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전지와 건전지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전지가 있다. 전지는 먼저 기본 원리에 따라 화학전지와 물리전지로 분류할 수 있다. 화학전지란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건전지와 리튬이온전지는 화학전지에 속한다.
화학전지는 다시 1차전지, 2차전지, 연료전지로 분류할 수 있다. 1차전지는 정해진 용량을 다 쓰면 끝인 일회용 전지를 가리키는데, 방전이 끝나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 리모컨이나 시계에는 보통 1차전지인 알칼리망간건전지 등을 사용한다. 물론 니켈-수소전지 같은 2차전지를 쓰는 사람도 있다. 2차전지는 다 쓴 후에도 충전해서 여러 번 다시 쓸 수 있는 전지를 말하며, 충전지나 축전지라고도 불린다. 리튬이온전지는 2차전지에 해당한다.
--- p.19-20
화학전지는 쓰이는 기기와 사용조건에 따라 여러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많이 쓰는 원통형 전지에는 D, C, AA, AAA, N의 네 종류가 있다. 원통형 전지로는 1차전지인 망간건전지와 알칼리망간건전지 외에도 2차전지인 니켈-카드뮴전지(니카드전지), 니켈-수소전지, 리튬이온전지 등이 있다.
건전지 중에는 원통형 전지보다 더 큰 직육면체 모양의 각형 전지도 있다. 각형 건전지를 적층 건전지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내부에 여러 건전지가 직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전지 1개의 전압은 1.5V이므로, 전지를 6개 연결해서 만든 각형 건전지의 전압은 9V다. 각형 전지는 전동공구나 무선조종 자동차 등 높은 전압이 필요한 기기에 주로 쓰인다. 각형 전지로는 망간건전지와 알칼리망간건전지, 니켈-수소전지 등이 있다.
--- p.24
볼타전지에서는 아연판이 음극이고 구리판이 양극이다. 두 가지 금속이 있는데, 하나는 음극, 또 하나는 양극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연이 구리보다 더 쉽게 이온이 되기 때문이다. 즉 ‘금속이 용액에 녹아서 양이온이 되려는 정도’인 이온화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주요 금속의 이온화경향을 표 1-2에 정리했으며, 40페이지에서도 이온화경향을 자세히 설명한다.
하지만 볼타전지에서 전류가 흐르는 진짜 이유는 아연과 구리의 이온화경향 차이가 아니라, 아연과 구리와 수소라는 세 가지 원소의 이온화경향 차이다. 구리는 수소보다 이온화경향이 작으므로 묽은황산에는 거의 녹지 않는다. 한편 아연은 수소보다 이온화경향이 크므로 묽은황산에 넣으면 녹아서 아연이온이 되며, 아연의 표면에서는 수소기체가 발생한다.
따라서 묽은황산에 아연판과 구리판을 넣으면, 아연은 녹고 구리는 그대로다. 그리고 이 둘을 도선으로 이어 주면 볼타전지가 된다.
--- p.39
알칼리망간건전지는 이름처럼 망간전지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음극 활물질이 아연이고 양극 활물질이 이산화망간이라는 점은 망간건전지와 똑같다. 공칭전압(기전력)도 둘 다 1.5V다.
그러나 음극과 양극의 구조는 망간전지와 정반대다. 알칼리망간건전지에서는 철 등의 금속케이스가 양극의 집전체에 해당하며, 그 안에는 양극 활물질인 이산화망간과 탄소가루의 혼합물을 펠릿 상태로 만든 것이 들어 있다.
음극 활물질로는 수소 발생을 막는 감극제와 아연가루를 섞어서 젤 상태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 전해질이 스며들어 있는 분리막 안쪽에 이 음극 활물질이 채워져 있다. 또한, 중심에는 음극의 집전체인 황동막대가 들어 있다. 물론 황동막대는 음극이므로 전지의 플러스단자와는 이어져 있지 않다(그림 2-3).
이처럼 알칼리망간건전지는 망간건전지의 안팎을 뒤집은 구조를 하고 있다.
--- p.82-83
니카드전지의 가장 큰 단점은 인체에 유해한 카드뮴을 전극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일본을 뒤흔든 공해병 중 하나인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킨 것도 광산의 폐수에 들어 있는 고농도 카드뮴이었다. 에디슨이 니켈-철전지를 개발한 이유도 유해한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 이외에도 니카드전지는 메모리효과와 자체 방전이 심하다는 점, 열폭주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열폭주란 영어로 ‘서멀 런어웨이thermal runaway’라고 하는데, 발열이 발열을 부르면서 온도를 제어할 수 없게 되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 p.136
2차전지의 용량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방전을 멈추고 충전을 하다 보면, 사용 가능한 용량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전압이 떨어질 때가 있다. 이를 메모리효과라고 하는데, 마치 용량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특히 늘 특정 용량을 남겨둔 채로 충·방전을 되풀이하면, 해당 용량 부근에서 메모리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마치 전지가 예전에 언제 충전했는지 기억하는 것 같다고 해서 메모리(기억)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모든 2차전지에서 메모리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요 2차전지 중에서는 니카드전지에서 가장 잘 일어나며, 니켈-수소전지에서도 발생한다. 한편으로 리튬이온전지에서는 메모리효과가 일어나도 거의 영향이 없으며, 납축전지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 p.193
리튬이온전지 외에도 리튬이나 리튬합금을 전극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전지가 있다. 우선 전지반응의 원리에 따라 리튬계 전지를 분류하면, 양극으로 리튬합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와 음극으로 리튬금속(혹은 리튬합금)을 사용하는 리튬금속전지로 나눌 수 있다. 리튬금속전지는 그냥 리튬전지라고도 불리며 대체로 1차전지지만, 음극으로 리튬합금을 사용하는 2차전지도 있다. 이렇게 리튬이 전극 재료로 인기가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 p.214
리튬이온전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화와 파열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연구 주제였다. 사고의 원인은 크게 기계적 원인과 전기화학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기계적 원인으로는 강한 충격, 낙하, 상처 내기, 기기불량 등이 있고 전기화학적 원인으로는 과방전, 과충전, 장기 보관, 부적절한 사용법 등이 있다. 부적절한 사용법이란 예를 들어 양극과 음극 표시를 지키지 않고 전지를 거꾸로 넣어서 쓰기, 새 전지와 오래된 전지를 연결하기, 종류가 서로 다른 전지를 연결하기 등이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2차전지는 방전 자체가 발열반응이므로 열에 의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전지의 온도 관리와 열폭주 방지가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니카드전지와 NAS전지는 방전도 발열반응이지만, 니켈-수소전지는 방전이 흡열반응이고 충전이 발열반응이다.
--- p.261
차세대 2차전지 연구에서는 아주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기에, 수많은 후보 전지가 존재한다. 주로 어떤 성능을 향상하려 하는지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어 그림 5-1에 정리했다. 각 항목의 연구 대상은 주로 전해질, 양극, 음극의 세 분야로 나뉜다.
현재 연구 중인 차세대 2차전지 가운데 유망한 상위 5순위를 굳이 고른다면, ①전고체전지, ②리튬-황전지, ③금속-공기전지, ④나트륨이온전지, ⑤다가이온전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여러 전지가 있으므로, 어느 것이 앞으로 천하를 제패할지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 p.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