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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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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640g | 152*223*22mm
ISBN13 9791157687794
ISBN10 1157687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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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 8

Part 1 영어 글쓰기의 기초 1
CHAPTER 1 간결한 영문을 만드는 법 --- 20
CHAPTER 2 영어 글쓰기의 원칙과 비원칙 --- 23
CHAPTER 3 문장부호 사용법 67가지 ?? 40
CHAPTER 4 영어로 숫자 표기하는 법 --- 99
CHAPTER 5 외국어와 외래어 표기하는 법 --- 107
CHAPTER 6 문장을 해치는 문법 오류 --- 119
CHAPTER 7 영문 소설 쓰기의 기본 --- 141

Part 2 영어 글쓰기의 기초 2
CHAPTER 8 누구나 한 번쯤 잘못 쓰는 영단어 --- 170
CHAPTER 9 영단어의 쓰임새에 대한 호불호 --- 195
CHAPTER 10 작가들도 혼동하는 영단어 --- 219
CHAPTER 11 교열자도 틀리는 고유 명사 --- 280
CHAPTER 12 글을 망치는 동어 반복 표현 --- 326
CHAPTER 13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교열 요령 --- 341

나가는 말 --- 359
영문 교열자가 즐겨찾는 사이트 --- 360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교열자는 오탈자를 수정하거나 문장부호를 고치거나 주술 호응(주어 동사 수일치)을 바로잡는 일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대개는―거의 시종일관―저자의 글을 더 신중하게,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없어도 무방한 단어를 쳐내고 지나치게 조밀한 문장에는 단어를 여기저기 끼워 넣고 단락을 재배치해 논거를 더 탄탄하게 만들고 저자가 남용하는 형용사나 부사를 잡아냈다. 문장이 다소 어설프거나(여백에 “저자께AU: 어색하지 않을까요?라고 적어 둔다) 표현 방식이 식상하고 진부하다는(“저자께: 상투적인 표현은 아닐까요?”) 의견을 보태는 것도 교열자의 일이었다. 이미 숱하게 같은 지적을 했거나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 뻔한 경우에는 그냥 문장 전체에 빨간 줄을 긋고 여백에―나는 월권이 아닌가 싶었지만―“저자께: 우리도 다 압니다”라고 적어 둔 경우도 있었다.
--- p. 11~12

다음 단어들을 쓰지 않고 일주일만 버텨 보자.

very rather really quite in fact just so pretty of course surely that said actually

‘쓸데없는 강조어와 목청 가다듬기용 단어’에 해당하는 이 표현들을 평일에 쓰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말할 때 쓰지 말란 소리는 안 하겠다. 그랬다간 대다수는, 특히 영국인들은 벙어리가 되고 말 테니까―주말쯤엔 글쓰기 실력이 크게 향상돼 있을 것이다.
뭐, 좋다, 얼마든지 써라. 문장 하나를 쓰려고 할 때마다 손에 쥔 펜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썼으면 되돌아가 삭제해라. 하나도 남김없이 죄다 없애라. 앙증맞다느니 안쓰러워 보인다느니 하면서 마지막 하나를 남겨 둘 생각은 마라. 삭제하고 남은 문장이 뭔가 허전해 보인다면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더 힘 있고 더 나은 표현을 찾아라.
--- pp. 20~21

나는 바람직한 규칙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신조를 신봉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단, 일단 규칙을 익힌 다음에야 그렇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내가 꼽은 ‘영어의 위대한 비원칙nonrule’을 살펴보려고 한다. 여러분도 이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학창 시절에 배웠을 텐데, 이제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 버려라. 백해무익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런데 왜 ‘비원칙’이라고 부르냐고? 내가 보기엔 당최 도움이 안 되며 불필요한 제약이 많고, 무책임한 데다 쓸모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그 기원이 미심쩍다. 하늘에서 뚝 떨어져 전해지다가 웬만큼 신뢰를 확보하더니 종국에는 고착화되는 식이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언어 전문가들이 이를 불식시키려 수년 동안 갖은 애를 썼지만 이 허구의 원칙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키스 리처즈와 믹 재거보다 더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다. 노인이 된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친 것보다 더 끈질긴 생명력으로 말이다. 한 가지 문제는 이 가운데 몇몇은 애초에 명색이 언어 전문가라는 자들이 좋은 뜻으로 만들어 냈으리라는 점인데, 그런 이유로 이를 일소하는 건 개가 제 꼬리를 쫓지 못하게 애쓰는 것처럼 아무 소득도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비원칙들을 순리대로 깔끔하게 처치하려 한다. 독자 제위는 내가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쳤음을 철석같이 믿고 기쁘게 작별을 고하면 되겠다.(중략) 한 가지 고백하자면, 교열자로서 내가 하는 일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자기가 더 잘 안다며 출판사에 분노의 항의 이메일을 써 보내는 사람들’로 부터 저자가 부당하게 또는 합당하게―이건 뼈아픈 경우지만―잔소리를 듣 는 일을 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기원이 다소 미심쩍을지라도 해가 될 리 없는 원칙은 웬만하면 따르자는 편이다. 더불어 아래에 설명할 비원칙들 은 워낙에 순 헛소리임에도, 이를 어기면 일부 독자 제위와 훈수 두길 좋아 하는 온라인 ‘댓글러’들이 경멸조로 여러분의 문장 구사력을 하수 취급할 것임을 미리 경고해 둔다. 그러거나 말거나 보란 듯이 이 원칙들을 배반해 라. 재미가 쏠쏠한 건 말할 것도 없고, 나도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pp. 24~26

