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언제나 국민이었습니다. 국민을 믿고 두려움 없이 걸었습니다. 흔히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위대한 국민’을 버릇처럼 호명하지만 지난 5년만큼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국민께 드리는 감사의 보고서이면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생생한 체험 수기입니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거리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외쳤던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유감없이 확인했던 기록입니다.
---「들어가며」중에서
1964년 유엔 내 개발도상국 모임 창립 일원으로 함께한 지 58년,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개발도상국 그룹에 속해 있던 나라가 선진국 그룹으로 이동한 사례는 1964년 기구 설립 이후 6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내총생산(GDP) 1조 6,383억 달러, 세계 10위 경제국, 글로벌 수출 6위?수입 9위의 무역국, 블룸버그 선정 혁신 지수 1위…. 최근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수식하는 지표다.
추격이 지상 과제이던 때도 있었다. 앞서간 선진국들의 길을 따라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국민의 삶이 한 발짝씩 나아져왔다. 그렇게 수많은 좌충우돌을 지나며 빠르게 달려온 대한민국은 어느새 전 세계가 함께하는 마라톤의 선두권 그룹을 달리고 있었다.
스스로 일궈낸 성과에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잠시, 이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맹렬히 추격하는 이와 선두 그룹에 선 이의 전략이 완전히 달라야 하듯, 이제 대한민국에도 ‘추격’이 아닌 ‘선도’의 전략이 요구되고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4차 산업혁명의 파도와 급격한 산업 구조 개편의 소용돌이를 맞아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 속에 시작되었다.
한국판 뉴딜은 문재인정부의 승부수였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기획이었다. 이러한 의지는 대통령의 일정에서도 나타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현장 방문은 2020년 6월 춘천의 데이터·인공지능 기업을 시작으로 7월 전북 부안의 해상 풍력 실증 단지 방문, 서울 창덕여중 그린 스마트 스쿨, 경남 창원 스마트 그린 산단, 인천 송도 스마트 시티,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 풍력 단지인 울산 방문 등 16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통상의 대통령 일정을 고려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행보였다.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1부 선도 국가」중에서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영영 기술 독립의 길은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몰랐을 리 없다.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오던 터였다. 대통령은 주권자로 부터 최고 권력을 위임받은 이로서, 때로 참모들의 다수 의견과 다른 결정을 해야 했을 뿐이다.
위기는 기회가 되었다. 소부장 독립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부당한 수출 규제는 전례 없는 자립의 기회가 되었고 대통령의 결단은 결과로 증명되었다. 어쩌면 정답이 정해져 있는 토론이 아니었을 수 있다. 용기 있게 길을 정하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것. 그 자신감이 필요했던 전부였을 수 있다.
---「2부 위기 극복」중에서
2020년 1월 27일, 질병관리본부, 학계 전문가, 국내 민간 시약 개발 업체들이 서울역 역사 내 회의실에 모였다. 국내 확진자가 4명에 불과했을 때였다. 이른바 ‘서울역 회동’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하고 긴급 사용 승인 계획을 밝히며 민간 개발 업체에는 빠른 진단 시약 개발을, 학계에는 객관적 검정과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국내 자체 백신·치료제 개발을 총력 지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를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며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 2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3월 말 4월 초까지 하루 2,000만 장, 한 주로는 1억 장 이상 공급하는 겁니다. 모든 것에 우선해서 인력, 사무실, 예산을 지원할 테니 특단의 조치로 기적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와대 전체가 마스크와의 전면전에 달려들었다. 이를테면 디지털 혁신비서관은 우체국 택배를 통해 어떻게 마스크를 보급할지 검토하고, 농림해양수산비서관은 농협과 하나로마트 유통망을 통해 어떻게 마스크를 공급할지 고민하는 방식이다.
‘위드 코로나’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지만, 어느새 환경과 마을 돌봄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국민은 이미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마스크가 표정을 가린 시대, 자연스레 서로를 멀리 하고 경계한 가운데서도 연대의 끈을 단단히 맬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국민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남북 정상은 손을 잡고 북측으로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 예정에 없던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10초 방북’에 생중계를 지켜보던 전 세계인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18년 4월 27일, 분단 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정상이 군사 분계선 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분단은 그저 10cm 콘크리트 경계석에 지나지 않았다. 한 편의 무성 영화 같았던 두 정상의 도보다리 친교 산책은 65년 기나긴 휴전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에 충분했다.
