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1월 27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450g | 135*195*21mm |
ISBN13 | 9788936438722 |
ISBN10 | 8936438727 |
발행일 | 2022년 0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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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450g | 135*195*21mm |
ISBN13 | 9788936438722 |
ISBN10 | 8936438727 |
MD 한마디
[혹독한 겨울의 끝,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몬드』, 『유원』을 잇는 눈부신 성장소설. 불확실하고 불안한 것 투성이인 그들의 열일곱을 함께하며 우리는 다시 믿게 된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가 녹으면, 차가워진 마음을 하나 둘 풀어내면, 겨울 그 다음에는 봄이 온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새 겨울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을. -소설 MD 박형욱
1부 호정 007 2부 자꾸만 055 3부 사랑 111 4부 침몰 211 5부 호수의 일 303 작가의 말 359 |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가제본블라인드 서평단으로 호수의 일을 읽어보았다. 작가가 누구일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그 유명한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의 저자 이현이라니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가라 놀라움과 반가움은 배가 되었다. 둘째가 초등학교 시절 『푸른 사자 와니니』로 온 책 읽기를 하고 학교에서 작가를 초정해서 강의를 들었기에 이 책이 나름 둘째에게는 소중한 기억의 책이기 때문이다. 아동문학에서 이젠 청소년 문학으로 폭을 넓힌 작가의 작품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에서는 평범한 학생으로 생활을 하지만 가정에서의 또 다른 모습으로 지내는 호정이가 이 『호수의 일』의 주인공이다. 호정이가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가족들과 호수로 놀러 가 꽝꽝 언 호수에서 자신만 끝까지 썰매를 타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호정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으로 학원을 다니지 않고 인강으로 공부를 하며 수시보다는 정시를 목표로 공부를 한다.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호정이지만 마음 한구석엔 어린 시절 부모의 사업실패로 할머니 집에 떨어져 지내며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원망했던 아픔의 판도라 상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학 온 강은기와 친해지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이 특별해졌고 호정은 은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따뜻하고 설레였다. 하지만 은기에게도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 상자가 있음을 호정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차에 짓꿏은 아이들에 의해 가정폭력과 관련된 아버지가 죽은 사건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결국 은기는 학교를 떠나게 되고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된 듯이 호정이는 기말고사에도 집중을 못하고,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더 커지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절친들도 성가시게 느껴져 다투게 된다. 그러다 자신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은기의 과거사를 들쑤신 거라 짐작되는 아이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학교를 뛰쳐나간다.
처음엔 부모의 입장에서 책을 읽었기에 나와 너무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는 현재의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일상이 나에겐 낯설게만 느껴졌다. 남자애들만 키워서 그런지 화장을 곱게 하고 등교를 하고 민낯으로 밖을 나가는 걸 싫어한다는 여자아이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화장을 안 해도 예쁠 텐데라는 말을 속으로 되내이고, 커플이 되고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는 공부하는데 방해가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하니 내 나이를 속일 수 없고 꼰대가 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의 마음 깊숙이 들어가 내가 10대가 된 것처럼 읽고 있었다. 호정에게도 아직 자신의 과거를 편하게 털어놓지 못해 간혹 당혹스러워하던 은기가 결국 자신의 과거사가 밝혀지게 된 상황, 호정이가 부모님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아픔들이 하나둘 내 마음에 박히며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김살 없이 귀여운 동생 진주를 보며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은 그 시절 받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진주에 대한 질투라는 양가감정을 가진 호정은 그런 속내를 누군가에게 제대로 말해 본 적이 없다. 친구들과도 격이 없이 잘 지내지만 부모님과의 관계는 오히려 남보다 못하다. 잘 울지 않는 호정이 처음으로 편하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은기가 사라지고 은기에게 묻고 싶고 하고 싶은 말들이 계속 마음속에 쌓여가기만 했다.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그냥 덮어 두다 결국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호정은 상담을 받으며 순서 없는 기억의 서랍들을 하나하나 열어 호수의 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 순간 나는 또한 알았을 것이다. 박인석이 뭔가 내가 은기에게 물을 수 없었던 것들을 알고 있다 는 사실을
인간은 어째서 모르면 좋은 것을 그냥 덮어 두지 못할까.
나는 그것을 물으면 은기가 뒷걸음치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윤기에게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내내 묻고 있었던 것이다.