격식을 갖춘 글쓰기에서는 축약형을 쓰면 안 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운 화성인이라면 이 원칙을 지켜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don’t, can’t, wouldn’t를 비롯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축약형은 조금도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축약형을 쓰지 않을 경우 대개 글이 딱딱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I’d’ve, should’ve 유의 축약형은 가벼운 글이 아닌 다음에야 지나친 감이 있다. 신도 축약형에 쓰라고 아포스트로피를 창조한 것이니 아포스트로피도 축약형도 요긴하게 써먹길 바란다.
그리고 should’ve가 나온 김에 말인데,

원래 올바른 표기법은 should have(could have, would have 등등)다. 하지만 자신이 플래너리 오코너나 조라 닐 허스튼, 윌리엄 포크너와 동급은 아니지만 이들처럼 등장인물의 말투에 특색을 더하고 싶다면―(중략)―부디 should’ve, could’ve, would’ve 등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 pp. 31~32

겉보기로는 의문문이지만 사실상 질문할 의도가 아니라면 주저하지 말고 마침표를 찍어라. 이 경우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 진술문으로 본다.
--- p. 44

한 가지 일러두자면, 쉼표는 만능해결사가 아니고 하물며 연속 쉼표는 말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 연속 쉼표를 옹호할 목적으로 마지못해 인용할 때 가 많은, 『더 타임스The Times』에 실렸다고 소문난 문장이 하나 있는데, 나로선 이제 보는 것도 넌더리가 나지만 연속 쉼표를 옹호하기에는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므로 또 한 번 마지못해 인용하는 바다. 그럼,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지막으로 보는 자리이길 바라며 여기에 싣는다.

Highlights of his global tour include encounters with Nelson Mandela, an 800-year-old demigod and a dildo collector.
그의 세계 순방 중 주요 행사로는 넬슨 만델라, 즉 800세의 반신반인이자 딜도 수집가와의 접견이 포함돼 있다.
이게 웬 조화란 말인가? 혹자는 짐짓 재밌어하며 ‘넬슨 만델라가 팔백 살 먹은 반신반인에 성인용품 수집가라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 p. 46

삽입어구 연쇄 남용자로서 충고하는데, 삽입어구를 남발하지 마라. 더욱이 억지웃음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면 말이다. 수줍게 내뱉는 느낌의 쓸데없는 방백이 지나치게 많으면 마치 왕정복고 시대의 희극을 펼치는 중에 각광 쪽 으로 걸어 나와 입을 가리고는 관객에게 속삭이듯 직접 말을 걸던 화려한 차림의 배우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게 자주 말을 걸다간 관객도 극의 요점을 놓치는 법이다.
--- p. 74

여기서 잠깐 [sic]원문 그대로임에 대해 살펴보자. sic은 thus그러므로, 따라서를 뜻하는 라틴어로―전통적으로 이탤릭체로 표기하고 항상 대괄호로 묶는다―인용하는 말에 철자 오류나 그 외의 오류가 있음을 알지만 원문을 살리기 위해 고치지 않고 그대로 표기했으니 그 말을 인용한 글쓴이가 범한 오류는 아님을 독자에게 분명히 밝혀 둘 때 쓰는 부호다. 옛날식 표현으로 도배된 17세기 글을 원문 그대로 들입다 인용할 경우 도입부 어디쯤, 아마도 일러두기나 각주란에 그 고색창연한 해당 구절을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 두는 게 좋다. 그러면 [sic] 이 난무할 필요가 없다. 독자들이 오독하거나 오해할 만한 오류, 특이점이 있어서 간간이 [sic]을 쓰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간혹 논픽션 작가들은 옛 말투로 된 글이나 이상한 표기법을 쓴 글을 숱하게 인용하면서 구식 철자법이나 오자, 불규칙적인 대문자 사용, 이상하거나 누락된 문장부호 등을 몰래 고친다. 나는 이런 관행의 열혈 지지자는 아니지만―그런 묘한 정취를 간직했을 때와는 달리 글이 영 재미없어지므로―학술 서적이 아니라 대중 독자층을 공략하는 논픽션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시 말하지만 그럴 작정이라면 미리 독자에게 알려라. 작가라면 응당해야 할 일이다.

