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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었습니다만

공무원이었습니다만

: 가끔 달달하고 자주 씁쓸했던 8년 8개월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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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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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36g | 138*192*19mm
ISBN13 9791191464849
ISBN10 119146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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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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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채우지 못하고 공무원을 그만둔 나는 연금을 받지 못한다. 그동안 쌓아 올린 호봉도 사라졌다.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는 경력도 되지 않는다. 남은 게 있다면 오직 이야기뿐이기에 그것을 하나씩 꺼내어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 p.7

그는 젊은 자녀의 죽음을 신고하러 온 아버지였다. 예의 바르게, 그리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사망신고를 처리하는 것이 그 순간 내가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p.18

지금도 선거를 생각하면 투표 당일 깜깜한 새벽에 출근하면서 느꼈던 피로와 열감, 근육통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선거는 그만큼 부담스럽고 힘든 업무였다. 몸이 축나니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에 공헌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 p.56

“일이 적성에 맞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 다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 공무원이란 직업이 내 성격에는 도무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할 때마다 아버지가 내게 해준 말이다. 완전히 수긍하긴 어려웠지만 그 말은 효과 좋은 진통제 역할을 했다.
--- p.77

공무원을 하면서 제일 기뻤던 것은 정년 보장도 연금도 아니었다. 부모님이 내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좋아하셨다는 것이었다.
--- p.102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몰랐다. 철밥통도 녹이 슬고 찌그러진다는 걸. 떨리는 두 손으로 감당하기에 철밥통도 힘에 부치게 무겁다는 걸. 망가진 밥통을 내려놓은 지금,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이 불안 속에서 마음만은 전에 없이 가볍다.
--- p.149

이 길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나 자신을 향해 수많은 질문들을 던졌다. 함부로 다른 이의 고통을 판단하지 않고 내 고통을 남의 척도로 재단하지 않게 되기까지 끝이 없을 것 같은 우울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 p.190

발을 내딛을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진흙탕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건 실제로 손에 잡히는 작은 버팀목이었다. 어떤 날은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 갈아 만드는 토마토 주스가 그 역할을 했다. 출근해서 가방에 든 토마토 주스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 행위가 든든함을 안겨줬다.
--- p.216

5시 59분에 임시 신분증 출력까지 마쳤다. 수수료도 받았다. 미션 클리어! 그런데 왜 업무가 끝났는데도 민원인은 내 앞을 서성이는가. 시계가 6시를 알린 바로 그때, 그가 입을 열었다. “저 출생신고도 하려고 하는데요.”
--- p.225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지만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오래된 주민센터의 유리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통반장 담당이었던 내 이름을 외치던 통장님이다.
--- p.244

고민 끝에 나는 앞으로 딱 1년만 더 일해보자고 끝을 정했다. 모든 일은 언젠가 끝이 나지만 매일의 무게감에 눌려 우리는 그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다. 기간을 정해 미리 마침표를 찍고 나니 후회 없이 그만둘 준비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 p.272

되는 것보다 그만두기로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려웠던, 고마우면서도 미워했던, 공무원이란 직업. 이제 진짜 그만둡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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