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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11월 15일 |
|---|---|
| 판형 | 양장? |
| 쪽수, 무게, 크기 | 164쪽 | 312g | 133*207*12mm |
| ISBN13 | 9791159317972 |
| ISBN10 | 1159317976 |
- 원서이동
-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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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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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웃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께름칙하고 섬뜩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애당초 웃는 얼굴이 아니다. 아이는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증거로 아이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있다. 사람이 주먹을 쥐고 웃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 얼굴은 원숭이 같다. 아니, 원숭이 얼굴 그 자체다. 보기 흉하게 얼굴 가득 주름이 져 있다. ‘주름투성이 도련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 p.10
사진 속의 남자는 교복 가슴 쪽 주머니에 하얀 손수건을 살짝 내보인 채 등나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웃고 있다. 이번에는 주름 가득한 원숭이 웃음이 아니다. 아주 묘한 웃음이다. 보통 사람의 웃음과는 사뭇 다르다. 피의 무게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생명의 깊은 맛이라고 할까, 그런 충실한 느낌은 조금도 없이 한 마리 새, 아니 깃털이나 종이 한 장처럼 가볍게 웃고 있다. --- p.10
나이부터 전혀 가늠이 안 된다. 머리는 온통 희끗희끗하다. 남자는 아주 지저분한 방(사진에는 벽이 세 군데쯤 허물어진 것이 뚜렷하게 찍혀 있다) 한쪽 구석에 피운 자그마한 화롯불에 손을 쬐고 있는데, 이번에는 웃지 않고 있다. 표정도 없다. 말하자면 앉아서 화롯불에 양손을 쬐다 그대로 죽은 듯, 음산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이 드는 사진이다. --- p.11
너무나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 p.13
나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전교생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걸핏하면 한 달, 두 달 또는 한 학년 가까이 학교를 쉬곤 했지만, 그래도 병석에서 방금 일어난 몸으로 인력거를 타고 학교에 가서 기말시험을 치르면 학급의 누구보다 성적이 좋은 ‘공부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몸 상태가 좋은 때도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고, 학교에 가서도 수업 시간에 만화 같은 것을 그려 쉬는 시간에 그것을 같은 반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웃기곤 했습니다. --- p.23
나는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짓고 철봉을 향해 “얏!” 하고 소리치며 뛰어올라서는 멀리뛰기를 하듯 앞으로 날아갔다가 모래밭에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것은 미리 계획한 실수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나도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나 바지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습니다. 그런데 그때 언제 다가왔는지 다케이치가 내 등을 쿡 찌르며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일부러 그런 거지?” --- p.29
나는 다케이치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먼저 가짜 크리스천처럼 ‘상냥한’ 미소를 짓고 목을 30도쯤 왼쪽으로 기울인 채 녀석의 작은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으며 달콤하면서도 간드러진 목소리로 내가 묵고 있는 집에 놀러 오라고 여러 번 꼬드겼습니다. 그때마다 녀석은 초점 없는 흐릿한 눈을 씀벅거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 p.30
나는 화실에 다니면서 한 미술학도를 통해 술과 담배와 매춘부와 전당포와 좌익 사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어울리기에는 묘한 조합이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 p.41
‘음지의 인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 세상에서 비참하게 패배한 자 또는 부도덕한 자를 가리키는 말인 듯합니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스스로 음지의 인간인 것 같아 세상 사람들한테 음지의 인간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사람을 보면 상냥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은 나 스스로도 반할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 p.48
다케이치가 내뱉은 예언 가운데 하나는 맞고 하나는 빗나갔습니다. 여자들이 나한테 홀릴 거라는 다소 명예롭지 못한 예언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화가가 될 거라는 축복과도 같은 예언은 빗나갔습니다. --- p.71
이제 나는 죄인 정도가 아니라 미치광이가 되었습니다. 아니, 나는 절대로 미치지 않았습니다. 맨정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아, 미치광이는 대부분 그렇게 말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진 속의 남자는 교복 가슴 쪽 주머니에 하얀 손수건을 살짝 내보인 채 등나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웃고 있다. 이번에는 주름 가득한 원숭이 웃음이 아니다. 아주 묘한 웃음이다. 보통 사람의 웃음과는 사뭇 다르다. 피의 무게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생명의 깊은 맛이라고 할까, 그런 충실한 느낌은 조금도 없이 한 마리 새, 아니 깃털이나 종이 한 장처럼 가볍게 웃고 있다. --- p.10
나이부터 전혀 가늠이 안 된다. 머리는 온통 희끗희끗하다. 남자는 아주 지저분한 방(사진에는 벽이 세 군데쯤 허물어진 것이 뚜렷하게 찍혀 있다) 한쪽 구석에 피운 자그마한 화롯불에 손을 쬐고 있는데, 이번에는 웃지 않고 있다. 표정도 없다. 말하자면 앉아서 화롯불에 양손을 쬐다 그대로 죽은 듯, 음산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이 드는 사진이다. --- p.11
너무나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 p.13
나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전교생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걸핏하면 한 달, 두 달 또는 한 학년 가까이 학교를 쉬곤 했지만, 그래도 병석에서 방금 일어난 몸으로 인력거를 타고 학교에 가서 기말시험을 치르면 학급의 누구보다 성적이 좋은 ‘공부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몸 상태가 좋은 때도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고, 학교에 가서도 수업 시간에 만화 같은 것을 그려 쉬는 시간에 그것을 같은 반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웃기곤 했습니다. --- p.23
나는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짓고 철봉을 향해 “얏!” 하고 소리치며 뛰어올라서는 멀리뛰기를 하듯 앞으로 날아갔다가 모래밭에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것은 미리 계획한 실수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나도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나 바지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습니다. 그런데 그때 언제 다가왔는지 다케이치가 내 등을 쿡 찌르며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일부러 그런 거지?” --- p.29
나는 다케이치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먼저 가짜 크리스천처럼 ‘상냥한’ 미소를 짓고 목을 30도쯤 왼쪽으로 기울인 채 녀석의 작은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으며 달콤하면서도 간드러진 목소리로 내가 묵고 있는 집에 놀러 오라고 여러 번 꼬드겼습니다. 그때마다 녀석은 초점 없는 흐릿한 눈을 씀벅거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 p.30
나는 화실에 다니면서 한 미술학도를 통해 술과 담배와 매춘부와 전당포와 좌익 사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어울리기에는 묘한 조합이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 p.41
‘음지의 인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 세상에서 비참하게 패배한 자 또는 부도덕한 자를 가리키는 말인 듯합니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스스로 음지의 인간인 것 같아 세상 사람들한테 음지의 인간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사람을 보면 상냥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은 나 스스로도 반할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 p.48
다케이치가 내뱉은 예언 가운데 하나는 맞고 하나는 빗나갔습니다. 여자들이 나한테 홀릴 거라는 다소 명예롭지 못한 예언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화가가 될 거라는 축복과도 같은 예언은 빗나갔습니다. --- p.71
이제 나는 죄인 정도가 아니라 미치광이가 되었습니다. 아니, 나는 절대로 미치지 않았습니다. 맨정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아, 미치광이는 대부분 그렇게 말한다고 들었습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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