인용문이 헛소리라고 헐뜯을 심산으로 [sic]을 사용할 생각은―절대―하 지 마라. 철자 오류 이상의, 인용문의 메시지 자체를 공격하려는 속셈이라면 말이다. 원저자의 판단력이 의심스러우니 이 기회에 흉이나 보자 싶겠지 만, 판단력이 의심스러워 보일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을 인용하는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 글은 I’M WITH STUPID나는 바보랑 같이 다닌다라고 적힌 티셔츠와 비슷하고, 그만큼 바보스러워 보인다.
--- pp. 77~78

대화체는 따옴표로 표기한다. 따옴표를 쓰지 않는 작가(E. L. 닥터로, 윌리엄 개디스, 코맥 매카시가 곧장 떠오른다)도 있는데, 한마디만 하겠다. 이 경지에 오르려면 서술narration과 대화체를 자유롭게 넘나들 줄 아는 대가가 돼야 한다.
--- p. 80

여섯 단어를 연달아 이탤릭체로 표기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겠지만, 두 문장 이상을 이탤릭체로 표기하는 건 말리고 싶다. 우선 이탤릭체는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탤릭체로 된 단락이 몇 개씩 이어지면 꿈속 장면을 연상시키고 독자들은 으레 꿈속 장면은 건너뛰고 싶어 한다.
--- p. 81

60.
만일―이 조언은 다소 가벼운 글이나 대화체에만 해당된다―문장의 형태가 의문문이지만 의미상 의문문이 아니라면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문장을 종결해라. That’s a good idea, don’t you think?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안 그래요?는 That’s a horrible idea, isn’t it.별 끔찍한 생각을 다 하네.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61.
느낌표는 적당히 써라. 느낌표가 과하면 윽박지르며 완장질하는 느낌이 들고 종국에는 질리는 법이다. 책 한 권당 느낌표를 열두 개 이내로 쓰라고 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평생 열두 개 이내만 쓰라고 주장하는 작가도 있다.
62.
그렇긴 하지만 Your hair is on fire!당신 머리에 불이 붙었어요!처럼 격한 어조를 나타낼 때 느낌표를 붙이지 않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머리카락이 활활 불타고 있는 사람이 그 말을 안 믿을 테니 말이다. What a lovely day!날씨가 어찌나 화창한지! 같은 감탄문에도 감탄부호가 아닌 마침표를 찍으면 비꼬는 말처럼 들리거나 침울한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다.
63.
열 살이 넘었고 만화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문장을 종결할 때 느낌표나 물음표를 두 번씩 쓰지 마라.
64
!? 또는 ?!은 거론하지 말자. 절대로 쓸 일이 없을 테니.
--- pp. 96~97

아라비아 숫자로 문장을 시작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절대 불가인 예
1967 dawned clear and bright. 1967년이 밝았다.
좀 낫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건 아닌 예
Nineteen sixty-seven dawned clear and bright.
그보다 낫지만 동어 반복인 예
The year 1967 dawned clear and bright.
훨씬 좋은 방법은 이거다
Recast your sentence so it needn’t begin with a year. It shouldn’t take you but a moment.
연도로 시작하지 않는 문장으로 다시 써라. 1분이면 된다.
--- p. 102

어떤 원칙을 따르든 숫자를 표기할 때 중요한 건 정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저자가 “취업 시장에 뛰어든 대졸자를 위한 열두 가지 유용한 수칙 을 전한다”라는 문장을 썼다면 교열자는 개수부터 센다. 열두 가지를 열거 하겠다고 말해 놓고 막상 세어 보면 열한 가지만 있는 경우가 예사기 때문이다. 간과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안 그러면 ‘문장부호 사용법 67가지’ 라고 써 놓고 66가지만 나열한 것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갈 테니. 3장에서 38 번째 항목은 일부러 빠뜨렸는데, 누구 알아챈 사람?
--- p. 106

이와 관련된 진정한 논쟁거리는 theatre다. 미국 극장 대다수가 이 표기를 따를 만큼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 재차 말하지만 고유 명사는 존중해야 한다. Shubert Theatre슈버트 극장, St. James Theatre세인트 제임스 극장 등 대다수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Theatre라고 표기한다. 하지만 -re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가령 맨해튼 업타운에 있는 Lincoln Centre Theater링컨 센터 극장와 다운타운에 있는 Public Theater퍼블릭 시어터가 그렇다(『뉴욕타임스』에 단단히 따질 일이 하나 있는데, 이 신문사는 미국과 영국을 가리지 않고 극단이든 극장이든 자기네 입맛에 맞게 전부 theater로 고집스레 표기한다. ‘런던국립극장’마저 집요하게 National Theater라고 표기하는 행태는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처사다. 이름을 제멋대로 바꾼 셈 아닌가).

