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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

정희진의 글쓰기-05이동
리뷰 총점9.9 리뷰 18건 | 판매지수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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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98g | 136*200*14mm
ISBN13 9791187064893
ISBN10 1187064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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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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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링 부부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았다. 사는 대로 생각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저항이 되는 삶을 추구했다. …… 생각하는 대로의 삶은 언뜻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생각은 미래와 지향으로 나뉜다. 우리는 이런 삶을 지향할 수 있다. 집 없이 살기, 전기 덜 쓰기, 육류 안(덜) 먹기, 낡은 옷 재활용, 물 부족 국가에 기부하기. …… 그러나 생각(계획)하는 대로 사는 삶은 원래의 생활에서 더하는, 더 나은 삶이기에 불가능하다. 그런 삶의 목표는 끝이 없다. …… 인간은 단지 자기 행위로서 구성 중(in process)인 존재다. 사는 대로 생각하자. 그것이 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 pp.30∼33

지리상의 발견이 아니라 지리상의 발명이 맞다. 서구가 동양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와 생각이 없었다면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당도하는 일도 없었다. 콜럼버스가 만난 사람들은 서구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서구의 욕망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의 시작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의 입장과 생각의 한계 안에서 가상의 동양을 생각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현실의 동양이 아니다. 더군다나 서구(‘The Western’)에 대항하는 동양이라는 동질적 현실도 존재하지 않는다.
--- p.63

모든 국민이 영어 스트레스로 평생을 보낸다면, 이는 일제 강점기보다 더한 식민 상태다.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영어의 의미가 커질수록 한국 사회의 지식 생산이 후퇴한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이 자국에 필요한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보편적 지식이라고 우길 때 우리는 영어를 공부한다. …… 두 언어를 동시에 잘하기 힘든 상황에서 피억압자만 이중 노동을 하는 구조다. 식민주의가 작동하는 간단한 원리다.
--- pp.126~127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쓰기와 실험 외에 모르는 것을 아는 방법은 많지 않다. ……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이 있는데, 이는 거기서 멈추고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좋은 신호이다. 이럴 때는 글쓰기를 정지하고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 한다. …… 이 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것, 부족한 것을 깨닫고 쓰기를 반복해야 한다. 겪어야만 깨달을 수 있고, 이때 새로운 지식이 생산된다. 과학자는 실험을 반복하고, 글쓴이는 쓰기를 반복한다.
--- pp.138~139

“통일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여럿이 되는 것이다”(둘은 적대적 공존이라는, 통치 세력 간의 ‘하나’된 상태를 말한다)는 한국 현대사에 기록될 명언이다. …… 분단 체제는 단순히 국토가 남북으로(둘로) 갈라진 상태가 아니라 적대적 공존이라는 하나의 강고한 통치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통일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라는 기존의 거대한 뭉치가 해체됨으로써 내부의 여러 개가 드러나는 새로운 사회다.
--- pp.162~163

지금 세대 갈등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청년과 중년의 갈등이 아니라 계급 문제다. 20대는 어떤 부모를 두었는가에 따라 계급이 달라진다. 세대 갈등의 실상은 ‘부모가 가난한 젊은이’ 대 ‘50대 부자’의 싸움이다. 전문직이나 부동산 부자 빼고는 대부분 50대 국민은 나이 들수록 취업 기회, 자신감, 건강 같은 자원을 잃고 가난해진다. 그러므로 세대 갈등은 어리석다. 나이와 관계없이 가난한 사람들끼리 연대해야 한다. …… 우리는 각자 나이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가난하고 나이 든 이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간주되는 이들을 존중하자. 이것이 공정이다.
--- pp.176~177

꿀벌의 꽃가루받이 활동은 자연 전체를 포괄하는 경제 활동으로서 그 누구도 지구의 지배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생의 원리를 일깨워준다. 여기서 기본 소득의 당위가 나온다. 기본 소득은 지구의 일원이자 환경의 일부로서 누구나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와 같다. 기본 소득은 지구 전체의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위한 생명 자체의 권리이다. 기본 소득은 자본 중심이 아니라 자연 중심 글로벌주의의 일례다.
--- pp.194~195

영어권의 다른 공항에 갔을 때 출입구를 ‘거주자(residents)’/ ‘방문자(visitors)’로 구분하는 것을 보고 ‘마음의 평화’를 느낀 적이 있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지구인으로서 평등하다. 지금 이 순간, 숨 쉬는 공간이 다를 뿐 어디든 이동할 자유가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보다 ‘거주자와 방문자’가 훨씬 덜 위압적이다. 거주자와 방문자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말이다. 도착한 장소는 특정 ‘국민’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현장이다.
--- pp.203~204

집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시대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집이 교환 가치가 된 현실도 기가 막힐 판인데, 최고의 재산 증식 수단이라니. 인간은 공간을 차지하는 주체가 아니다. 우리가 소유와 인권을 분리하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집은 누구에게나 평생 임대 개념의 주거 공간이 되어야 한다. …… 집은 사는 곳이지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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