남북 정상 회담과 ‘9·19 군사 합의’를 계기로 평화 경제 기반의 구축도 지속되었다. 철도·도로 현대화를 위한 북측 구간 공동 조사와 착공식을 진행하고 관련 자료를 교환했다. 우리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해북부선 단절 구간 복원 사업도 실행했다. 2018년 국제철도협력기구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중국 횡단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포함한 28만 km에 달하는 국제 노선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한강 하구 공동 이용 수역에 대한 공동 수로 조사, 금강산 지역 병해충 공동 조사, 개성 소나무 재선충병 공동 방제 등도 실시했다.
---「2부 위기 극복」중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성장과 복지를 두고 선후를 논하며 갑론을박하는 시대를 넘어야 했다. 세계 각국도 전 세계적 저성장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하고 있었다.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답은 ‘혁신적 포용국가’의 길이었다. 정부의 목표는 포용적 복지 확대가 혁신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었다. 실업, 질병, 은퇴 등 생애 주기별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안전망을 충분히 제공하고, 개인은 실패에 대한 걱정 없이 혁신을 위해 도전하며, 혁신의 결과는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 다시 포용적 복지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는 구조다.
2016년 가을, 문재인 대선 후보는 공식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었다. 국민께 신뢰를 드릴 만한 비전이 필요했고, 구체적인 정책 청사진도 제시해야 했다. 연일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정책 준비에 한창이던 때, 씽크탱크 격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창립일이 10월 6일로 결정됐다. 언론에서는 이 행사의 기조연설이 ‘출사표’가 될 것으로 여겨 관심이 집중됐다.
긴 내부 토론 끝에 기조연설문 초안이 정리되고 마지막 수정이 시작되었다. 보통 대통령의 최종 수정은 문장을 다듬는 것이 주였다. 어휘, 어조 등 국민께 더 사려 깊은 표현 방식을 고르는 일. 이번엔 달랐다. 여러 대목에 대통령의 자필 메모가 빼곡했다. 그중 ‘치매 환자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 대목에도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바로 밑에 연필 글씨로 ‘치매 국가 책임제’라는 메모와 함께였다.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인 ‘치매 국가 책임제’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순간이었다.
---「3부 포용국가」중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시스템을 재구성했다. 재난 발생 시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육상 재난은 소방청, 해상 재난은 해양경찰청이 현장 지휘권을 갖도록 했다. 중앙과 지방이 협력해 대응하는 국가 재난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범정부적 영상 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한 상황 관리와 협업을 체계화했다. 소방, 경찰, 해경, 군, 자치단체 등 재난 대응 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전국 대상 4세대 LTE 기반의 재난 안전 통신망을 구축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과 2021년에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의 재외 국민께서 하늘길이 막혀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했다. 정부는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이란, 페루, 이라크, 이탈리아, 에티오피아 등 총 10차례의 정부 임차 전세기와 군용기를 투입했다. 민간 항공편과 다른 국가의 임차 전세기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 결과 2021년 9월 말 기준 122개국 재외 국민 6만 2,000여 명의 안전한 귀국이 이루어졌다.
여성들은 우리 독립운동사의 주연이었다. 유관순 열사뿐 아니라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여성이 수없이 많았지만, 공적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2017년 기준 전체 독립운동 포상 인원 1만 4,823명 가운데 여성 독립운동가 비율은 약 2%(299명)에 불과했다.
2018년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발굴·포상을 시작했다. 그 결과 박열 열사의 배우자인 카네코 후미코 선생, 서간도 독립운동의 어머니로 불렸던 허은 선생 등 총 245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새롭게 포상할 수 있었다.
---「4부 나라다운 나라」중에서
이제 5년의 임기를 마치며 그 엄중한 평가 앞에 직면할 때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넉넉한 평가도 뼈아픈 회초리도 모두 주권자의 마땅한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과정일 것입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대리인에게 변명은 가당치 않습니다. 국민과 함께 걸었던 꽃길도, 가지 않을 수 없던 험준한 길도 모두 꼼짝없이 문재인 정부 그 자체였습니다. 역사의 엄밀한 평가를 기다리며, 지난 5년간 함께 울고 웃었던 위대한 국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 그 단촐한 마음 하나로 영광스러운 공복의 책임을 마치고자 합니다.
---「나가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