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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코요테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강가의 개 외출 머킨 폭풍 피부 코네티컷 |
저앤드루 포터
관심작가 알림신청Andrew Porter
역김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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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로버트가 우리 관계에 대해 나처럼 죄의식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우정을 다음 단계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그의 양면적인 감정은, 그로 인해 훗날 내가 자신에게 분개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어느 날 저녁, 우리가 그의 소파에 앉아 있을 때, 나는 그에게 내 부모님의 새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다지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나는 잠시 후 그가 내 얘기를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마침내 이야기를 끝마치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슬픈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언젠가 이것 때문에 나를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헤더.”
“무엇 때문에요?” “이런 만남.” 그가 말했다. “당신이 언젠가 이런 만남을 되돌아보며 나를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나는 그를 보았다. “내가 두려운 게 뭔지 알아요, 로버트?” 나는 그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요.” --- p.107~108 나는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잠시 후, 바람이 불어오자, 누나가 내 가슴께로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잠시 나는, 어린 시절 그곳에 앉아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지난날의 늦여름 오후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언덕 아래로 아버지의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보일 때 누나가 미소 짓던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기쁨처럼 보였다. 그 불빛, 자동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안다는 그것은. --- p.245~246 나는 다만 클로이의 피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처럼 서늘하고 부드러운, 내 젊은 아내의 창백한 피부. 바깥 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커지고 클로이가 내 쪽으로 몸을 굴린다. 맨 먼저 나의 가슴에 키스하고 차츰차츰 아래로 내려간다. 나는 눈을 감는다. 조금 후면 우리는, 매일 밤 그러하듯이, 우리의 조그만 매트리스 위에서 함께 잠이 들 것이다. 창문 밖 종려나무들을 흔들고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잔인한 짓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안개 속의 꿈을 믿으면서. --- p.249 |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어떤 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삶을 영원히 변화시켜버린 순간들에 대한 시린 기록 이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과거의 어떤 한 지점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드시 스펙터클한 사건이 아니어도, 어떤 일들은 한 사람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삶에서 한 번쯤은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 앤드루 포터의 소설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각기 다른 상처들을 어루만져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성장통은 있다. 앤드루 포터는 인물들의 감정을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보며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서늘하지만 마음을 담은 터치로 그려낸다. 앤드루 포터의 이야기들에는 언뜻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마음속에 자신만 아는 상흔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헤더는 깊은 마음을 나눠가졌음에도 결국 떠나야만 했던 로버트에 관한 기억을 정리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남아 있는 기억은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럽고, 정의내릴 수 없기에 더욱 떨쳐낼 수 없는 것들이다. 다른 남자의 부인을 사랑하게 된 아내를 이해해야만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코네티컷」, 삶에 활력을 얻기 위해 집에 들인 교환학생으로 인해 자신들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커플의 이야기 「아술」, 형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강가의 개」 등. 그들은 어떤 기억들을 끌어안은 채 삶을 이어나가고, 자신들을 붙들고 있는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영원한 숙제로 남는다. 앤드루 포터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로버트의 입을 빌려 삶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고 역설한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_92쪽,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그러한 감정들은 그리움을 남기기도 하고, 죄책감을 남기기도 하고, 끝내 떨쳐낼 수 없는 상실감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한 부분이라고. 우리들은 그런 삶의 부분들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이다. 어째서 아름다운 것들은 이토록 슬픈가 어째서 아픈 이야기들이 이토록 아름다운가 앤드루 포터의 소설들이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진실한 이야기 때문이겠지만, 그만큼이나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그가 신중히 써내려간 아름다운 문장들일 것이다. 절제와 풍요를 오가며 때로는 대하처럼, 때로는 격류처럼 흐르는 유려한 그의 문장은 우리에게 왜 어떤 이야기들은 언어라는 도구로 전해져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째서 아름다운 것들은 이토록 슬픈가, 어째서 아픈 이야기들이 이토록 아름다운가. 그의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문장들에 가끔 책장을 넘기는 손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는 것을 멈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정교한 문장들은 아름다울뿐더러 독자를 그 세계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섬세하면서 힘있는 작가를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
어떤 소설은 다 읽고 나면 ‘나도 이런 걸 쓰고 싶다’라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소설은 ‘앞으로 나는 도대체 무얼 쓸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을 안겨준다.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내게 후자의 소설이다. 한 권의 소설집 안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미 다 들어 있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 서늘한 상처와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지나쳐버릴 수 없는 어떤 기억의 주변을 끊임없이 서성이는 삶에 대해서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를 나는 앤드루 포터밖에는 알지 못한다. - 백수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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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단편소설의 진정한 마스터가 있다. 그가 쓴 모든 문장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간 영혼 안에 깃든 빛과 그림자를 드러낸다. - 케빈 브록마이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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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모든 페이지가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 배리 해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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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포터의 소설은 다정하고, 명쾌하며, 지극히 세심하다. 특히 이 책에 실린 각각의 소설들은 한결같은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 메릴린 로빈슨 (소설가. 퓰리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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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움직이는 세계에서 앤드루 포터의 책을 읽는 일은 시간을 멈추고 자신의 숨결과 기억을 붙잡는 일과 같다. 이 여유 있고 보기 드문 이야기들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잡았다. - 피터 오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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