연극은 theatre에서 상연되고 영화movie는 theater에서 상영된다거나(그렇다. 미국에서는 cinema라고 하지 않는다) 극장 건물은 theater, 공연예술은 theatre로 표기한다고 우기며 요지부동으로 theatre를 사수하는 미국인들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응수한다. -re를 쓰면 더 고급스럽게 들릴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제 그만 좀 하지?
--- pp. 114~115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지식이 눈앞에 펼쳐지는 시대가 아니었던 먼 옛날, 인터넷이 등장할 날이 아득했던 그 시절에 작중 배경이 1960년대 초반으로 설정된 소설을 교열한 적이 있다. 얼핏 버거킹을 언급한 대목을 보고 여백에 ‘저자께: 1960년대에 버거킹이 있었던 게 확실한지 확인 바랍니다’라는 메모를 남겨 놓았다. 그러자 작가는 마지못해 Grilled Sandwich Shack 어쩌구 하는 명칭을 새로 지어냈는데, 나중에 털어놓길 버거킹의 역사를 꼼꼼하게 조사한 것도 사실이고 1960년대에 버거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보다 먼저 이 원고를 읽은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하는 통에 사소한 일로 공연히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업체명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 p. 147

대체로 작가들은 내가 권하는 수준보다 더 과하게 대명사에 의존한다. 대명사 교열 요령은 ‘글쓰기는 말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하라’로 요약된다. 입말에서는 모호한 he와 she가 빗발쳐도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만 글의 경우 대명사가 지나치게 많으면 혼란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한 문장 내에서 두 사람을 똑같은 대명사로 지칭하는 건 피하라고 강권 하는 편이다. 아니, 툭 까놓고 말하면 한 문장이 아니라 한 단락 내에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내가 아는 퀴어 로맨스 소설 작가 몇몇은 이 문제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다 자주 눈물까지 쏟는다).

물론 등장인물을 이름으로 지칭하는 방법이 한 가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일견 저자 입장에서는 일곱 문장에 걸쳐 예컨대 Constance라는 이름을 세 번이나 호명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열자 입장에서는 대명사 she가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독자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론 대명사를 남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작법의 토대라고 생각하며 이 기초 작업은 되도록 독자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한 단락이 온갖 이름과 대명사로 도배돼 좀 지나치다 싶다면 태세를 전환해 둘 중 하나라도 덜어 낼 수 있도록 문장을 수정해 라. 까다로운 작업이긴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힘 있는 글로 다듬을 수 있으니 그만한 가치가 있다.
--- pp. 147~148

∞ 전율을 느낄 정도로 적확하고 독창적이며 이거면 완벽하다 싶은 형용사를 떠올렸을 때 너무 흡족한 나머지 부지불식간에 곧바로 반복해 쓰는 경우가 있다. 가령 27쪽에서 묘사하는 말로 형용사 benighted무지몽매한를 썼다면 31쪽에서 한 번 더 쓰는 식이다. 허세 가득한 단어를 한 번 써먹었다면 노트에 따로 목록을 만들어 두고 원고 한 페이지에 두 번 등장하는 일은 없도록 해라. ∞ 그다지 튀지 않는 평범한 명사/동사/형용사/부사라도 자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일부러 의도한 거라면 몰라도 웬만하면 가까운 곳에서 반복하지 않는 게 좋다.
--- p. 149

∞ 작가들은 And then에 지나친 애착을 보이는데, 대개는 then만 써도 무방하거나 아예 없애도 아무 상관이 없다.
∞ 작가들은 suddenly도 과하게 애용한다.
∞ He began to cry.는 He cried.와 똑같다. began to는 죄다 없애라.
∞ 내게 악몽과도 같은 문장은 이거다. And then suddenly he began to cry.
--- p. 154

