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오페라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페라는 사실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늘 있어왔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이 감찰관을 속이고 턴테이블 스피커를 창가로 돌릴 때 모두가 넋을 잃고 듣는 노래, 〈귀여운 여인〉에서 남녀 주인공이 전세기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동하여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할 때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첫 오페라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영원히 오페라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귀띔하는 장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이 아내에게 들려주려고 몰래 스피커를 바깥으로 돌리는 장면과 〈대부 3〉에서 딸의 죽음에 통곡하는 마지막 장면에 사용된 음악, 휴대폰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의 인생을 바꾼 《투란도트Turandot》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등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접하여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오페라 음악들이 많다.
--- 「오페라는 결코 우리와 멀지 않다」 중에서
《라 트라비아타》는 《리골레토》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각색하여 공연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는 베르디가 초연 당시 이 작품은 현재(contemporary)를 배경으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베르디의 원래 의도를 놓고 작품 주제의 보편성 때문에 항상 현재를 배경으로 해야 한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베르디가 살던 당시를 배경으로 해야 한다고 한 것인지에 대해서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관객이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여기기에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1막의 우중충한 자취방과는 대조적으로 2막은 화려한 파리의 카페 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갑자기 분위기가 전환된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마침 마르첼로의 옛 연인 뮤제타가 나타나면서 오페라의 초점은 오디오에서 비디오로 빠르게 이동한다. 오페라 《라보엠》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2막의 파리 거리, 군중 신을 얼마나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가에 있다. 군인들의 행진, 군중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카페 안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다이내믹하게 살리면서도 뮤제타가 옛 연인 마르첼로에게 어필하는 장면과 로돌포가 카페에서 친구들에게 미미를 처음 소개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포커싱되어야 한다.
만약 2막이 없다면 《라보엠》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난한 청년 남녀가 추운 전셋집 골방에서 궁상만 떨다가 병들어 죽어버리는 아주 우울하고 비참한 단막극으로 끝날 것이다. 그만큼 《라보엠》에 있어 2막의 의미는 크다. 오페라는 비록 비극으로 끝나지만, 2막의 밝은 분위기가 가난하지만 젊은 남녀의 발랄하고 유쾌한 사랑의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2막이 《라보엠》의 전체적인 사랑의 톤을 균형 있게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라보엠」 중에서
대학 1학년 모든 것이 새롭고 열정적이던 시절, 학생회관에 있던 음악감상실에서 처음 바그너를 만났다. 강의 중간에 빈 시간을 메우려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음악감상실. 사람 덩치만큼 큰 스피커에서 《탄호이저》 서곡이 막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꽤 익숙한 멜로디라 생각하며 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음악에 몸을 맡겼던 그날이 아마 클래식 음악이 주는 감동을 느꼈던 최초의 순간 같다. 웅장하면서도 애처롭고, 환희에 들떴다가도 다시 침잠하며, 구원을 느끼다가도 금방 혼란 속에 빠져드는 복잡함 속에 그래도 조용히 다가오는 새벽빛 같은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 이것이 그날 그 짧은 시간에 나를 뒤흔들었던 바그너의 느낌이었다.
그 뒤로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한창 오디오에 빠졌던 40대에 이르러서야 다시 바그너를 만났다. 약 20년 만이었다. 지금도 대학 시절 경험 때문인지 바그너 레퍼토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탄호이저》를 꼽지만, 점점 바그너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듣고 또 들어도 도무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니벨룽의 반지》(이하 ‘링’) 시리즈에 더 깊이 빠져버렸다. 바그너의 링 연작을 들으며 복잡한 감동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시와 음악, 노래, 드라마 모든 것을 망라한 종합예술을 지향했던 바그너의 의도에 딱 부합하는 반응일 수도 있다.
--- 「니벨룽의 반지」 중에서
뉴욕의 밤 문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재즈 바다. 재즈는 남부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기원했다는데 실제 성업을 이루었던 곳은 뉴욕이다. 1900년대 초중반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뉴욕에 모였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재즈가 인기를 잃으면서 많은 재즈 바가 문을 닫았지만 맨해튼엔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적인 재즈 바가 많다.
--- 「재즈 클럽」 중에서
맨해튼의 아파트는 대부분 아주 오래되었고 처음 지을 때 주차 공간을 확보해두지 않아 아파트 내에 주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혹여 지하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해당 아파트 전용으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대중에 개방되는 일반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주차 비용은 시내에 가까울수록 비싸고 멀어질수록 싼데, 시간당, 일당, 주 또는 월별, 장기 등 이용 형태는 다양하다. 시내 기준으로 한 달에 대략 500달러, 하루에 20달러 내외다. 차종에 따라 요금 체계가 다른데, 프리미엄 브랜드나 SUV 등 대형 차량일수록 비싸다. 아침 일찍(early bird) 또는 밤늦은(late night) 주차는 할인이 적용된다.
--- 「맨해튼에서 주차하기」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서점은 하우징 웍스 북스토어와 머서 북스토어다. 중고 서적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고 구하기 어려운 희귀 아이템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고 서적이지만 최근 서적들도 꽤 많아 잘만 고르면 좋은 책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특히 하우징 웍스는 직원 모두 자원봉사자인 자선단체로 특히 더 저렴하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에 매우 편안한 공간이다. 학생부터 거리에서 구걸하다 들어온 듯한 사람들까지 편안하게 독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게 뉴욕의 다양성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 「독립서점」 중에서
아이스하키는 게임 수가 적고 구장(주로 시내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 작아 티켓이 비싸다는 제약은 있지만, 야구보다 훨씬 광적인 스포츠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아이스하키 자체가 워낙 거칠고 다이내믹한 게임이어서 거의 1분 간격으로 관객의 탄성과 함성이 터지는데, 게임이 언제 시작되고 끝났는지 모를 만큼 완전히 몰입해 즐길 수 있다. 관객의 상당수가 뉴욕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보기 때문에 이들 틈에 섞여 있으면 마치 오래전부터 뉴욕 레인저스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 「스포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