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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별 필요 없는 확인을 하느라
감자 샐러드 확인 몽블랑 확인 밑반찬 확인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확인 아이스크림 박스 확인 하겐다즈 확인 달걀샌드위치 확인 기사(棋士)의 메뉴 확인 은행 확인 돈 확인 신호등 확인 보낸 메일 확인 경계 확인 스크램블 교차로 확인 화분 확인 장바구니 확인 고양이 확인 패널 퀴즈 어택 25 확인 남의 집 창문 확인 배치도 확인 텔레비전 편성표 확인 열쇠고리 확인 3D 확인 엔딩 크레딧 확인 커플 확인 다카라즈카 확인 나비 확인 100엔 균일 가게 확인 무인양품 확인 전철 안 확인 패스트 패션 확인 쇼핑 카탈로그 확인 정리정돈 책 확인 교토역 신칸센 개찰구 안 확인 키오스크 확인 노래방 확인 비 확인 해외여행 확인 벚꽃 확인 생일 확인 마지막으로 |
Masuda Miri,ますだ みり,益田 ミ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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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야 부근에서 볼일이 있을 때면 데이코쿠 호텔에 들리려고 여유 시간을 만들어둔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팬케이크다. 호텔 1층 레스토랑 ‘파크사이드 다이너’의 팬케이크는 정말 맛있다. 폭신폭신하다. 아니, 푹신푹신하다. 곁들인 버터까지 푹신푹신하다. 이 꿈 같은 팬케이크를 먹기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아, 그런데 지금 쓰고 싶은 것은 감자 샐러드 얘기다. 그전에 잠깐 미소시루 얘기로 건너뛰자. 도쿄에 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모 잡지 편집자들과 이자카야에 간 적이 있다. 누군가가 말했다. “감자 샐러드에 뭐 넣어요?” 나는 떨렸다. 다들 어떤 식재료를 찾을까. 미소시루에 방울토마토가 어울린다고 한 사람은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렇다면 감자 샐러드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튈까? 참치? 옥수수? 모르겠다. 우물거리고 있는데 물냉이, 혹은 락쿄 다진 것을 넣는다는 사람까지 나와서 나의 평범함에 낙담했다. ---「감자 샐러드 확인」중에서 자전거로 역 앞 슈퍼에 달려가는 초저녁. 제발 있었으면, 하고 확인하면서 페달을 밟지만, 좀처럼 만나지 못한다. 길고양이 얘기다. “아, 있다!” 속도를 늦추고 라면 가게 앞으로 가까이 갔더니, 하얀 비닐봉지였던 적도 있다. 눈이 나빠서 종종 쓰레기 봉지를 고양이로 착각한다. 고양이로 보였다면 그건 고양이라고 단정하고 확인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잇따라 보이는 날도 있다. 골목길을 가로질러서 산책길로 사라지는 흑백 고양이. 신문가게 맞은편 집에서 꼼짝않고 앉아 있는 카오스 고양이. 그리고 날씬한 검은 고양이와 털이 긴 재색 고양이. 이 구역 아이들인 걸까. 낯익은 고양이들뿐이다. ---「고양이 확인」중에서 |
우리 일상에 필요한 작고 사소한 여유는 어떻게 찾을까?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작가 마스다 미리의 일상이 조금 사랑스러워지는 에세이&만화집 누구나 사소한 것이 신경 쓰일 때가 있을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지만 일상 곳곳에 있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없으면 왠지 아쉬울 듯한 작고 소소한 것들 말이다. 마스다 미리는 이 책을 통해 좋아하는 밤을 이용한 디저트인 몽블랑, 살 마음이 없어도 들여다보고 싶은 슈퍼나 편의점의 아이스크림 박스, 지나가는 여학생들 가방에 달려 하나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어 보이는 다양한 열쇠고리, 종일 텔레비전을 보는 건 아니지만 텔레비전의 모든 편성표를 구석구석 살펴보며 행복 음미하기, 신문에 실린 프로 기사의 메뉴를 확인하며 ‘나라면 그럴 때 무엇을 고를까?’라고 하는 유사체험 즐기기 등 주로 음식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 그러나 꼭 음식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분명 당신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당신만의 사소함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의 취향은 모두가 다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소소한 취향을 찾아 사소한 것들을 찾아보면 어떨지 마스다 미리는 소소한 글과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건물 사이의 틈, 도시의 틈, 시간의 틈 그 속에 있는 나만의 틈으로 떠나는 여행 저마다 좋아하는 장소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스다 미리는 어쩐지 집에 가고 싶지 않지만 혼자이고 싶을 때면 인파 속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혼자가 될 수 있는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며 저녁 장거리를 산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있는 부동산에서 배치도를 보며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내가 세상에서 튕겨져 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그냥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언젠가 살지도 모를 것들이 넘쳐나는 무인양품에 가기도 한다. 길에서 나비를 만나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싶은 알 수 없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는 어쩌면 ‘어디론가 날아가는 나’를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작가는 말한다. 일생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조금에 불과하고, 우리는 수많은 모르는 세상과 이별하면서 죽어간다. 한 번뿐인 인생이 아쉽다고 생각된다면, 모든 세상을 만날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 존재하는 인생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고, 내 취향이 무엇인지도 궁금해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기를 이 책은 추천한다. 마음이 끌리는 작은 풍경에 저항 없이 이끌려 살펴보고 즐거워하라.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 고단한 일상에서 나에게 소소한 힐링을 선사하는 일은 이렇게 작은 틈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스다 미리의 책은 언제나 읽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 먹고 싶은 스낵의 봉지를 뜯기 직전, 이미 스낵의 맛을 아는 몸의 조용한 안달처럼 마스다 미리의 책을 펼치기 전엔 언제나 신난 강아지처럼 나를 앞서 달려나가는 내 마음을 볼 수 있다. 이번 책은 목차부터 ‘확인’이라는 글자와 정이 든다. 어쩐지 엄격한 느낌이 드는 이 단어를 이토록 귀엽고 탐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그녀만의 힘일 것이다. 새롭게 다시 배운 ‘확인’이라는 단어를 얼른 사용하고 싶다, 나의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삶에. - 요조 (뮤지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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