을 먹느라 고생한 거 말고는, 며칠 지나니 습관이 되었고 잘 넘어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식욕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아주 안 먹는 것도 아니다. 처방된 지침대로 피해야 하는 음식과 먹는 양을 조절했고, 본전 생각이 나서 열심히 했다. 평소 군것질하던 것만 줄여도 몸의 변화가 바로 보였다. 한 달에 3kg 정도 빠졌는데, 곧 정체기가 왔다. 이대로 나의 다이어트는 끝인 건가 싶을 때, 몸무게가 늘어나려고 꿈틀거렸다. 요요와 힘껏 싸워야 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부른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의 다짐을 얼마나 단단해야 할까. 배경은 어느 단식원, 화자는 단식원의 코치다. 보통은 단식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가 말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아니었다. 단식원의 코치 봉희는 사라진 회원 운남을 찾으러 다니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변심으로 회원 하나가 스스로 떠났으면 그만인데, 왜 이렇게 운남에게 목을 매고 있나 싶었다. 굳이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단식원은 ‘Y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주인공이 운남이었다. 30kg 넘게 감량한 운남은 최적의 주인공이었다. 현재 운남의 몸무게 50kg대 초반.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한 다이어트 아닌가? 그런데도 이 다이어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로 운남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스스로 사라져 이 프로그램 관련자들을 곤란하게 한다. 특히 운남의 코치 봉희는 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했고, 급기야 운남을 찾으러 그녀의 고향까지 갔지만, 허탕을 친다. 그리고 운남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돌아온다.
바야흐로 보이는 것의 전성시대가 아닌가. 디지털 기기 거의 다룰 줄 모르는 나도 휴대폰 속의 세상에 빠져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온갖 검색에 확인에,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이 안에 있었다. 특히 누군가의 외모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부러움과 질투, 좌절을 동시에 안긴다. 세상 경험 좀 해봤다는 우리 역시 알고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외모가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에 플러스가 되긴 해도 마이너스가 되진 않는다는 걸.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좋을 시대에 누군가의 예쁜 몸은 많은 말을 대신한다. 나도 저렇게 만들어야지, 외모로 차별받는 순간에 복수해야지, 타인의 시선에 주눅 들지 말아야지 등등. 다양한 이유가 예쁜 몸만들기에 열을 올리게 한다. 소설 속 단식원의 존재와 원장의 한 마디, 꽉 짜인 몸만들기 일정, 원생들의 갈망은 우리 내면에 쌓인 마음이었다. 왜 단식원까지 가야만 했는지, 그 간절함이 모두의 마음이었던 거다.
화자인 봉희가 단식원에서 살을 빼고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스태프로 남아있게 했던 이유가 있다. 그 안에서 봉희는 존중받았다. 존재를 인정받고 존재감을 느꼈다. 전교 1등을 하고도 은행 취업에 실패한 원인이 자기 몸이었다는 걸 알고 절망한 이후로, 대학 입학도 미루고 회사의 생산직으로 일하면서 100kg에 육박한 몸이 되어버린 순간 결심한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단식원을 찾아가고, 살을 뺐다. 이곳에서 봉희는 안전했다. 무언가 이뤄낸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Y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합류하고, 봉희의 팀원 운남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뽑히면서 인생 더 활짝 필 줄로 알았다. 운남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단식원은 발칵 뒤집혔고, 운남 대신 아이돌 준비하던 안나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된다. 그래도 봉희는 운남 찾기를 멈추지 못한다. 왜일까.
소설은 ‘Y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위한 준비 과정을 비추면서, 단식원 원장의 영업 능력에 빠져드는 원생들의 믿음,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운남을 찾아다니는 봉희의 시선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독자가 이 소설 안 어디쯤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지 지켜보는 것만 같다. 기회가 닿는다면 단식원에라도 들어가 볼까 생각한 적도 있던 나는, 이 공간의 이야기가 솔깃했다. 정말? 이곳에 내 몸을 맡기면 나도 예쁜 몸이 되어 나올 수 있을까? 혼자서는 못 하는 이 의지박약이 이곳에서는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니까 다이어트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 의문이 풀리지만, 어렵게 단식원에 찾아와 힘들게 몸만들기에 성공했으면서도 안심하고 만족할 수 없던 이유를 이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생각과 궁금증에 계속 읽어가고 있을 때, 봉희가 운남을 찾아다니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마음이 그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단식원까지 찾아가야만 했는지 말이다.
‘얼마나 처먹으면 이렇게 되냐? 무거워서 이거 어떻게 들어?’ 죽고 싶었지만, 바로 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죽으면서까지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삶의 끝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할 거란 게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죽으면 끝이라는데, 웃기죠? (254페이지)
‘살찐 몸이 낮은 신분’인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것만 같다. SNS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시선을 빼앗기는 일. 누군가 눌러주는 ‘좋아요’와 ‘팔로워’ 수에 일희일비하는 삶.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지만, 그 시선에 모든 인생을 걸어서도 안 된다는 걸 자주 잊기에 이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타인이 보내는 시선에 상처받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그 상처에 누군가는 목숨을 걸기도 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이 소설은 그 목소리의 대변인이었다. 당신의 시선과 한 마디에 누군가는 상처 입고 좌절하며 생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그리고 상처받는 주인공은 언제든지 바뀔 수도, 당신이 될 수도 있다. 단식원에서 사라진 운남의 존재를 다시 확인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이 우스꽝스러운 프로그램의 결말에 만족하게 된다.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가 보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이의 아름다움이야말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 빛이 난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읽게 된다.
나의 다이어트는 여전히 정체기다. 처음 3kg이 빠진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약이 남아있음에도 더 먹지 않았다. 앞으로도 다시 복용하게 될 것 같지 않다. 3kg 감량에 만족해서? 아니다. 처음 살을 빼려던 이유가 예쁜 몸이 아니라 건강 때문이었기에, 나는 더 감량해야만 한다. 단지 이제는 약의 도움이나 누구와의 비교를 일삼으면서 하지 않는다는 거다. 예쁜 옷을 보면 내 몸에 잘 맞게 어울렸으면 좋겠고, 거울을 봐도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그 만족의 끝이 없어지더라.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내 몸의 건강을 이유로 시작했던 다이어트는 그냥 그 이유로 꾸준히 가면 된다고. 소박하게 했던 운동을 계속하고, 스스로 식사 조절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대로 꾸준히 하면서 내 몸을 지켜보자고 말이다. 운남의 마지막 그 말이 봉희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기에, 그 말에 빠져들면서 저절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의미는 물론이고, 그 어떤 이유로도 우리가 존중받으면 살아갈 수 있는 시선을 담아야 한다고 믿게 됐다. 지금도 많은 이유로 다이어트에 빠져 있는 모든 Y에게, 무엇보다 당신 몸의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소설이 가 닿았으면 좋겠다.
#내생의마지막다이어트 #권여름 #앤드 #넥서스 #넥서스경장편작가상수상작 #소설
#소설추천 #소설리뷰 #한국문학 #한국소설 #문학 #다이어트 #단식원 #건강한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