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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 반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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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4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368g | 130*188*30mm
ISBN13 9788931021493
ISBN10 893102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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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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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노한다. 분노에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읽고, 보고, 쓴다. 수시로 우울하다. 우울함과 잘 살아가기 위해 읽고, 보고, 쓴다. 분노와 우울을 오가는 와중에도 오만이 싹튼다. 내 오만을 다스려 무지를 발굴하기 위해 읽고, 보고, 쓴다. 몸을 움직여 이야기를 전하러 가는 그 ‘북우먼’들처럼 나도 꾸준히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그렇게 성실하게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 믿는다.
--- 「서문: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중에서

애니 프루의 말대로 실로 우리는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카프카적인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여자의 몸을 깔고 앉아 예술을 읊조리는 후안무치의 예술가연 하는 인간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냉소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야 한다. 매번 망하지만 매번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와이오밍의 한 가족사를 다룬 애니 프루의 단편 「어느 가족의 이력서」처럼 저항의 이력서를 작성해야 한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북 위에 그림을 그리는 병사의 심정으로, 스스로의 품위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치열함은 시간을 뚫고 살아남는다. 예술도 운동도 거기에 있다.
--- 「애니 프루: 모순의 시대, 인간의 품위에 대하여」 중에서

따가운 고통의 언어를 견디며 글을 지어낸 여성들이 앞서 언어의 길을 조금씩 닦아준 덕분에 조금 더 편히 걷는다. 이토록 여성의 언어를 들고 싸우려는 다른 여성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정신을 유지했을까 싶다. 알파벳으로 만든 화염병에 불을 붙이자. 언어를 만들어라. 힘차게 던진다. 압제자의 언어를 부숴버려라. 다시 생존자의 언어를 만들어라.
--- 「에이드리언 리치: 압제자의 언어를 불태우다」 중에서

젤다의 정신질환도 오늘날 시각으로는 딱히 근거가 없다. 창의적인 남성들은 범죄까지 옹호받지만 창의적인 여성들에게는 독창적인 표현이 오히려 정신병의 근거로 작용했다. 여성의 창의적인 에너지를 억압하는 방식이 ‘미친년 만들기’다.
--- 「젤다 세이어 피츠제럴드: 노는 여자가 안전할 때까지」 중에서

생각이 많아질수록 미칠 것만 같은 그런 시간들이 있다. 과대망상, 피해의식 등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찍어 누르는 사회에서 미치기는 얼마나 쉬울까. 소리 지르고, 찢어버리고, 부숴버리고 싶은 시간들을 우아한 언어로 전환시키며 살아갈 뿐, 미치기 직전의 순간은 내게도 수없이 있었다. 100년 전이라면 나도 치료라는 이름으로 감금되거나 전기의자에 앉았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는 열 명, 혹은 백 명의 미친 여자들의 안부를 물으며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죽지 마, 미쳐도 돼, 라고 속삭이면서.
--- 「실비아 플라스: 피의 홍수는 사랑의 홍수」 중에서

내 슬픔은 누구에게 등을 보이는가. 내 슬픔은 누구의 얼굴을 바라보는가. 이름 없이 공적인 얼굴을 상실한 자들을 애도하고 싶다. 1991년 부산에서 한 노동자는 팔에 다음과 같이 적고 투신자살했다.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고 미경이다.” 그는 권미경이다.
--- 「루이즈 글릭: 상실에 응답하는 목소리」 중에서

오랫동안 역사에서 언어의 주체로 살아온 남성들은 여성들과 마주 앉기에 종종 실패한다. 여자를 과일로 만들거나 고기로 만들어 식탁 위에 올리지 말고, 여자의 말을 먹어보길. 기존의 언어가 전복될 것이다.
--- 「에밀리 디킨슨: 빵과 시, 행복에의 의지」 중에서

보편적인 이야기를 따르는 작품이 있다면 보편성을 획득하는 작품이 있다. 전자는 통속적인 이야기가 되어 세월을 견디지 못하기 쉽고, 후자는 시간을 견디며 살아남는다. 그렇게 고전이 된다. 고전의 힘은 독자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매력과 동시에 그 매력을 관통하는 보편성에서 나온다.
--- 「니키 지오바니: 보편을 지배하기」 중에서

의도를 과하게 변명하는 행동은 언제나 자신이 이해받는 위치에 있길 원할 뿐 스스로 이해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 지독한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나온다. 의도, 의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라는 말, 진짜 지겹다. 결과에 대한 무책임일 뿐이다.
--- 「니키 지오바니: 보편을 지배하기」 중에서

제 삶이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에 따라 신의 모습은 각각 다른 얼굴로 나타날 것이다. 신의 얼굴에서, 그의 목소리에서 누가 보이고 누구의 말이 들리는가. (...) 삶이 쌓일수록 소망한다. 내 삶이 점점 더 다양한 얼굴을 한 신과 마주할 준비가 되었기를. 그 얼굴은 반드시 인간이 아니어도 괜찮다.
--- 「옥타비아 버틀러: 당신의 신은 어떤 모습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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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 작가들의 이름을 집요히 조롱하거나 교묘히 지웠던 과거와의 절연 선언이다. 흙에 묻힌 이름들을 다시 발견하고 다시 기억하고 다시 이야기하여 완전한 회복을 도모한다. 한 작가와 특별한 관계에 놓인 공간을 활보하다 보면 시간의 경계까지 훌쩍 넘어선다. 과거를 전복하며 얻은 탄성으로 미래에 닿아보는 경험이 우리의 현재를 바꿀 것이다.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작가)
여성 작가들은 너무 자주 삶보다 죽음에, 명성보다 비난에, 격려보다 낙인에, 자기만의 방보다 정신병원에 가까이 있었다. 여자의 글은 읽지 않고 여자에 대한 이야기만 가십처럼 소비하는 세상에서, 나의 분노와 소통하는 읽기의 힘. 여기 실린 여성 작가들을 빠짐없이 사랑하며 성장한 내게도 이라영 작가의 이번 책은 더없이 각별하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이 책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대대로 과소평가된 여성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은둔하며, 비난받으며, 혹은 남성의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며 그녀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언어로 써 내려갈 새로운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성주의적 독법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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