박인석의 손에 온기를 물어뜯을 괴물이 든 상자가 있었다. 나는 박인석이 상자를 열까 봐 겁이 났고 또한 그 안에 든 것이 궁금했다. 그 잠깐의 망설임이었다.
정말로 치명적인 것은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이름 모를 바이러스나 천박한 호기심 같은 것들은. (p.210)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아픈 나가 아닌 그냥 나일까.
아픈 나와 그냥 나가 주연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중인 것 같다. 더 이상 격렬하지는 않은지도 모르지만
비로소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과 함께 그 아이가, '아픈 나'가 달라진 걸까. 그 애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p.302)
마음은 모르게 찾아와 명백하게 떠난다. 눈물이 솟았다. 참지 않고 두었다. 좋은 것을 잃었을 때는 좋았던 만큼 슬플 수밖에 없다. 슬픔은 다하고서야 비로소 다해질 것이다. (p.345)
10대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며 내면의 심경 변화를 잘 그려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부모의 보살핌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일깨우기도 하고 첫사랑의 애틋함과 아픔도 잘 그려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어서 더 이야기가 풍성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 아픔이 되어 마음속 깊이 꼭꼭 숨겨놓았던 호정이가 이제라도 하나둘 마음의 빗장을 열어나가길 응원한다. 그리고 은기와의 아쉬운 이별에 대한 아픔도 크겠지만 훗날 성숙해지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였다고 느끼는 날이 오길 바란다. 호정에겐 가족, 친구들, 선생님이 든든하게 옆에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얼어붙은 호수가 깨져 행여 지금까지 잘 숨겨온 자신의 아픔이 드러날까 두려워했던 호정이가 이젠 따스한 봄날의 햇살로 서서히 호수의 얼음이 녹은 고요한 호수가 더 안전하게 느끼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가제본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얼어붙은 사춘기, 끝내 맞이하는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
이현의 <호수의 일>을 읽고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그렇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누가 썼는지도, 무엇인지도 모른채 나는 이 책의 책장을 열고 처음 이 문장을 보았다. 그 어떤 디자인도 없이, 작가도 없이 나에게 도착한 가제본 도서 <호수의 일>, 가제본 도서는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두려움과 걱정도 잠시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만 들려주는 내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얼어붙은 호수같이 마음을 닫아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가 신경이 쓰였다. 왜 그녀의 마음은 얼어버렸을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기 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는 엄마, 아빠, 여동생과 함께 있지만, 여전히 외롭고 쓸쓸해보인다. 그러나 얼어붙은 그 소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함께 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가족들과 마음을 나눌 수 없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사춘기니깐. 사춘기라서 헤드폰에 귀를 감춘 해 창밖만 쏘아보는 걸꺼야. 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그 소녀 호정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소녀가 단순히 사춘기 때문에 마음이 얼어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 호정이는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한 뒤 할머니 댁에 맡겨진다. 부모님을 향한 다른 가족들의 원망과 비난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힘들고 가혹하다. 그렇게 한창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나이에 호정이는 외로움을 먼저 알아버렸다. 그렇게 부모님과 떨어진 채, 그녀는 그리움, 외로움을 안고 자랐지만, 여덟 살 터울의 여동생 진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엄마가 자기 전에 동생 진주에게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고, 아빠가 진주와 놀아주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볼 때, 호정이는 자신도 모르게 그 쓸쓸하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린다.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지하철을 타고 찾아갔을 때, 자신을 혼내고 돌려보냈던 그 어느 저녁의 기억을 말이다.
하지만, 동생 진주가 태어났을 땐 호정이게도 제대로 된 가족이 생겼다. 한 집에서 엄마, 아빠랑 오손도손 살 수 있게 되었다. 여동생 진주와 함께 말이다.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인 듯 보였지만, 이미 마음이 얼어붙은 호정은 그 화목한 가정에 녹아들 수 없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걱정과 관심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왜, 자전거 타고 싶어? 자전거 그렇게 싫더더니."
그 말투에는 분명 서운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서운하다는 건 그러니까. 마땅한 것을 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마음이다.
그 순간 자전거를 탈 마음이 깨끗이 사라졌다.