대화체 문장을 이탤릭체로 표기하는 방식이 유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만 써야 한다. 우선 독자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읽으라고 대놓고 지시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꼭 이탤릭체를 써야 대화문을 강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장을 약간만 고쳐도 충분히 강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강조할 대목을 대화 중간에 넣어 다른 말과 뒤섞기보다 문장 끝으로 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한 번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어느 대가의 소설을 교열하면서 조심스레 열두 번 정도 이탤릭체를 적용한 적이 있었다. 내 딴은 뜻을 명료하게 드러내려는 의도였는데 저자는 매번 정중하게 거부했다(그녀가 옳았다. 저자들이 대체로 옳다. 탁월한 글을 교열할 때 따르는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저도 모르게 밥값은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쓸데없는 제안을 한다는 점이다).
--- p. 157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저자가 본인 고유의 표기 원칙을 갖고 있다면 되도록 손대지 마시오.”
깁스의 이 금언이 마음에 쏙 들었던 나는 이 글귀를 타이핑해서 대문짝만하게 인쇄해 내 사무실 문에 붙여 두었다. 그것도 복도 쪽을 향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때는 1995년, 비록 청춘은 저물고 있었지만 랜덤하우스에 갓 입사 한 풋내기 교열자이자 제작편집자로서 치기 어린 오만함에 취해 글깨나 읽을 줄 안 다고 착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양날의 검인 깁스의 경구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손대지 말라는 주문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권한으로 자주 오독 했고, 내가 터득하고 배우고 연마한 규칙들을 내 지식과 전문성의 축복을 받지 못 한 작가들에게 강요했다.
작가들은 내가 얼마나 밉살스러웠을까. (중략)

작가가 이어서 말했다. “교열자가 옳고 제가 틀리다고, 눈에 거슬려서 도저히 참고 봐줄 수 없는 데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제가 전적으로 인정할 테니, 다만 저자가 선호하는 방식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둬도 좋다고 허락해 주겠소?”
이럴 땐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는 저자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나를 휘어잡은 수많은 작가들이 지난 세월 동안 이미 간파했듯 나는 매력 공세를 펼치는 사람 면전에서는 호락호락하게 져 주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나는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잘 알고 있다.
“물론이죠” 하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연유로 작가의 뜻대로 수정 없이 『스트레이트 맨』이 출간되었고, 부러 저 문제적 표기를 찾아내 비난하는 서평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예의 그 문제적 표기가 또다시 책에 실리는 일이 없도록 갖은 애를 쓰는 본연의 소임으로 돌아갔는데, 왜냐면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진심으로 볼썽사납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161~164쪽

소리 내어 읽으면 어떤 강점이 두드러지는지 어떤 약점이 드러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글쓰기에 두루 통하는 요령이지만 글을 쓰는 작가가 됐든 글을 고치는 교열자가 됐든 특히나 소설 분야에서 유효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방법을 충심으로 권한다.
--- p. 167

grisly/gristly/grizzly/grizzled
gory crime피비린내 나는 범죄은 grisly(폭력 사건 등이) 소름끼치는와 어울려 쓰인다.
tough meat질긴 고기은 gristly(고기가) 힘줄이 많은와 어울려 쓰인다.
어떤 곰들은 grizzly bear(북미·러시아에 서식하는) 회색곰라고 불린다.
grizzly crime이라고 잘못 표기하는 경우(실제로 곰이 저지른 범죄라면 이렇게 써도 상관없겠지만)는 숱하게 많고 언제나 싱거운 웃음을 선사하지만 절대 피해야 하는 실수다.
--- p. 250

sensual/sensuous
sensual은 육체적인 감각과 관련이 있고 sensuous는 미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sensuous는 17세기 중반에 존 밀턴이 sensual과는 달리 성적인 함의가 전혀 없는 심미적인 만족감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안타깝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이 둘의 의미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없고, 1969년에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였던 선정적인 도서 『관능적인 여자The Sensuous Woman』―밀턴의 원칙에 따르면The Sensual Woman으로 불러야 마땅하거늘―가 출간되는 바람에 이 같은 의미 차이도 영영 묻혀 버린 듯하다.
--- pp. 273~274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Zbigniew Brzezinski즈비그뉴 브레진스키, Aleksandr Solzhenitsyn알렉산드르 솔제니친, Shohreh Aghdashloo쇼레 아그다슐루 같은 이름을 철자도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타이핑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만만해 보이는 고유 명사도 원고에서는 물론이요, 교열자와 교정자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최종 인쇄본에서도 잘못 표기돼 나오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하마터면 모르고 넘어갈 뻔한 오탈자와 최소 한 번은 인쇄 사고로 이어졌던 표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지난 수년간 나름대로 목록을 만들어 왔고, 모조리 자백하는 기분으로 이 장에 공개한다. 사실상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책의 탄생 배경이 된 목록이라 정서적으로 지대한 애착을 느끼는 바다. 그리고 이 목록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나지 싶다.

