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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1

대장장이 왕 1

: 젤레즈니 여왕 데네브가 한 곳에서 새로운 별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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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14g | 135*215*20mm
ISBN13 9791168124189
ISBN10 116812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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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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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나는 모르고 있었다. 너를 선택하는 것이 음모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일인 줄 몰랐던 거야. 만약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허망하게 너를 잃지 않았을 거다.”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넌 올바르고 영리한 아이였다. 너에게는 훌륭한 대장장이 왕이 될 수 있는 자질이 보였어. 그래서 널 선택한 거다.”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나는 에퍼의 얼굴 양옆에 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 못 알아듣는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 귀는 분명히 제대로 붙어 있다.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에퍼는 가르젠이 대답하지 않자 재차 묻는다. 대답할 때까지 계속 물을 것이다. “너를 골랐던 것은, 그리고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은.” 가르젠은 힘겹게 말을 잇는다. “내 잘못이었다.” --- p. 65

나는 에퍼의 눈에서 나온 눈물이 재투성이 볼에 지저분하게 번지는 것을 본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관찰자의 삶이란 결국 인간의 온갖 추악함을 직시하는 것이다. --- p. 71

주인은 가르젠을 내버려 두고 돌아와 침비에게 얼른 결단을 내리라고 닦달한다. 침비는 그래도 한참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사람이란 어차피 다른 생명을 해치며 삶을 유지하는 존재야. 이미 더러워진 손을 이제 와서 깨끗하다고 우길 필요야 없지.” --- p. 74

아리셀리스가 관심을 보이자 라토는 기뻐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새 대장장이 왕을 정하지 못하게 가르젠과 후보를 죽이는 거야. 그리고 대장장이 신의 사제들이 다시 후보를 찾기 전에 조약을 갱신해. 그러면 뒤늦게 세워진 대장장이 왕은 다음 조약 때까지 다른 나라들에 개입할 수 없어. 황제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으니 적극적으로 나서는 거겠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나는 전혀 모르겠어. 정치는 나와 거리가 먼 분야인 탓인지 아니면 내가 머리가 나빠서인지.” “황제는 제국의 대장장이들이 대장장이 왕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어. 새 평화 조약이 유효한 10년 동안 전쟁 준비를 할 계획인 거야. 다음 조약을 맺을 때가 되면 갱신을 거부하고 전쟁을 일으켜 주변 왕국을 차례로 점령하겠지. 지금부터 10년 후에 통일된 제국을 만들 준비를 하는 거야.” “하지만 그때는 새 대장장이 왕이 나와 있을 텐데?” “대장장이 왕도 결국 한 명의 인간일 뿐이야. 내가 모든 마법사의 왕이라도 힘에 한계가 있는 것과 똑같아.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어. 지금이라면 황제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겠지만 10년 후에는 너무 늦을 거야.” --- p. 85~86

“그러면 어째서 위대한 내가 예언을 초월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 너도 그 말이 미래에 실현될 거라고 믿는 거야? 내가 젊은 나이에 죽고 아리셀리스가 왕이 되리라는 예언 말이야.” “그건 예언을 정확하게 해석한 게 아니야. 정확한 해석은 아리셀리스가 너를 죽이고 왕이 된다고 말하고 있어.” “그 망할 옛말에서 죽는다는 뜻을 가진 동사 레벤은 행위자를 가지지 않아. 왜냐하면 모든 죽음은 인간의 손을 떠나 운명의 지배를 받으니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사고로 죽는 것도 자살하는 것도 전부 운명의 뜻이지. 어쩌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여도 그건 운명의 도구로 사용된 것뿐이야.” 카르멘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잠자코 듣기만 했다. “레벤은 시간에 따른 변화도 없는 동사인데 생명체는 죽음이 본질이기 때문이지. 사는 것은 일시적인 상태의 변화이고 긴 세월 동안 계속 죽어 있어야 하니까. 그 문장은 단순히 내가 죽고 아리셀리스가 왕이 된다는 내용이야. 내가 어떤 이유로든 죽으면 재능 있는 내 동생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어.” --- p. 90~91

“당신들을 가만히 두면 계속 여행자를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겠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신들을 처형할 수도 없어.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어도 이 주변에는 제대로 된 관리도 없고 말이야.” “그, 그러니 용서해 주실 수밖에 없습니다.” 침비의 형이 앓는 소리를 내며 묘하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르젠은 그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혀를 가볍게 찼다. “아무래도 그건 안 될 것 같아. 용서는 같은 짓을 그만 저지르기로 하는 사람에게 내리는 거지. 똑같은 짓을 또 저지를 인간에게는 할 수 없어.” --- p. 128~129

