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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우리 모두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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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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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862g | 141*230*34mm
ISBN13 9788954685580
ISBN10 8954685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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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작가들의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대성당』 이후 생의 남은 시간을 시인으로 살고자 한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우리 모두』는 카버가 발표한 시집 다섯 권 분량의 시를 한데 모은 책으로, 그의 삶과 일상, 자연, 예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카버의 시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시 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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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우리 모두, 우리 모두는
우리의 불멸의 영혼을 구원하려 애쓰는데,
어떤 길들은 다른 길들보다 더 빙글빙글 돌고
종잡을 수 없다. 우리는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머지않아
본모습을 드러내기를.
--- 「스위스에서」 중에서

나도 언젠가 서른다섯이었던 때가 있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서른다섯 때 내 심장은 텅 비고 시들어 있었다!
그것이 다시 흐르기 위해서는
다섯 해가 더 지나야 했다.
이 강가의 내 자리를 떠나기 전, 나는 여기서
마음껏 오후 시간을 보낼 것이다.
강을 사랑하는 일은 내 마음을 기쁘게 한다.
강의 원천까지 거슬러올라가며
사랑하는 일.
나를 불어나게 하는 모든 걸 사랑하는 일.
---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중에서

아직 달이 물위에 창백하게 걸려 있지만,
하늘에 서서히 빛이 들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죽음과 야망, 심지어 사랑조차
잠시 진입을 멈춘다.
행복. 그것은 예기치 않게
온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이른 아침의 대화
너머로까지 이어진다, 정말로 그렇다.
--- 「행복」 중에서

나는 내 삶을 다시 한번 살고 싶은가?
용서하기 어려운 똑같은 실수들을 또다시 저지르면서?
그렇다, 절반의 기회가 있으니까. 그렇다.
--- 「비」 중에서

여긴 조용한 곳이다. 내가 산책을 멈추고, 앉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나의 죽음을 예비하기에는
다른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좋은 장소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고, 또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 아름다운, 땀이 나는 삶, 내 것이든
다른 누군가의 것이든,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잠시 후면 죽은 자들에게 쉴 곳이 되어주고 있는
이 놀라운 장소에서 일어나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묘지에서.
그리고 가는 것이다. 우선 하나의 레일을 걷다가
또다른 레일로.
--- 「산책」 중에서

누구도 그들을 거부하지 않았고
어떤 식으로든 이 둘의 일을 폄훼하려 들지
않았다. 행복이란 드문
사건인 것이다! 저녁마다 그는
벽난로 앞에 앉아 시를 들었다. 시를, 시를.
이보다 더 좋은 인생은 없었다
--- 「콘월에서의 행복」 중에서

당도한 어떤 것도, 그대로 머물지 않을 것이다.
사내는 칼로 사과 껍질을
벗긴다. 흰 섬유질, 사과의
과육은, 사내의 눈앞에서 점점 짙어지다가
갈색으로, 그리고 검은색으로
변했다. 완전히 탈진해버린 죽음의 얼굴!
빛의 속도로 흐르는 과거.
--- 「빛의 속도로 흐르는 과거」 중에서

나무 꼭대기로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었어.
해협으로 불어가는 것과 같은 바람이지, 하지만
다른 바람이기도 하고. 한참 동안, 내가 죽었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어?그리고 그것도 괜찮았어, 최소한 몇 분
동안은, 그것이 정말 깊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죽음이.
이러다가 정말 내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면
어떨까 상상하자마자, 당신 생각이 났어.
눈을 뜨고 바로 일어나서
다시 행복한 상태로 돌아갔어.
그러니까, 당신한테 고마워. 이걸 말하고 싶었어.
--- 「테스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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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읽으며 때로 그의 진짜 재능은 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은 카버가 그의 소설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고, 또한 그것은 시의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하나이니 말이다. 물론 뛰어난 작가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잘 알고 있는 법이다. 그러니 그가 『대성당』 이후 시에 전념했다는 사실이 놀랄 일은 아니리라.
카버의 시는 아주 투명하다. 삶의 한순간을 그대로 도려낸 것처럼 선명하고, 그 언어는 우리 일상에서 건져올린 그대로 신선하다. 그런데 그 단출하게까지 느껴지는 가벼운 시편들이 이상하게 마음 깊숙한 곳을 뚫고 들어온다. 당신은 카버의 시가 그리는 그 초라하고 쓸쓸한 세계에 끌려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텐데, 그것은 우리가 삶이란 작은 슬픔과 그보다 더 작은 기쁨들로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카버의 시가 그것을 누구보다 선명하고 집요하게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 황인찬 (시인)
여기 바다가 보이는 호텔 객실 침대에 누워 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시를 읽는다. 부코스키의 말을 그대로 받아적은 시다. 그 시 속에서 부코스키는 자신이 ‘쉰한 살’이라고 말한다. 아침 바다는 잔잔하고 푸르다. 물결 위에는 갈매기들이 하얗게 떠 있다. 오늘은 나도 레이먼드 카버의 시 속 부코스키처럼 ‘쉰한 살’이다.
오래전부터 레이먼드 카버의 시를 읽어왔다. 그는 쉰 살이 가까워져서야 폭포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사람이다. 시는 그에게 두번째 삶, 진짜 인생, 하지만 결코 끝까지 가보지 못한 길이었다. 나는 그가 쓴 시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소설가로서 그는 취해 있었지만, 시인으로 그는 깨어 있었다.
나는 아침의 호텔 침대에 누워 밝아오는 12월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간간이 눈의 초점을 조절하며 레이먼드 카버의 시를 읽고 있다. 하루가 또 시작되려나보다. 하루는 영원히 새로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레이먼드 카버도, 부코스키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더이상 ‘쉰한 살’이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 우리 모두는 ‘쉰한 살’이다. 폭포로 향하는 새로운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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