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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11월 30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50쪽 | 524g | 150*210*15mm |
| ISBN13 | 9791197546815 |
| ISBN10 | 1197546812 |
산복도로 오딧세이아
엄경근 저
|
하마터면독립출판협동조합
|
2021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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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그때는 성적순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와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던 시절이었다. 중학교 때 정점을 찍었는데 머리가 굵어지니 더 이상 학교와 선생들에게 사랑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문제아로의 낙인에 힘입어 최선을 다해 비뚤어져 온갖 사고를 골고루 치고 다니며 존재감을 뽐냈다.
--- p.20
대학원에서 심리공부를 했다. 아버지의 모습을 10년이 넘게 캔버스에 옮겨 담고 있는데 내가 그리는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저 계단을 오르는 쓸쓸한 뒷모습은 누구일까. 다정히 손을 잡고 오르는 저 아버지와 아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래서 이제는 내가 직접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 p.88
10년 넘게 달동네를 그리고 있다. 1년에 한 번 전시를 하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혼자 다짐했던 그 약속을 무식하게 지켰다. 그림은 나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최선의 표현이었다. 달동네를 10년 넘게 그리는 동안 무수히 많은 달동네의 기억과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났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붓이라는 걸 그림을 그릴 때 마다 깨달았다.
--- p.103
산꼭대기 꽃마을에 중학교 시절의 친구가 살고 있었다. 꽃마을에 산다는 것이 신기해서 너희 동네는 이름이 왜 꽃마을이냐고 물었다. 학교 졸업식 같은 행사에 교문 앞에서 꽃을 팔러 다니는 할머니들이 많이 살아서 꽃마을이라고 대답을 했다.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예쁘다는 생각보다 서글픈 감정이 먼저 떠올랐다.
--- p.172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귀신과 휴지 타령이었다. 나도 귀신이 나타나면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 꽤나 했었던 시절이었지. 대답 매뉴얼도 있었던 것 같은데 까먹었다. 싸던 것은 마저 싸야 하나, 뛰쳐나와야 하나. 그런데 그 귀신은 어쩌자고 똥간 안에 갇히게 되었을까. 더럽지도 않나.
--- p.20
대학원에서 심리공부를 했다. 아버지의 모습을 10년이 넘게 캔버스에 옮겨 담고 있는데 내가 그리는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저 계단을 오르는 쓸쓸한 뒷모습은 누구일까. 다정히 손을 잡고 오르는 저 아버지와 아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래서 이제는 내가 직접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 p.88
10년 넘게 달동네를 그리고 있다. 1년에 한 번 전시를 하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혼자 다짐했던 그 약속을 무식하게 지켰다. 그림은 나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최선의 표현이었다. 달동네를 10년 넘게 그리는 동안 무수히 많은 달동네의 기억과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났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붓이라는 걸 그림을 그릴 때 마다 깨달았다.
--- p.103
산꼭대기 꽃마을에 중학교 시절의 친구가 살고 있었다. 꽃마을에 산다는 것이 신기해서 너희 동네는 이름이 왜 꽃마을이냐고 물었다. 학교 졸업식 같은 행사에 교문 앞에서 꽃을 팔러 다니는 할머니들이 많이 살아서 꽃마을이라고 대답을 했다.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예쁘다는 생각보다 서글픈 감정이 먼저 떠올랐다.
--- p.172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귀신과 휴지 타령이었다. 나도 귀신이 나타나면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 꽤나 했었던 시절이었지. 대답 매뉴얼도 있었던 것 같은데 까먹었다. 싸던 것은 마저 싸야 하나, 뛰쳐나와야 하나. 그런데 그 귀신은 어쩌자고 똥간 안에 갇히게 되었을까. 더럽지도 않나.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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