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담글 때 후련해지듯이
이렇게 솔직해져도 되나 싶다. 신나면 신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표현한다는 건 그만큼 이 사람들이 편해졌다는 뜻이겠지. 또 언제나 그렇다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아니라 하진 못하겠다. 난 평소에 많이 젖는 것도 싫어하고, 바다도 무서워한다. 아주 오랫동안, 바다에 가도 흠뻑 젖어서 논 적이 없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정말 이 사람들이랑 더 많이 신나게 놀고 싶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간 것 같다. 망설이다가도 완전히 빠졌을 땐, 후련했다. 파도가 계속 와 휘청거리며 조심조심 옆 사람을 신경 썼는데, 조만간 이것도 사라지길 바란다.
--- p.42
‘팀’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함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체조와 명상으로 시작했다. 체조와 명상은 항상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것 중 하나지만, 정작 시도해보니 생각보다 어렵고 내 자세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늘 몸마을 열기는 특별히 좁은 실내가 아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잔디밭 위에서 진행했다. 선선한 바람과 자연의 소리에 모두가 좋아했다. 시골보다는 도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때만큼은 시골스러움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스트레칭과 명상을 마친 뒤에는 하루열기라는 이름으로 지금 나의 느낌과 감정을 레이너들과 공유했다. 지금 당장의 기분이 어떤지, 피곤한지 또는 상쾌한지 이야기하는 레이너들도 있었지만, 나는 이때 하고 있던 생각과 고민, ‘팀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팀이 되기 위해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팀’이라는 단어가 아직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보름살기가 끝나고 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p.52
사람과 관계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공식적인 일과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다니엘, 션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처음에는 다니엘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같이 걸으며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션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션과 다니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다니엘과 션이 과거에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를 보면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다니엘은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해 실행해봤던 경험을 이야기해줬는데, 나는 듣고, 이해하고, 배웠다고 생각한 것을 실행해보고자 했던 모습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션은 자신이 만든 웹사이트와 이것을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받았고 서로를 더 알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88
쓰지 않던 근육을 앞으로는 맘껏 쓰고 싶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맨발로 번호판을 뗀 차를 타고 남의 집에 들어가 대변이 담 긴 변기 속에 머리통을 처박는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부자가 되려면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다, 라는 대화를 하싼과 윌리와 나누었다. 물론 장난이었다. 그만큼 ‘또라이’ 스러운, 그러니까 남들과는 다른 행동을 많이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화였 다고 할 수 있다.
하얀코끼리에서 활약한 스티브 잡스 책을 구경하다가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지부터 이 책에서 배울 점,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라는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날의 대화에서 가장 크게 남은 건 대화의 내용보다도 윌리와 하싼이라는 친구들이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라는 사실이 초반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고 힘들었지만, 대화를 이어나가면 나갈수록 새롭고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절대 쓰지 않던 근육이 건드려지는 느낌은 꺼림칙하면서도 아주 시원했다. 앞으로도 그 근육을 마음껏 써보고 싶었다.
--- p.102
‘이끄는 생각’, ‘우리가 레인에 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펜을 잡고 책상에 앉아 이야기하기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대화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고, 각자가 어떤 생각에 이끌려서 레인에 오게 되었는지를 포스트잇에 적어서 보드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동안 우리는 자신이 왜 LEINN에 오게 되었는지, LEINN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보드는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 p.115
서로 다른 꿈이 만나 일으키는 화학적 반응
나는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적었다.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디자인, 즉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케팅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나의 머리나 감성적인 부분이 아닌 수치, 즉 데이터로 이뤄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데이터에 관심을 가져야만 했던 것이다. 데이터를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액션에 피드백을 줄 수 있고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마케팅에만 이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는 단계가 익숙해진다면 우리 팀이 원하는 그 어떤 것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레이너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신기했던 점이 있었다면 분야는 겹칠지언정 모두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한 번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이러한 꿈들의 융합이다. 어떻게 보면 이를 ‘프로젝트’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팀컴퍼니 내에서 연속적인 화학적 반응이 많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드디어 나에게 맞는 수영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꼭 찾고 싶었던, 얼른 뛰어들고 싶었던 수영장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자칫 깊을 수도 있는 물속으로 함께 뛰어들어 갈 동료가 있다는 것. 그런 행운이 내게 왔음을 알게 되었다.
---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