“단어가 대문자로 시작하면 무조건 사전을 찾아라”라고 말하고 이 장을 여기서 끝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 pp. 280~281

Pieter Bruegel the Elder 피터르 브뤼헐
철자를 그 누구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대의 매튜 매커너헤이로 통하는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성을 Brueghel와 Breughel 두 가지로 표기해서 그럴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 그의 장남 역시 이름이 Pieter인데, 주로 Pieter Brueghel the Younger라고 불리는 걸로 봐서 그도 이 집안의 성을 두고 헷갈린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어떤 철자를 쓰든 할 말이 있다는 얘기다.
--- p. 283

상표명에서 대문자를 소문자로 바꿔 쓰는 건 허용되지만 그 상표명을 동사로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록스가 만든 복사기 이름을 작가들이 동사xerox, ‘복사하다’라는 뜻처럼 쓰는 관행을 막으려고 교열자들이 (끊임없이 실패했지만) 끊임없이 애써 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것을 ‘구글링googling’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란 더는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상표명을 동사로 써야겠다면―바람직한 관행이 아니므로 그렇게 써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소문자로 쓰길 권한다.
--- p. 317

equally as, equally as ~와 마찬가지로
as 또는 equally 중에서 하나를 빼라. 앨런 제이 러너가 작사한 〈마이 페어 레이디〉의 가사에는 “I’d be equally as willing for a dentist to be drilling/than to ever let a woman in my life내 삶에 여자를 끌어들일 바엔 차라리 치과 의사더러 이빨에 구멍을 내 달라고 하지”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 구절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뮤지컬 가사계의 대재난급 문법 오류 중 하나로 꼽히며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equally as도 눈엣가시지만 as로 바꿔 썼어야 할 than도 지탄의 대상이다. 공교롭게도 극중 이 노래를 부른 등장인물이 까다로운 문법 학자인 헨리 히긴스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재미를 더할 뿐.
--- p. 330

아인슈타인은 금언의 출처로 삼기 좋은 위인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명언이긴 한데 딱히 공개 출처가 없다 싶으면 십중팔구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다. 마크 트웨인, 오스카 와일드(와일드의 명언이 수천 개에 달하는데, 그 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굳이 지어낼 필요가 있을까), 윈스턴 처칠, (와일드만큼이나 끊임없이 재담을 쏟아냈던) 도로시 파커도 마찬가지다.(이 외에도 순서 없이 나열하자면 랄프 왈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볼테르, 마하트마 간디,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쓴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쉽게 검색되는지도 모르고 주제넘게 터무니없이 끌어다 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다.)
--- p. 346

게으른 작가들, 특히 비즈니스 및 자기계발 분야의 저자들은 희망을 주는 명구입네 하면서 자신들과 다를 바 없이 게으른 비즈니스/자기계발 분야 선배 작가들의 저서와 인터넷에서 뽑아낸 인용어구들을 자기네들 원고에 흩뜨려놓는데, 이게 결국 거름을 뿌리는 격이 된다.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는 교열자들이 이 같은 인용구들을 남김없이 찾아내 진위 여부를 확인하거나 출전과 대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파리채로 메뚜기 떼를 물리치는 일이나 다름없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쩌겠나.

진실로 둔갑한 거짓이 판치는―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서슴없이 날조라고 비방하는 전문 위증가들이 주로 앞장서고 있다―시대에 당부하는데, 행운의 쿠키 같은 농간을 고착화하는 이 따위 행태는 이제 그만두길 바란다. 무미하고 식상한 그런 말들이야말로 인간의 감수성을 훼손하는 원흉이며 독창성이라곤 없는 그런 아류들이야말로 문자의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 pp. 347~34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영어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문장부호 사용법,
문장을 망치는 문법 오류와 작가들도 혼동하는 영단어까지
영어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


교열자가 건네받는 원고에는 문맥에 어울리지 않은 단어와 오자와 탈자, 비문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최종 인쇄본, 즉 상품으로 완성된 책을 들여다보면 저자와 무수한 메모를 주고받으면서 “색색깔의 펜으로 승부를 펼치듯” 모종의 대화를 나누며 저자의 문장을 몇 번이고 다듬고 수정했을 교열자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다. 독자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한마디 한마디가 온전히 저자의 것이리라 넘겨짚는다. 그런 착시 효과가 일어날 때, 쉽게 말해 독자의 눈에 띄지 않을 때 교열자의 임무는 비로소 완수된다. 독자는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운 글은 금세 알아채지만 정교하고 치밀한 글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열자의 우선적인 역할은 “‘자기가 더 잘 안다며 출판사에 분노의 항의 이메일을 써 보내는 사람들’로부터 저자가 부당하게 또는 합당하게―이건 뼈아픈 경우지만―잔소리를 듣는 일을 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영문법과 표기법 오류, 저자가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단어를 잡아내는 단순 기술은 교열의 기본기다. 교열이 기술을 넘어 기예의 반열에 오르려면 교열자가 “글을 경청”하는 능력을 갖추는 한편으로 저자의 alter ego(또 다른 자아)가 돼야 한다. 교열은 “저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신이 저자였다면 문장을 어떻게 다듬고 바꾸고 썼을지를 짐작하면서 그 망할 문장을 657번째 읽으면서 다듬고 바꾸고 쓰는 일”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이유다.

