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역시 무척 흥미로운 언어입니다. 어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금 의미와는 전혀 달랐다는 사실에 이따금 놀라곤 합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다른 언어와 충돌하고 융합되며 어휘가 극적으로 변한 것입니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커리큘럼이라는 영어는 고대 전쟁터를 누비던 전차, 이른바 전투용 마차에서 온 말입니다. 알코올 역시 사람을 취하게 하는 액체인 술이 아니라 아이섀도를 바르거나 아이라인을 그릴 때 쓰던 검은 가루라는 의미였습니다. (…)
---「프롤로그_어원과 함께 여행하는 교양의 세계」중에서
무엇보다 여행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travel일 텐데요. 장거리 여행이나 해외여행을 가리키는 이 단어가 라틴어로 고문, 고문 기구를 뜻하는 trip?lium(트리팔리움)에서 왔다면 좀처럼 믿기 어려울 겁니다. tri-는 3, -p?lium은 말뚝, 기둥이란 뜻인데요. 고대 로마에서는 세 말뚝의 한가운데를 고정하고 활짝 펼쳐 형틀을 만든 다음 죄인이나 노예의 몸통과 팔다리를 묶어서 불로 지지거나 고통을 줬다고 해요. 이 고문 기구 이름이 고대 프랑스어인 travailler(고통을 주다)를 거쳐 ‘과혹한 노동을 하다’, 이윽고 ‘힘들게 여행하다’라는 의미로 바뀌었어요. 이 말이 영어로 오면서 ‘여행’, ‘여행하다’를 뜻하는 travel이 된 거예요. 확실히 먼 옛날에는 여행이 현대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겠죠.
---「1장_친숙한 영어에 숨겨진 놀라운 어원_travel」중에서
1662년, 프랑스 파리에서 승합마차가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1623~1662년)이 고안해, 국왕 루이 14세로부터 허가를 받아 개업한 것이었죠.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같은 말을 남긴 철학자기도 하지만, 동시에 발명가이자 실업가기도 했습니다. 지붕이 덮인 네 바퀴 마차를 말 두 마리가 끌었으며, 여덟 명까지 탈 수 있었죠. 다섯 개 노선이 개통돼 시간표에 따라 운행됐습니다. 그때까지 마차는 왕과 귀족의 소유물로, 서민은 탈 수 없는 교통수단이었는데요. 승합마차가 등장하면서 운임만 내면 누구나 자유롭게 마차를 탈 수 있게 됐죠. 이 승합마차는 라틴어로 omnibus(옴니부스)라고 불렸습니다. 프랑스어로는 옴니뷔스*라고 발음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해’라는 뜻인데, 앞쪽이 잘려나가면서 bus가 됐답니다.
---「1장_친숙한 영어에 숨겨진 놀라운 어원_bus」중에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오고 반세기가 지났을 무렵, 장 니코JeanNicot*(1530~1600년)라는 프랑스 외교관이 탁월한 어학 능력 덕분에 대사가 돼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파견을 갑니다. 겨우 다섯 살이었던 포르투갈 왕과 프랑스 왕의 여섯 살 난 딸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였죠. 서른 살 젊은이였던 니코는 리스본 항구에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돌아온 선원들과 친해졌고, 신기한 식물을 손에 넣었어요. 바로 담뱃잎이었습니다. 니코는 담배를 프랑스로 가져가 약초라고 소개했어요. 프랑스 왕앙리 3세의 어머니 카트린 드메디시스가 두통약으로 복용하면서, 담배는 상류계급에까지 퍼지죠. 이렇게 해서 담배는 니코의 이름을 따 라틴어로 nicoti?na(니코티아나)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nicotine의 어원이죠. 지금은 담뱃잎에 포함된 성분을 의미해요.