슈타이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그렇다면 대장장이 신이 저에게 벌을 내리실까요?” “신벌을 걱정하는 사람이 까마귀 발톱이 되었을 줄이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것을 걱정합니다. 저는 지금 검은 갑옷을 입고 있지만 집에 돌아가면 갑옷을 벗습니다. 그러면 저도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남들과 똑같이 먹고 자면서 살아가지요.” 슈타이어는 어째서 자신이 적과 이런 한가한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습니다. 아침에 깨서 잠들 때까지 사람을 죽일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 앞에서 두려움을 품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 p. 162~163

“괴물이 우리를 공격해도 더 맛없게 생긴 하나는 살 수 있어. 그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가이자이? 그러면 그냥 패배자일 뿐이잖아. 우리처럼 일하지 않는 자들은 가끔 목숨을 걸어 주어야 하는 거야.” 림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 p. 228~229
카니세리움이 입을 벌리자 허옇고 거대한 이빨이 보였다. 그 뒤에는 오직 공허만 있었다. 들어가면 다시는 의식 있는 존재가 될 수 없었다. 위대한 존재의 몸은 산처럼 거대했고 근육은 뱀처럼 꿈틀거렸다. 괴물은 인간에게 원초적인 두려움을 주었다. 가이자이는 거의 다 소화된 위 속 내용물을 토했다. 몸이 끊임없이 떨리는 것이 마치 희열처럼 느껴져 그를 억지로 웃게 했다. 그는 어째서 멜수스 씨의 소가 다리를 절게 되었는지 이해했다. 그 소는 감히 압도적인 존재를 거슬러 움직이려고 했던 것이다. 가이자이는 모자를 벗은 림도 그와 마찬가지로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음 순간 카니세리움은 앞발을 들어 접시 안의 콩을 찍듯이 림을 찍었다. 림의 몸은 반으로 잘려 달빛을 받으며 공중으로 튀었다. 그 광경을 보고 가이자이는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강한 존재가 약한 존재를 파괴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이 스치듯 떠올랐다. --- p. 231~232

“아니야, 형. 그 마차를 탈 생각은 없어.” “무슨 말이야? 황제는 내가 네게 시킨 행동을 전혀 몰라. 그러니 다시 우리 나라로 돌아가면 된다.” “그곳에 돌아가면 예언의 내용을 아는 자들에게 감시받으며 살게 되겠지.” “내가 왕이고 예언의 대상이야. 왕이 그렇게 명령하는데 누가 따르지 않을 수 있겠니?” “왕이라고 해서 모든 일을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형 덕분에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어. 그동안 자유롭게 날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큰 새장에 갇혀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 예언이 날 자유롭게 풀어 주었어.” 형제는 동시에 이유 없이 카르멘을 떠올렸다. “이제 자유롭게 되었으니 다시 새장에 들어갈 일은 없어. 여기 이렇게 나타난 것은 형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야. 그래야 그 저주받을 예언이 실현되지 않을 테니까. 다시는 형 근처로 오지 않을 생각이니 마지막 인사를 받아 줘.”
--- p. 286~28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거대한 제국을 꿈꾸는 한 나라와 주변 나라 사이에 소규모 전쟁이 일어나자, 황제와 왕들은 모여서 평화 조약을 맺는다. 조약의 유효 기간은 정확히 10년. 그들은 10년 후에 조약을 갱신하기로 약속하고 모임을 파한다. 이 이야기는 10년 기한의 평화 조약을 맺은 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황제가 평화 조약을 갱신하려는 명분은 이렇다. 당시 조약을 주도했던 대장장이 왕이 신의 은총을 잃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무효가 된 셈이니 새 조약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진짜 목적은 평화 조약 갱신을 기회로 작은 나라들을 자신의 통치 아래 두어 제국 전체를 통일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장장이 왕이 없는 채로 자신이 원하는 내용으로 새 평화 조약을 맺어야 했다. 이에 누군가가 새로운 대장장이 왕이 되는 것은 황제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다행히 현재는 이전 대장장이 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장장이 신의 능력을 버리고 왕의 지위를 내려놓은 관계로 대장장이 왕이 존재하지 않지만, 사제들은 다시 후보를 선택해 새 대장장이 왕을 세우려고 열심이다. 하지만 새 평화 조약이 유효한 10년 동안 전쟁 준비를 해서 다음 조약을 맺을 때가 되면 갱신을 거부하고 전쟁을 일으켜 주변 왕국을 차례로 점령해 10년 후 통일된 제국을 만들려는 황제는,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들은 개인 부대 까마귀 발톱을 내세워 가차없이 없애 버리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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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작품은 문학 장르 중에 현실 세계와 가장 거리가 먼 대척점에 위치한 판타지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현실과 무관한 상상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모습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알레고리가 적어질수록 도리어 이야기는 인간이 가진 감정의 본질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신화와 전설 속 원형 상징처럼 현대인의 삶에서 떨어진 머나먼 세계에서 인간의 감정 즉 사랑, 배신, 두려움, 연대, 슬픔, 외로움, 운명, 도전 등은 더욱 순정하게 빛난다. 1권은 앞으로 그것을 보여 주기 위해 터뜨린 신호탄이다.
- 오세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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