유명 작가들도 문법 오류를 범하고 맞춤법을 틀리며 문장부호을 잘못 쓰고 문맥에 맞지 않는 어휘를 고른다. 이렇게 수정할 일이 생기면 교열자는 작가와 기 싸움을 벌이거나 ‘밀당’을 할 때가 많다. 명백한 문법 오류를 그대로 두라고 고집하는 작가도, 이탤릭체를 정중히 사양하는 작가도, 문장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는 교열자의 의견을 묵살하며 “빌어먹을 당신 책에서나 그렇게 쓰든가”라고 휘갈겨 써 보내는 작가도 있다.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건 교열자도 마찬가지다. 저자 역시 사람 이름, 지명, 상표명 같은 고유명사를 틀리게 써서 인쇄 사고로 이어졌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년 간 정리해 온 고유명사 목록을 자백하듯 이 책에 공개한다.

작가도 교열자도 꼭 알아야 할
영어 글쓰기의 기본


하지만 내로라하는 작가들도 전문가의 교열을 안전망으로 생각하며 교열자와 기꺼이 협업한다. 저자는 어떤 규칙이 무시해야 할 헛소리고 어떤 규칙을 금언으로 삼아야 하는지, 내가 쓴 영문을 다듬을 때 알아야 할 최소한의 원칙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영어 글쓰기의 기본 원리를 다시금 강조한다. 또한 단수형 대명사 they(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한 명의 개인을 they로 지칭하는 것)의 사용이나 남자는 candidate, 여자는 female candidate라고 쓰는 경향을 예로 들어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성인지 감수성이 언어에 반영되는 현상 등을 살피며 영어 용법의 현주소를 짚어볼 뿐만 아니라 글이 생산되는 현장의 한복판에서 ‘쓰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언어의 진화와 퇴보를 어떻게 주도하고 있는지, 글 쓰는 이들의 위력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비단 기성 작가와 전문 교열자 들에게만 해당되는 조언은 아니다. 저자 말대로 우리 모두 잠재적 저자이거나 이미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무언가를 쓴다. 제품 후기와 학교 과제를, 업무 공지와 편지를, 온라인 게시물과 일기를 쓴다. 이메일은 일상적으로 쓰고, 전문적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남의 글을 고치며 먹고살아 온 저자의 경험상 모두들 더 잘 쓰고 싶어 한다. 자신의 글이 눈에 띄길 바라며 더 명료하고 더 세련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고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실수를 줄여야 한다. 쓰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지침서는 이미 넘치지만 이 책은 책장에 고이 모셔둔 채 잘 들춰보지 않는 벽돌책의 운명은 단호히 거부한다.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고 싶은 지침서는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일 테니 말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영어 글쓰기 지침서의 고전으로 남을 책”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퓰리처상 픽션 부문 수상 작가)
“영어 문장에 대한 뛰어난 감식안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쓰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 놀라운 책”
- 조지 손더스 (맨부커상 수상 작가)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E. B. 화이트에게 작별을 고한다. 현대 영어 글쓰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 책은 촌철살인의 문장과 지성이 번뜩이는 명저다.”
- 존 미첨 (퓰리처상 전기/자서전 부문 수상 작가)
“작가라면 컴퓨터 옆에 둘 참고서로 한 권, 재미로 읽을 머리맡 책으로 한 권 더 구입하자.”
- 에이미 블룸 (전미도서상 픽션 부문 수상 작가)
“무조건 사서 읽어라”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오만하지 않은 위엄을 갖춘 책. 어학책이란 응당 이래야 한다.”
- 이코노미스트
“영문법과 표기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독보적인 존재”
- 뉴욕 매거진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날카롭고 재미있는 영문법 지침서”
- 뉴욕타임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 되는 귀한 영어 참고서”
- 퍼블리셔스 위클리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명석함과 탁월한 감각이 빛난다”
- 월스트리트 저널

회원리뷰 (31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서평]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j******r | 2022.02.26 | 추천24 | 댓글23 리뷰제목
  언어의 네 가지 기능 가운데 읽고 듣기는 수동적 기능으로, 쓰고 말하기는 능동적 기능으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능은 단연코 쓰기다. 작문이 가능해지면 나머지 기능은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한국어도 아닌 영어를, 취미도 아닌 생계 수단으로 작문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해당할까? 모르기는 해;
리뷰제목


