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사람들이 전하는 희망의 글들
순간적인 재미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종이책을 읽고 생각을 깊게 하며 토론을 한다는 건 흔치 않은 기쁨이 되었다. 독서 토론 모임 ‘책으로 노는 사람들’은 꾸준히 책을 읽고 함께 활동하고 있다. 매월 동서양 고전을 번갈아 읽고 소통하며 6년째 인문학 독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책으로 노는 사람들’은 다른 독서토론회와 달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읽은 책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서평 형태의 글쓰기를 공부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내가 읽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하여 그들이 행복하게 살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 소개하는 책 200권이 지역 사회에서 새로운 책 2,000권을 읽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회원들이 쓴 서평에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책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좋은 글은 결국 타인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펼치는 것이다.
에드먼드 버크는 ‘사색 없는 독서는 소화되지 않은 식사와 같다’고 했다. 사색 없는 글쓰기는 영양분 없는 요리와 같다. 좋은 글을 쓰려면 독서와 사색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우선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본다면 매달 꾸준히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것은 글쓰기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
--- 「머리말」 중에서
‘달과 6펜스’. 제목만으로는 소설의 내용을 예견하기 어렵다. 다만 달의 서정적 감성과 동전의 현실성이 제목 속에 녹아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달빛과 동전은 둥근 것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지만 달빛과 동전 6펜스가 대비되어 그 의미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만큼 크게 느껴진다. 삶의 안락함을 버리고 예술혼을 따라 고난과 야생의 삶에 몸을 던져, 예술로 승화시킨 스트릭랜드의 모습이 달과 6펜스 사이에서 교차되기도 한다.
--- p.12, 남지민, 「현실과 이상 사이-『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문학동네」 중에서
우리는 이상과 현실이 조화하며 살기를 원한다. 어느 쪽으로 날아갈 것인가? 진로 문제는 청소년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어른들도 사실 늘 길을 찾고 있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쉬이 내색도 못한다. 바로 이럴 때 ‘갈매기의 꿈’을 다시 읽어 보자. 갈매기 조나단에게 배우는 마음, 그것이 어른의 지혜 아닐까.
--- p.53, 장창수, 「조나단에게 배우다-『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공경희 옮김, 현문미디어」 중에서
사회에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식, 문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관습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이 존재한다. 시대가 흐를수록 정교해지고 더 예의를 갖추지만 오히려 진심에서 멀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즉,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죽음을 앞둔 쾌활한 여학생과 무뚝뚝하면서 관찰력이 뛰어난 남학생의 이색적인 만남을 통해 ‘틀에 갇힌 관계에서 탈주’하며 서로의 진심에 다가가는 경험을 무겁지 않게 탐구한다.
--- p.181, 정종윤, 「틀에 갇힌 관계로부터의 탈주-『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중에서
71세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의 이야기, 어디부터 따라 잡아야 하지? 부럽다는 말만 하고 앉아있는 것,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호기심을 가지고 용기 있게 도전하는 자만이 얻을 것을 얻고, 이룰 것을 이룬다. 지금까지 남이 하는 일을 부럽게 바라만 보았다면 이제 남이 날 바라보게 해 보자. 하고 싶었던 일, 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 지금 당장!!
--- p.243, 이동근, 「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김유라, 위즈덤하우스」 중에서
이 책은 주장하지 않고 평등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한다. 행동하지 않는 선량한 마음만으로는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니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한마디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지적이고 재치 있는 토론식 서술이 흥미로워 끝까지 쉽게 읽힌다.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을 고민하다 보면 세상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진다. 은밀하고 사소한 일상 중에 혹여 불평등에 동조하게 될까 스스로 경계하게 하게 된다. 평등한 세상의 꽃밭을 거닐고 싶으면 내가 먼저 꽃피어야지 않겠는가.
--- p.343, 강여울, 「찔리다-『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중에서
독특한 제목과 저자의 명성에 이끌려 집어든 『녹나무의 파수꾼』 표지에 시선이 붙들리고 말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은 더더욱 그러하다.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토리 전개의 느닷없음과 예측의 빗나감을 적절히 활용하여 독자를 사로잡는 남다른 능력의 보유자인 듯하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의구심이 결국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에 의한 덫이라는 걸 아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람 간의 의사소통은 주로 언어로 이루어진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다가도 자신의 마음을 언어적 표현으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오롯한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면 비언어적 요소가 때로는 필요한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녹나무라는 신비로운 자연물을 이용해 이야기로 풀어냈다.
--- p.384, 배태만, 「내가 남길 것은 무엇인가-『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번역, 소미미디어」 중에서
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엄마, 엄마” 차마 부를 수 없는 아기의 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농인(청각장애인 중 수화언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을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CODA, 농부모의 자녀)라 부른다. 그들은 경계에 서있는 존재다.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 사이, 음성언어와 시각언어(수화언어) 사이, 청聽 문화와 농聾 문화 사이. 이 책은 소리를 듣고 침묵을 읽으며 사이를 살고 경계를 잇는 코다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 p.400, 하승미, 「다름을 단절이 아닌 통로로-『우리는 코다입니다』, 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교양인」 중에서
도대체 인간은 이 지구에 어떤 존재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천선란 작가는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고 했다. 나도 그런 지구를 생각해 본다. 꿈이 이루어진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284쪽)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콜리는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 p.411, 나진영, 「콜리를 아세요?-『천 개의 파랑』, 천선란, 허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