---「2장_인명에서 유래한 영단어_니코틴」중에서
cancer는 고대 그리스어로 게를 뜻하는 karkinos(카르키노스)에서 유래했어요. 고대 그리스 시대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년경~기원전 370년경)는 유방암의 병소(병적 변화를 일으킨 자리-옮긴이)를 절제하고, 그 흔적을 불로 지져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막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 병소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혈관이나 림프관이 마치 게가 다리를 벌린 것처럼 부채꼴로 뻗어 나와 있었다고 해요. 게는 다리가 많은 절지동물로, 악마 같은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몸을 좀먹어가는 악성 암에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보고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더라도 이상하지 않죠. (…) 현대 영어에서는 cancer는 질병인 암, crab은 바다나 강에서 사는 생물인 게로 의미가 나뉘었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습니다. Cancer, Crab 모두 서양 점성술에서 게자리를 가리켜요. “당신의 별자리는 뭔가요?”는 영어로 What is your star sign?이에요. 이런 표현을 알고 있으면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화제가 떨어졌을 때 쓸모가 있으니 꼭 기억해두세요. “저는 게자리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면 I’m a Cancer 또는 I’m a Crab 모두 OK입니다.
---「3장_흥미로운 영어 병명_암」중에서
니케가 전쟁에서만 승리를 안겨준 것은 아닙니다. 경기 중인 운동선수에게도 속도와 행운을 안겨준다고 해요. Nike는 영어로 나이키라고 발음합니다. 이를 회사 이름으로 가져다 쓴 것이 바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Nike입니다. Swoosh(스우시)*라고 불리는 로고 역시 니케의 날개를 본뜬 것이라고 하죠. 로마신화에서 니케는 Vict?ria(빅토리아)로 이름이 바뀝니다. 라틴어로 승리라는 뜻이죠. 영단어 victory는 여기에서 유래했어요.
---「4장_신화 속 신과 관련된 영단어_나이키」중에서
태양계에 속한 천체 중 하나인 혜성은 빛의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태양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빗자루별이라고도 하는데, 빛의 꼬리가 빗자루 끝부분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혜성은 영어로 comet입니다. 그리스어로 ‘머리카락이 긴’, ‘긴 머리를 한’이라는 뜻인 Kom?t?s(코메테스)에서 유래했어요. 긴 빛의 꼬리가 여성의 긴 머리카락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이 말이 com?ta(코메타)라는 라틴어로 바뀌었고, 고대 프랑스어의 comete를 거쳐 comete라는 고대 영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5장_우주, 별과 관련된 영단어_혜성」중에서
쿡이 이 땅의 원주민인 애버리지니에게 저 동물은 뭐라고 부르냐고 물었는데, 원주민이 말을 알아듣지 못해 현지어로 ‘모르겠다’는 뜻인 “캥거루”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쿡이 이를 동물의 이름이라 착각해 전 세계로 퍼졌다는데, 이는 아무래도 지어낸 이야기인 듯합니다. 애버리지니 말로 캥거루와 발음이 비슷하며 ‘모르겠다’를 의미하는 단어가 정말로 있는지 조사하고 연구한 언어학자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증거는 발견된 바가 없죠. 이 동물은 본래 애버리지니 말로 ganguruu라고 불렀는데, 회색 캥거루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직접적인 의미는 ‘껑충껑충 뛰는 것’이었죠.
---「6장_동식물과 관련된 재미있는 영단어_캥거루」중에서
mail의 세 번째 뜻은 세금, 연공(해마다 바치는 공물-옮긴이)입니다. 16세기 후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국경 지대에 살던 농민들은 고액의 연공과 지대를 영주나 지주에게 지불했어요. 이 연공을 mael이라고 불렀습니다. 본래 계약을 뜻하는 말이었죠. 이 말이 ‘계약으로 지불하는 금액’에서 소작료, 세금을 뜻하는 말로 변화했습니다. 소작료는 은화로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며, 이를 whitemail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현금이 없는 농민들은 검은 소 등 현물을 연공으로 바쳤죠. 이를 blackmail이라 불렀습니다. 다만 은화에 비해 가치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주나 지주는 트집을 잡아 도를 넘어선 수준의 소작료를 쥐어짜냈어요. 여기서 blackmail이 공갈, 협박이라는 의미의 영단어로 자리를 잡게 됐죠.
---「7장_역사가 새겨진 영단어_협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