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병원은 신학기가 시작하는 3월을 앞두고 분주해집니다. ‘우리 아이가 ADHD는 아닐까?’라고 의심하면서도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던 어머님들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 손을 붙잡고 오시거든요. 아이가 학교에서 수업 중간에 돌아다니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언행을 반복하면 ‘떠드는 아이’, ‘자주 지적받는 아이’, ‘산만하고 행동이 과격한 아이’, ‘같이 놀고 싶지 않은 아이’라는 낙인이 찍힙니다. 문제는 이런 이미지가 한번 고정되면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또 저 아이야?’라는 의심과 비난의 눈초리를 받기 쉽다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에서 저는 자녀의 ADHD가 의심될 경우,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지나치지 말고 전문 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ADHD 진단을 위한 검사가 궁금해요」 중에서
아버님이 자녀의 치료를 반대하거나 어머님을 비난한다고 들으면, 저는 일단 한번은 꼭 아버님이 병원에 같이 와주십사 요청합니다. 간혹 어떤 어머님들은 “저희 남편 정말 고집이 세요. 여기 왔다가 선생님이랑 싸울 수도 있어요”라며 겁을 내시기도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모시고 오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려요. 엄마와 아빠가 ‘한 팀’이 돼야만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ADHD에 대한 부모 양쪽의 이해 수준이 같아야 해요.
---「부모가 ‘한 팀’일 때 예후도 더욱 좋습니다」 중에서
수완이 어머님은 아이가 집중력이 좋지 않아 자신이 하는 말을 못 듣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과 대화를 통해 수완이를 파악해 보니, 언어 문제가 다소 두드러지는 ADHD라고 짐작됐습니다. 이불 빨래랑 언어 문제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아이가 49~54개월 사이에 이르면 언어 구사와 관련해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들은 내용을 기억하는 능력, 둘째로 주어와 서술어가 두 번씩 나오는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시제를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ADHD이면서 언어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이 세 가지 능력이 다소 미숙합니다.
---「말을 못 알아듣는 아이랑 씨름하느라 진이 빠져요」 중에서
마지막으로 부모가 하는 말에 권위와 의미가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잔소리에 구조화가 필요합니다. ‘간결하게(Simple)’, ‘되묻고(Asking again)’, ‘열린 결말(Open ending)’로 끝나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말씀드렸듯이 ADHD 아이들은 주의력결핍 문제가 있으니 짧게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 좋은데요. 제가 이렇게 조언하면 “게임 그만해”, “가만히 좀 있어”, “끼어들지 마”처럼 명령조로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명령어에는 지시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의 입장은 없습니다. 이 말속 어디에도 듣는 사람인 아이는 없어요.
---「말로 하는 훈육에 꼭 있어야 할 세 가지」 중에서
현영이 어머님은 아이가 공부 빼고 다 느리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느리다는 말은 속도 자체가 느리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시간을 예측하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발을 담그는 ‘행동 계산기’가 아이에게 없는 거예요. 현영이가 학원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발달 단계상 초등학교 2학년쯤 되면 ‘무슨 요일, 몇 시에는 학원에 가는 거야’ 정도의 시간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영이 같은 조용한 ADHD 아이들은 이런 기준 자체가 없어요. 그러니 학원가는 요일도, 준비물도 잊어버리고 엄마가 계속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영이 같은 아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시간개념을 길러줘야 할까요?
---「공부할 때 꼭 필요한 ‘시간개념’ 장착하기」 중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집에 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지만, 3학년만 돼도 말을 안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다음 두 가지 질문만 던지면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요.
“점심시간에 밥은 누구랑 먹어?”
“체육 시간에 운동장 나가면 스탠드에 누구랑 같이 앉아?”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친구가 굉장히 중요한 존재입니다. 학교생활에서도 친구의 영향력이 크지요. 그런데 조용한 ADHD로 진단받는 아이들, 특히 그중에서도 여자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나이 때 여자아이들 중에는 사춘기가 이미 온 경우도 있어 초등학교 3~4학년만 돼도 특유의 미묘하고 예민한 분위기를 읽어내지 못하면 따돌림을 당하기가 쉽거든요. 조용한 ADHD인 혜정이 역시 주의력결핍에 ‘눈치’가 빠르지 않았던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눈치 없는 ADHD 아이, 관계 맺기가 힘들다면」 중에서
먼저 뒤죽박죽 말하는 습관부터 살펴볼까요? 이 아이들은 ‘1, 2, 3, 4, 5’가 아닌 ‘1, 3, 5, 7, 9’로 말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 강아지랑 공원에 가서 산책했어요”라는 문장처럼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순서대로 말하기를 어려워합니다. 자기 안에서 말이 정리가 안 되다 보니 내용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고 띄엄띄엄 말하는 거예요. 또 분명 강아지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본인이 연상하는 다른 방향으로 건너뛰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어요. “이번 추석 때 뭐 했어?”라고 물으면 “할머니네 가서 연 날렸어요. 맞다, 그 연이 어디로 갔지?”라고 흘러가는 식입니다.
---「두서없이 말하는 습관을 고치는 엄마표 트레이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