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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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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1월 03일
판형 컬러?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48*210*20mm
ISBN13 9791168125018
ISBN10 116812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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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

백악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청와대 주소다. 일제강점기이던 1911년 12월 20일 얻은 첫 주소는 ‘광화문 1번지’였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1월 1일부터는 ‘세종로 1번지’가 됐다. 2014년 1월 1일부터 지금의 도로명이 공식 주소가 됐다. 근대 주소체계를 도입한 뒤 세 번째 얻은 이름이지만 변함없는 ‘1번지’였다. 1번지가 사라질 뻔한 일이 한번 있었다. 2007년 4월 5일 도로명 주소법을 만들 때였다. 종로구는 새 주소를 ‘청와대앞길 50번’으로 정했다. 청와대 측에서 정정신청을 냈다.
--- p.5

본관 내부 모습은 전통양식과 서구양식이 섞여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중앙계단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기둥은 한옥 형식이다. 우물천장에 달려 있는 샹들리에는 꽤나 화려한데 방마다 형태가 다르다. 벽에 붙어 있는 조명등은 왕관이나 용 모양을 하고 있고, 콘센트와 문손잡이는 전통 문양의 금빛 장식을 두르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어색한 동거랄까 절충이랄까, 양쪽을 적당하게 섞어 쓱쓱 비벼낸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현대 건축물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고 혹평하는 건축가도 있다. 하지만 시대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본관을 지은 90년대는 한국 경제 규모가 본격 궤도에 오르던 시기다. 독재 시대를 마감하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다. 한 단계 더 도약하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단계였다. 열망의 한편에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다. 본관 건축에는 이런 자긍심과 열등감이 버무려져 있다. 지금은 어정쩡해 보이지만 당대의 한계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 p.46

청와대 일대에 들어섰던 한옥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없어졌다. 그중에서도 녹지원 일대에 있던 융문당과 융무당의 팔자는 기구하다. 1896년 아관파천 때 고종은 경운궁(덕수궁)으로 처소를 옮겼다. 그 뒤 경복궁의 많은 전각을 허물어 경운궁 증축 자재로 썼다. 휑해진 경복궁 북쪽에 가건물들이 들어서며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렸다. 조선의 정궁이 일본의 신식 문물 선전장이 된 셈이다. 후원인 경무대의 아름드리나무들은 전쟁물자로 실려 나갔다. 1926년 10월 일제는 경복궁 안에 식민통치 총지휘소인 조선총독부를 완공했다. 그 6개월 전 순종이 세상을 떴을 때 후원 너른 마당에서 상여 운반 연습을 했다. 지금의 녹지원 잔디밭 즈음이다. 가까이 있던 융문당과 융무당은 1928년에 헐려 용산에 있는 용광사로 갔다. 일본 불교 종파 중 하나인 진언종 사찰인 용광사는 대륙 침략 전쟁 중에 죽은 조선 주둔 일본군 납골당 중 하나였다. 광복 뒤 1946년 원불교가 이를 인수해 서울교당으로 썼다. 2006년 이 자리에 원불교 하이원빌리지(용산구 한강대로40가길 24)가 들어섰다. 보호수가 된 건물 앞 3그루의 늙은 은행나무만이 옛일을 기억한다. 하이원빌리지 바로 뒤가 국방부이고 그 옆에 지금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융문당과 융무당은 다시 뜯겨 지금은 전남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에 있다. 격변의 세기가 건물 두 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p.110

청운동과 신교동의 남쪽 동네가 옥인동이다. 조선 시대 지명인 옥류동과 인왕동이 합쳐져 생긴 동네다. 옥류동 가운데를 흐르는 옥류천과, 인왕동 가운데를 흐르는 수성동천이 만난 뒤 백운동천으로 들어간다. 대한제국 이전에 청풍계, 수성동 계곡, 옥류동 계곡 일대는 사대부 가문이나 경제력을 갖춘 중인들의 집이 성기게 있는 한적한 동네였다. 수성동 상류에는 안평대군 집이 있었다. 그 집 앞 계곡을 건너는 돌다리가 기린교다. 교각 없이 긴 돌 2개를 뉘어 놓은 소박한 다리인데 어느 때인가 사라졌다. 온갖 소문이 돌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 2009년에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일대 환경을 복원하려 1971년에 지은 옥인아파트를 철거할 때였다. 아파트 뒤에 가려 있던 다리 모양의 돌이 드러났다. 조사해보니 바로 기린교였다. 서울시는 이때까지 엉뚱한 돌다리를 기린교라고 단정해 유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었다. 실물의 등장 덕에 일대 전체가 서울시 기념물이 됐다.
--- p.166