-p.38-
가족들에게는 쌀쌀맞고, 냉정한 그녀지만, 그녀는 학교에서는 다정하고 친절한 또 다른 모습의 호정이가 있다. 그렇게 단짝 친구 '나래'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쇼핑도 하고, 야자도 하며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한다. 그런 그녀에게 전학생 '은기'가 나타난다. 그리고 호정은 자신처럼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품은 애들처럼 보이는 은기에게 조금씩 끌리면서 닫혀버린 마음을 열게 된다.
그때의 은기를 생각하면 기우뚱한 가로등이 떠오른다. 한낮에 홀로 불이 켜져 있는 가로등. 그러다 밤이 되면 슬그머니 빛을 잃고 어둠에 잠기는 가로등.
-p.23-
호정과 은기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것 자체로 좋았는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해 굳이 알려고 않는 것이, 호정에겐 편안함과 믿음을 준 것 같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려고 물어보지 않아도, 어쩌면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서로가 그런 마음인 것 같았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길만으로 아파지는 것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으면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p.131-
호정은 은기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함께 홍제천 산책길을 걸으면서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그렇게 호정은 은기에게만 닫힌 마음을 열고 은기의 손을 잡았다. 호정과 은기는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은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춘기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라고나 할까.
그때 은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 걸음, 나도 은기 손을 마주 잡았다. 몇 걸음 가다가 은기가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걸었다. 우리에게는 다른 어떤 소리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고,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p.160-
그들의 마음을 나눈 만남은 오래 갈거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말할 수 없는 것이었던 은기의 과거 비밀이 탄로가 나게 된다.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버리고 싶었던 은기의 아픈 과거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과거 호정과 사이가 좋지 않던 곽근과 그의 무리들이 은기에 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은기가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은기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게 되고, 죄책감에 휩싸인 호정은 다시 얼어붙은 마음이 되어 친구들에게도 모진 말을 하며 예민하게 날을 세운다.
그와 함께 유년 시절 가족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의 감정도 뒤섞여 버린다. 그녀의 마음의 깊은 호수 밑바닥에 있었던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 인식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수면 속에 떠오른 것이다. 그녀도 몰랐던 ' 아픈 나'를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아픈 나가 아닌 그냥 나일까.
아픈 나와 그냥 나가 주연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중인 것 같다. 더 이상 격렬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비로소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과 함께 그 아이가, '아픈 나'가 달래진 걸까. 그애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p.302
그렇게 호정은 은기가 떠나서 다시 홀로 남았지만, 이제는 단단히 얼어붙은 호수는 아니다. 얼어붙은 호수에 금이 가고 얼음이 녹듯, 가족들과 친구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그들과 화해하고 치유와 성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기를 만나러 가서 차마 말하지 못한 그녀의 마음을 전한다. 호정은 은기에게 더이상 미안해하지 않겠다고, 은기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무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제 그녀는 안다. 은기와의 시간이 다했다는 것을, 하지만 은기와의 사랑했던,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 마음 속 그 빈방 속에 얼마나 따뜻한 시간이 있었는가를 말이다.
은기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오늘을, 나를, 우리를 웃으며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p.348
어떤 일은 절대로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나쁜 일만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일도, 사랑한 일도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눈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던 날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p.356
사춘기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고 성장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 '질풍노도'라는 말이 있듯이, 사춘기 시절은 걷잡을 수 없이 감정기복도 심하고, 많이 흔들리고, 방황하며, 아파하기도 한다. 얼어붙은 호수도 봄이 오면 얼음에 금이 가고 사르르 녹듯이, 우리의 얼어붙은 사춘기에도 비로소 봄이 올 것이다. 얼어붙은 호수와 같았던 호정이의 마음에도 결국 봄이 왔듯이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작가를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작가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전혀 예상밖의 작가여서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푸른 사자 와니니」 소설로 유명한 작가 이현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아동동화작가로 알려진 그녀가 이렇게 십대들의 성장과 아픔, 치유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동들의 심리와 마음을 잘 알았기에 그런 마음으로 그녀가 십대들의 심리와 그들의 아픔과 고민 등을 섬세하게 다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이 책 <호수의 일>과 같은 이현 작가의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흔들리며, 아픔과 기쁨을 모두 겪어낸 사람들에게, 오랜 겨울 뒤의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준다. 겨울처럼 힘들고 고통스럽게 사춘기를 보낸 이들, 차마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제 곧 따뜻한 봄이 온다'라고, 그 아픈 마음도 모두 치유할 수 있다'라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듯 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십대 사춘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학창시절, 야자, 급식, 친구와 수다, 이성 고민 등 십대 시절의 고민과 낭만 등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아울러 은기의 과거 비밀에 해당했던 '가정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 문제' 과 같은 민감하지만, 앞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는 사회적 이슈를 이야기 속에 녹여내였다. 그로 인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슬픔에서 자라난다. 기쁨에서 자라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행복한 기억이 있어 우리는 슬픔에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 태양의 기억으로 달이 빛나는 것처럼.
