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주요 인물 소개
1장 ~ 33장 편집자의 말 - 잊힌 보석이 기억될 수 있도록 |
저크레이그 라이스
관심작가 알림신청Craig Rice
크레이그 라이스의 다른 상품
역송예슬
관심작가 알림신청송예슬의 다른 상품
글렌은 어디로 간 거지?.
침대에 누운 흔적도 없이 글렌이 사라졌다. 두 사람의 시계는 똑같이 3시에 멈춰 있고. 극심한 공포가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목매단 사람과 수직으로 세워진 관에 갇혔던 괴이한 꿈의 잔상이 소름 끼치게 되살아났다. 그리고 시계들. 현재 시각은? 당장 알아야 해! 복도에 걸린 커다란 시계를 확인하면……. 그녀는 자기 방과 텅 빈 손님방과 계단 머리를 빠르게 지나서 어둠에 반쯤 잠긴 골동 시계를 향해 내달렸고, 전등 스위치를 찾아 황급히 손을 뻗었다. --- p.14 존 조셉 말론은 변호사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건설업자나 바텐더, 야구 코치, 뭐 그런 거라면 모를까. 첫인상이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작달막한 키에 뚱뚱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살집이 꽤 있고 어두운 머리칼은 벌써 듬성듬성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붉은 얼굴은 말을 하면 할수록 붉어지고 땀이 맺혔다. 단정치도 못했다. 양복의 구김 자국으로 보건대 잘 때마저 옷을 갈아입지 않는 모양이었다. 혹은 택시 바닥에 몸을 처박고 곯아떨어졌던 것인지도. 넥타이는 칼라의 한참 아래까지 풀어져 있었고 아예 넥타이를 매지 않는 때도 많았다. 조끼 단추는 제대로 잠긴 게 없었으며 구두끈 한쪽은 거의 늘 풀려 있었다. --- p.58 “홀리를 보러 가자고. 자네 고객은 그 여자니까.” “그러시죠, 갤러해드 기사님.” 말론이 대꾸하며 책상 밑을 뒤적여 모자를 꺼냈다. “운전은 나한테 맡겨요.” 헬렌이 제안했다. “내가 태워다 줄게요.” 제이크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다. “내가 겁 없는 놈이긴 하지만 당신 차를 또 타는 건 내 용기의 극한을 시험하는 짓이야.” 헬렌이 그를 보며 코를 찡긋했다. “변호사님이 옆에 계신데 무슨 걱정이람. 여기 말론 선생께서 우리를 구해줄 텐데.” “글쎄, 영안실에서 빼내 주지는 못할 텐데.” 제이크가 투덜댔다. --- p.67 딕 데이턴은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려는 노력을 한참 동안 이어갔다. 답답하고 불편해 뒤척일 때마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피어올랐고 이내 거부할 수 없는 힘이 그를 다시 잠들게 했다. 그러나 갈수록 말똥한 정신으로 찝찝하게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불쾌한 꿈에 시달리며 자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끝내 그의 몸을 일으킨 것은 요란한 전화벨 소리였다. 딕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뭐죠?” 데스크 직원이었다. “데이턴 씨, 기자분들이 데이턴 씨를 보겠다고 난리예요.” “썩 꺼지라고들 해요. 자는 중이니까.”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쾅 내려놓았다. 기자들이 왜 몰려온 걸까. --- p.128 “경치 죽이겠군. 그런데 그게 왜요?” “알렉스 이모 방 창문이라고요.” “그건 썩 나쁜 경치고. 그러니까 그게 왜 문제라는 겁니까?” “이 집에 사는 사람이 이모를 봤을 거 아녜요? 우연히라도 저 위를 봤다면…….” “맙소사, 또 정신 나간 소리!” “폐허나 다름없는 잉글하트 여름 별장에 대체 누가 사는 걸까요? 제이크,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요. 제3의 인물이…….” “몸을 녹일 곳이 필요한 부랑자겠지.” “부랑자가 버지니아 그레이스를 피우진 않죠.” 제이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 담뱃갑이 수상하기는 했다. --- p.153 |
“크레이그 라이스 같은 미스터리 작가는 지금껏 누구도 없었다!”
_뉴욕 타임스 크레이그 라이스는 하드보일드 문체와 기법을 제대로 쓸 줄 알았던 작가이다. 라이스가 설계하는, 좀처럼 믿기 힘들 정도로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범죄 사건들은 간결한 문장과 건조한 묘사에 힘입어 오히려 더 생생한 이미지로 다가와 읽힌다. 더불어 그녀만이 가진 독창미를 하나 더 짚는다면 유머이겠다. 비평가 J. 랜돌프 콕스의 말마따나 라이스는 “탐정 소설의 최우선 목적은 오락이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작가이다.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하게 그려지는 슬랩스틱코미디와 일그러진 성별-계급 간 격차가 은근하게 드러나는 스크루볼코미디, 그리고 허를 찌르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합작. 아무리 보아도 이질적이기만 한 이들 요소가 어우러지도록 절묘히 조화하는 균형감은 작가로서 라이스가 가진 탁월한 능력이며 그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격조이다.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과 작풍이 비정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아찔하고 광기 어린 범죄 사건들과 결합해 축조한 작품 세계는 꽤 중독적이다. 신랄한 유머가 넘치는 스크루볼 코미디 미스터리의 효시 주정뱅이 변호사 탐정 ‘존 J. 말론’ 시리즈의 시작!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는 크레이그 라이스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 소설이자 그녀를 단박에 베스트셀러로 만든 데뷔작이다. 라이스 소설의 히어로, 주정뱅이 변호사 탐정 ‘존 J. 말론’ 시리즈의 물꼬를 튼 역작이기도 하다. 두둑한 살집이 도드라진 몸과 짧은 다리, 땀을 뻘뻘 흘리는 붉은 얼굴, 정돈되지 않은 옷차림까지. 존 J. 말론은 변호사라든가 혹은 탐정을 떠올릴 때 으레 그려지는 예리한 상과는 영 딴판인 데다 매일 곤드레만드레 취해 있는 주정뱅이지만, 유능함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카고 법정의 전설이다. 철저히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 이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괴짜 변호사는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에 처음 등장해 눈도장을 찍은 뒤 10권의 소설을 이끌었고 영화와 TV 시리즈가 제작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주요 인물인 의리파 기자 제이크 저스투스, 화통하며 영민한 상류층 여성 헬렌 브랜드처럼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말론과 어울리며 3인방의 일원으로서 조력하고 활약하는 모습은 라이스식 하드보일드 스릴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차별화된 재미다. 20세기 중반 가장 촉망받는 추리 소설가로 꼽히며 영미 미스터리 소설계를 열광케 했던 크레이그 라이스와 그녀의 탐정 말론의 이름은 아쉽게도 오늘날 거의 잊히고 말았다. 한국에 소개된 그녀의 소설이라고는 20여 년 전 출간된 단행본 『스위트홈 살인 사건』이 전부이고, 이마저도 말론 시리즈는 아니다. 이대로 영영 잊히기엔 너무 아쉬운 이름, 크레이그 라이스와 존 J. 말론을 재조명하고자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를 린틴틴 하드보일드 시리즈 [틴-하드]의 제2권으로 결정했다.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와 유쾌한 유머가 교차하는 이 책 속을 뛰어다니며 독자들이 말론 3인방과 함께 많이 놀라고 크게 웃고 몹시 취하기를 바란다. 그러는 동안, 크레이그 라이스와 존 J. 말론의 이름도 서서히 되살아나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