백악산 꼭대기에 내린 비는 사방으로 흘러내린다. 물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 북쪽 홍제천, 동쪽 삼청동천, 서쪽 백운동천, 남쪽 대은암천으로 흘러든다. 삼청동천, 백운동천, 대은암천을 흐르는 물은 모두 청계천에서 만난다. 청계천과 홍제천은 낯설지 않은데 나머지 하천 셋은 생소하다. 정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물길은 지금도 있고 여전히 흐른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기록으로만 남은 이들 물길은 어디로 갔을까. 한양도성 안은 우묵한 분지다. 낙산 줄기 남쪽 끄트머리와 남산 줄기 북쪽 끄트머리가 만나는 동대문 근처가 유일하게 트여 있다. 동쪽으로 흐르는 청계천이 이곳에 있는 오간수문(구멍이 5개라서 붙은 이름)을 빠져나가 성북천, 정릉천, 중랑천을 만난 뒤 한강으로 들어간다. 휴대전화로 지도를 열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백악산 남쪽, 인왕산 동쪽, 남산 북쪽, 낙산 서쪽으로 떨어지는 비는 각자의 물길을 따라 청계천으로 모여든다. 동아일보사 앞 청계광장에서 중랑천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8.12킬로미터가 청계천 본류다.
--- p.218~219

대통령 거처였던 관저는 꽤나 큰 기와집이지만 요란한 치장은 없다. 나무 기둥은 빛바래고 밑동이 여기저기 벗겨져 있다. 갈라진 틈을 메우고 다시 칠을 해야지 싶다. 본채 앞에는 나무로 틀을 만든 쿠바식 상자 텃밭 다섯 개가 있다. 상추며 고추며 가지 같은 채소가 자라던 자리다. 뒤란으로 돌아가면 열린 창문으로 미용실이 들여다보인다. 벽에 걸린 월별 달력은 2022년 5월에 멈춰 있었다. 원고 수정을 위한 보충 취재를 하며 청와대를 다시 돌아봤다. 관저 미용실에 걸렸던 달력이 그새 없어졌다. 이 또한 역사인데…. 달력 속시간과 달리 청와대의 시간은 현재진행형이다. 쓰임새가 바뀌었을 뿐이다. 개방 초기 혼란이 웬만큼 잦아들고 관람객 발걸음도 느긋해졌다. 고려 남경, 조선 경복궁 후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 관저, 해방공간 미군정청장 관저, 대한민국 대통령 공간으로 수많은 사연을 켜켜이 쌓아온 장소가 청와대다.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해지고 있다. 공간 활용을 놓고 온갖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엉뚱한 삽질을 경계한다. 청와대는 빛과 그늘을 담고 있다. 자랑하고 싶은 역사가 있고 부끄러운 역사도 있다.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생각할 여지가 생긴다. 판단은 관람객 몫이다.
--- p.28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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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접근 불가의 상징이었다. 83년 만인 2022년 5월 10일 마침내 그 성역의 문이 열리고, 5개월여 만에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금단의 땅을 밟았다. 세상에 다시없을 구경거리인 양 구름처럼 몰려온 그들은 무엇을 보고 들었을까? 권력의 허무한 그림자였을까, 역사의 준엄한 목소리였을까. 사학을 공부하고, 신문기자로 살면서, 펜화로 꿈을 꾸는 저자 안충기는 그 세 겹 인생에서 우러난 서사와 서정으로 ‘청와대 완전정복’이라 부를 만한 충실한 안내서를 꾸렸다. 『처음 만나는 청와대』는 민족유산 청와대를 제대로 꿰찬 첫 책이다.
- 정재숙 (저널리스트, 전 문화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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