그러므로 흠뻑 슬프기를, 마음껏 기쁘기를, 힘껏 헤엄쳐 가기를. 발이 닿지 않는 호수를 건너는 일은 언제나 두렵지만 믿건대, 어느 호수에나 기슭이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책 표지 속에서 서로 마주보는 호정과 은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젠 서로가 편안하게 마주볼 수 있기를, 더이상 아픔과 슬픔이 없기를 바래본다.
사진 출처: yes24 책 표지 캡처
출판사에서 도서(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호수의일 #창비 #블라인드가제본 #청춘소설
내 어린시절. 나 역시 평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엄마와 결코 사이가 좋을 수 없는 이유. 그건 내가 어린 시절 한때, 4남매 중 나만 버려졌다는 기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6살인지 7살인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가 아프면 나도 같이 아파서 그 당시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외갓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무속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무당일 것이다. 그 무당한테 나를 팔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여기서 말하는 판다는 건 내 사주를 팔아 엄마와 거리를 두라는 의미 같은데(이것도 지금에서야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닐까 하는 짐작이지만) 어릴 적 그 이야기를 듣고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상실감과 허무함을,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무서움이 그 당시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이후 외갓집에서 꽤 오래 살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부모는 알지 못하는 내 어린 시절의 심리 상태. 그 시절의 나를 알기에 내 아이들만큼은 무서움과 공포 속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입히는 상처.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것에도 자칫 잘못하면 아픔이 된다는 걸 알기에 아이를 키운다는 건 힘든 일이다. 특히나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더 살피고 살펴야 한다. 아몬드와 유원을 잇는 성장소설이라는 문구에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읽었다.
학교에서는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할머니 집에서 보낸 호정. 어리지만 그곳에서 피부로 느끼는 원망의 분위기. 다시 부모님과 살게 되면서도 화목한 가족 범주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가족들에게는 냉정하고 쌀쌀하지만 친구들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의 호정이다. 고등학교 1학년. 자신의 반에 전학생 은기가 온다. 그에게는 자신과 같은 뭔가 말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와 가까워지지만 그와 또 다른 소문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처음 시작은 ‘악의’였을까? 새로운 전학생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웃고는 있지만, 눈은 웃지 않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하지 않는, 가까워질 것 같은데 다시 물러서는 그런 느낌 때문에? 왜 우리는 상대가 말하지 않는데 알려 하고, 그걸 타인에게 말하고 전하려 하는 건지.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세상에 대해, 이 힘든 전쟁 같은 세상에 대해 알아 버린 아이에게 왜 그렇게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건지.
상처없이 세상을 동글동글하게 살아갈 힘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게 내가 울 아이들에게 바라는 작은 소망 같은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해 굉장히 까칠한 딸이었지만 이젠 그때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한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까지 해서 살려고 했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의 상처가 사라진 건 아니다. 아니 영원히 그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부여잡는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행복한 쪽으로, 행복해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 노력할 뿐. 아이들은 누구나 성장하고 자라게 된다. 마음의 상처가 생기면서 성장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은기가 갖고 있는 상처는 호정에 비해 큰 것일수 있지만 어떤 책에서 그랬던 것 같다. 상처의 크기는 사건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내 상처가 상대에 비해 작을 수 없고, 상대의 상처가 내 것보다 작다고 마음대로 재단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 내 상처가 크니 네가 배려해 줘야 한다는 생각도 아니라는 사실. 마음의 상처 없이 사랑받고 어른이 되면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 아이를 살필 수밖에. 조만간 3월이 되고 4월이 될 것이다. 그럼 우리 곁에 봄이 올 것이다. 우리 마음에도 아이들의 마음에도 봄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