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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회심리학

: 아동기 부정적 경험, ACE 생존자와 회복탄력성

리뷰 총점10.0 리뷰 15건 | 판매지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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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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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5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72g | 140*210*17mm
ISBN13 9791193281086
ISBN10 119328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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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최초로 기억하는 것은 ‘숨이 막혀오는’ 감각이다. 바닷속에서 발버둥 치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이 느낌을 A는 ‘분명 엄마 뱃속인데, 학대당했을 때의 기억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몸이 공중으로 들렸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때의 붕 떠오르는 느낌과 충격, 화장실 바닥을 닦은 걸레로 얼굴이 닦일 때의 역겨움, 언제 주먹이 날아오고 걷어차일지 몰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을 때의 공포감······.철들기 전의 기억이 여전히 A를 괴롭힌다.
---「들어가며」중에서

오늘날 ACE 연구는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2022년 10월 기준, 세계 각국의 학술 논문이 등록된 데이터베이스(Web of Science)에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라고 검색하면 논문이 2,500건 이상 나온다. 질병을 연구하는 역학에서 출발한 ACE 연구는 정신의학, 신경과학, 유전학, 심리학, 간호학, 사회복지 분야로 확산했다. 각 연구 분야에서는 ACE의 영향력과 메커니즘, 임상 현장에서의 대응책 등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탐구하고 있다.
---「제1장 ACE 연구와 현대 가족의 문제」중에서

ACE는 ‘성인 아이’ ‘독이 되는 부모’와 밀접한 개념이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바로 ACE는 당사자가 스스로 ‘피해자’라고 인식하는지 여부와 상관없는 객관적인 개념이라는 점이다. 당사자의 판단이 아닌, 그 사람이 겪은 과거의 사실들로 ACE가 있었는지, 그 사람이 ACE 생존자인지 판단한다. ACE는 아이가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고, 그런 상황과 장기적인 영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아동 학대와 그 트라우마’처럼 ‘행위와 결과’로 받아들여 행위자/피행위자=가해자/피해자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환경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ACE 연구의 독자성과 가치가 있다.
---「제2장 몸과 마음의 변화」중에서

인간의 신체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 있으면, 후성 유전체의 형질이 바뀌거나 뇌 구조 및 기능이 변화하거나 내분비계·면역계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서 심신에 질환이 생긴다(생물학적 메커니즘). 우리의 신체는 다양한 구조에 따라 제어되고 조화를 이루지만 ACE가 일으키는 유독성 스트레스가 이 정교한 인체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고 전 생애에 걸쳐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제2장 몸과 마음의 변화」중에서

ACE 생존자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공부를 못하고 이유 없이 몸이 힘들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경험하기 쉽다. 더구나 ACE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목표를 부정적으로 여기거나, 학습과 일에 대한 의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되었다. 눈앞의 과제에 도전하는 의욕, 더 좋은 환경을 추구하는 마음은 인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되는데, ACE 생존자는 이러한 의욕을 느끼기 힘들다.
---「제3장 사회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중에서

‘회복탄력성’이 부각될수록 부정적 경험을 극복하는 일이 마치 ‘자기책임’인 것처럼 여겨진다. 부정적 경험을 극복하려면 당사자의 의지가 필요한 건 맞지만, 그 의지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상황에 있는 사람이 현실에는 존재한다. 부정적 경험이나 불리함이 누적돼 자신을 변화시킬 힘이나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 ‘자기책임’이라며 비난하는 행위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제5장 ACE와 회복탄력성」중에서

쉰여섯이 된 B는 현재 한 소년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 소년들 중 8할이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저도 학대받은 경험이 있으니까 그 아이들과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정신의학·심리학에 조예가 깊고 교정 의료에 정통한 상사와, 소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 덕분에 현재는 마음 편히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음주 문제가 있어 술을 끊기 위한 정기 모임에 한 달에 두 번 참석하고 있다. B는 여전히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익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방황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돈을 바친다는 조건 없이 사랑받는다면 어쩌면 저 자신에게 ‘살아있어도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겠죠. 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아직까진 상상도 되지 않아요.” B는 오늘도 ‘언젠가는 죽을 수 있다’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살아가고 있다.
---「제6장 ACE 생존자의 이야기」중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 혼자 있거나 형제자매와만 지내던 Y. 손을 맞잡고 집에 데려다주는 내게 Y는 “밤이 올 때까지 집에서 함께 놀아줘요. 제발요”라며 계속해서 졸라댔다. 외로움이 묻어나는 모습에 나는 아이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가 언제라도 들를 수 있는 장소가 집에서 몇 분 거리에 생겼다는 것, 아동 식당의 어른들, 주민위원, 행정 직원, 학교 교사 등 Y를 보살피는 어른이 아이의 주변에 겹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나는 Y와 폭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인 여자아이 그리고 가해자가 된 남자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었을까?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지 않은 나는 눈앞에 쌓여있는 일과 잡무에 시달리느라 내 아이들을 돌보기에도 벅차다······.나의 무력감은 날로 심해진다.
---「나오며」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삶이 던지는 난해한 질문은 종종 질병·장애·증후군의 얼굴로 찾아온다. 때때로 가족은 일생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의 저수지다. 학대와 방임 등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대표적이다. 누군가 자신의 취약한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트라우마의 부정적 연쇄를 끊어내고 회복을 도울 ‘안전기지’를 만드는 일은 마땅히 사회의 몫이다. 낙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특정 경험에 이름 붙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당사자는 내가 경험한 어려움을 설명할 언어를 손에 쥘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숫자로 보여야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라우마 사회심리학』에 촘촘히 담긴 ‘기초 지식’이야말로 지금 한국 사회에 부재한 것과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거울처럼 비춘다.
- 장일호 (『슬픔의 방문』 저자, <시사인> 기자)
가족은 사적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갖고 돌봐야 할 관계라는 것을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연구 결과로 설명해 준다. 지금 고립된 가족의 문제를 방치하면, 수십 년 후 그 속에서 성장한 불안하고 우울한 어른들을 수없이 보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지금 꼭 읽어야 할 지침서.
- 강지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저자, 교사-청소년 정책 연구자)
ACE 즉, 아동기 역경 또는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아동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미국에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우리나라 의학계 특히 소아정신의학을 포함한 정신의학계에 알려졌고 많은 관련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도 수행되어왔다. ACE가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 특히, 비만을 포함한 성인 만성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의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의 강점은 아이들의 불행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는 부정적 경험의 연쇄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의료·교육 · 사회복지 종사자, 정책 담당자들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에 올릴 만하다.
- 곽영숙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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