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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을 펴내며
여는 글을 대신하며 ― 무리요의 <소년> 사춘기 입구에 서서 ― 데라다 도라히코의 『데라다 도라히코 작품집』 어린아이의 눈물 1 ― 엘리자베스 루이스의 『양쯔 강 소년』 어린아이의 눈물 2 ― 니콜라이 바이코프의 『위대한 왕』 어린아이의 눈물 3 ― 에리히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 본디 한 뿌리에서 자라났건만 ―『삼국지』 얄미운 녀석 ― 다자이 오사무의 「추억」 남자에 대하여 ― ‘현대시인전집’ 끝내 읽지 못한 책 ―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희망이란 ― 루쉰의 『고향』 사라져가는 말 1 ― 허남기의 『조선의 겨울이야기』 사라져가는 말 2 ― 김소운의 『조선시집』 다리를 소유하려는 사상 ―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저자 후기 해설: 일상에서 보편의 세계로 ― 서경식, 그의 행보에 대한 공감 옮긴이 후기 |
저서경식
관심작가 알림신청徐京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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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나는 나카무라 고야의 『세계사 편력』을 애독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지금껏 벽장 안에 살아남아 있다. “청나라는 잠자는 사자인가 병든 돼지인가”라는 문구를 나는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내가 이 구절을 특별히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사회시간에 이 문구를 발표하여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이 나오는 대목을 다시 찾아보니 “거대한 청나라는 일본을 얕잡아보고 덤벼든 결과 예상 밖으로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는 내용이 나왔다. (……) 청일 전쟁은 조선반도를 무대로 펼쳐진 전쟁이었고 (……) 근현대 일본사회를 관통하는 아시아 멸시관은 이 전쟁을 기점으로 형성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나는 일본인의 입장에 서서 중국을 깔보고 ‘사자냐, 돼지냐’ 알은체하며 학교에서 칭찬받았던 것이다.
--- pp.160-161 |
서재나 연구실에서 쓴 편지가 아니었다. 고문이 가해지고 때로는 수개월 간이나 계속된 독서 금지 처분을 당하던 상황에서 써 보낸 편지였다. 나는 곧바로 형의 이 말을 나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항변의 여지가 없었다. 한 순간 한 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없는 자기 연찬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그 같은 절실함이 내게는 결여되어 있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채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시시각각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p.1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