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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3

: 두 개의 구슬

텍스트T-0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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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418g | 145*220*15mm
ISBN13 9791171711956
ISBN10 11717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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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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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신우였다. 신우라는 아이를 알고 싶었고 신우를 둘러싼 세상이 궁금했다. 그리고 신우 옆에 서 있는 자신에 대한 물음표도 생겨났다. 요 몇 년 가을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구슬 전쟁을 치른 후 야호랑의 리더인 원호 자리에 올랐고 범녀의 계략에 맞서 싸웠다. 그 시간을 겪을 때는 무척 고되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이상하게 가을 스스로가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가을은 자신이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삶이 궁금해졌다. 고등학생이 되면 어떨까?
--- p.10

휴는 할머니와 엄마가 그대로라며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준다. 가을도 얼굴색만 변했지 말투도 몸짓도 그대로인 휴가 반가웠다. 휴는 오백여 년 간 그대로였다. 가을에겐 휴라면 항상 내 옆에 있어 줄 것이며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 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가을에게 이것만큼 커다란 지지는 없다.
--- p.31

나이를 먹는 평범한 인간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면 가을은 한없이 저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가을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든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게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그것만 바라보다 보면 결국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날이 온다. 타인의 삶은 타인의 삶일 뿐이고 나는 내 삶을 살면 되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가을은 인간과 자신의 삶이 다름을 받아들였다.
--- p.43

휴는 가을에게 도대체 언제까지 고등학교에 다닐 거냐며, 조금 다녀 봤으니 이제 그만 다녀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휴는 냉장고에 반찬 통을 집어넣으면서 계속 가을의 건강을 걱정했다. 가을과 휴가 친 오누이 사이라면 어땠을까? 친오빠여도 이렇게 여동생을 다정하게 걱정할까? 하지만 가을과 휴는 그 이상의 사이인걸. 종일 가을을 지배하던 생각이 몇 배 더 증폭되었고 가을의 머리는 터지기 일보 직전 상태가 되어 버렸다.
--- pp.59-60

지금까지 살면서 가을은 수많은 이별을 했고 그것이 야호의 숙명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별이 반복된다고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이별의 대상이 매번 달라지기에 이별의 아픔은 더 깊어질 뿐이다. 가을은 앞으로 겪어야 할 헤어짐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가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
--- p.72

가을은 배가 고픈 나머지 빵을 허겁지겁 삼켰다.
“아이고, 아가. 천천히 먹으렴. 그러다 체한다.”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자 가을은 갑자기 울컥했다. 령이 가을에게 해 줬던 말과 똑같았다. 가을이 빵을 먹다 말고 울음을 터트렸고 놀란 선생님이 차를 갓길에 세웠다.
“미안해, 가을아. 그러다 체할까 봐 걱정돼서 한 말이었어.”
가을은 담임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터진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가을은 울고 또 울었다. 선생님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가을에게 건넸다.
--- p.84

령도 처음 만났을 때 가을에게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령이 너무 대단하고 신비로워 보여서 차마 언니라고 부르지 못했다. 나중에는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도 ‘령 님’이 입에 붙어서 언니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령에게도 언니라고 불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니.”
가을은 조심스럽게 진을 언니라고 불렀고 진은 가을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쌌다. 가을의 마음속 구멍이 조금 작아지는 듯했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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