 

언어의 네 가지 기능 가운데 읽고 듣기는 수동적 기능으로, 쓰고 말하기는 능동적 기능으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능은 단연코 쓰기다. 작문이 가능해지면 나머지 기능은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한국어도 아닌 영어를, 취미도 아닌 생계 수단으로 작문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해당할까? 모르기는 해도 영자 신문기자, 외교관, 해외 영업직, 교수, 작가, 기업가 등 해당 직군을 다 합쳐봐야 인구의 0.05%도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처럼 오로지 영어 글쓰기만을, 그것도 기본 원칙부터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저자처럼 출판 교열자이거나 문법학자라면, 또는 정말로 영어 자체에 관심이 많거나 작문 실력의 향상이 필요한 경우라면, 왜 이제야 세상에 나타났느냐는 애정 어린 원망을 듣기에 충분할 것 같다.

 

영어는 규칙적으로 쉽게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 영어는 규범화 과정 없이 영국 제도에 외국인들이 발을 들일 때마다 새로운 문형과 어휘를 흡수하면서 발전했고 우리 미국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장난질 치며 훼손한 건 물론이다 무정부 상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데, 있지도 않은 법을 강제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23)


 

오늘날의 영어 문법은 성, 시제, , 수 등의 문법 요소가 형제 격인 유럽 언어보다 단순해 보인다. 소유격만 해도 영어는 my, your, his/her, their, its 5개인데 비해 프랑스어는 인칭과 성, 수를 구별하여 mon, ma, mes, ton, ta, tes, son, sa, ses 9개로 세분되어있다. 그러나 영어보다 언어 규칙이 엄격한 프랑스어는 변형과 예외가 적은 편으로 문법만 놓고 보자면 영어보다 배우기 수월하다. 영어의 불규칙성이 커진 데에는 노르만족, 게르만족, 프랑크족 등의 외세가 영국 원주민 켈트족을 지배하던 당시에 끼쳤던 언어 역사적 배경이 한몫한다. 더욱더 가깝게는 보스턴 차 사건 이후 미국에 정착한 개척민들의 영어가 모국으로부터의 간섭을 덜 받게 된 결과 오늘날 의미, 철자, 용례가 달라져 소통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변형되었다.

 

단어가 글을 이루는 살과 근육, 뼈대라면 문장부호는 호흡이다. (40)

 

이 책은 미국 랜덤하우스의 교열국장 벤자민 드레이어가 교열 작업 중에 발견한 작문 오류를 집대성한 것으로, 다소 익살스럽고 흥미로운 어조로 피해야 할 일반적인 철자 실수를 비롯하여 문장의 가독성과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글을 단순화하고 조이는 일을 다룬다. 그는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많은 실수와 오해들을 다루면서, 작가들이나 작품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보편적인 글쓰기 지침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쓰기의 모든 걸 알려주겠다며 가르치려 들거나 작문법 종결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30년 교열자 경력을 통해 발견하고 축적한 다수의 오류를 제시함으로써 영어 작문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땅한 도구를 제공한다. 그의 설명 방식은 교열자로서 겪었을 남모를 고생과 치열한 고민을 담은 동시에 칭찬받을 만한 재치도 겸비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비판이나 힐난이 아닌 매우 절제된 방식의 유머로 코딩되어 있다.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집하고 교정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지 뽐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 또한 빠짐없이 표현하고 있다.

 

Here’s one of those grammar rules that infuriate people.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문법 규칙들을 하나 알려주겠다. (120)

 

 

저자는 대부분 사람이 철자와 구두점은 물론 문법과 표기법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역시 문법이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영어의 적절한 사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문장 구성, 구두법, 단어 선택 등의 세부사항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저자의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다. 영어 전공자조차도 미처 몰랐던 지독하게 까다로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현학적이고 답답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저자의 어조는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강렬하면서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 달린 각주를 통해 경쾌하게 사안에 접근한다. 그는 글쓰기와 편집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여러 사안을 오해하기도 했으며 교열자 특유의 고집으로 작가들의 원성을 산적도 많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오류를 바로잡으려면 아무리 말 많고 탈 많아도 교열 작업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는 천성이 타고난 교열자인 것 같다.

 

맞춤법, 문장부호, 문법 등의 기초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방대한 기술적 작업을 제쳐 두면, 글에 특정한 표기 원칙을 적용하는 문제는 글을 경청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경청하는 교열자란 작가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 글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작가의 목소리에 열중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141)

 

대부분 편집자와 마찬가지로 그는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매끈한 문장의 흐름, 전체적으로 잘 구성된 글이 주는 원초적 즐거움에 감동한다. 독자 취향에 따라 저자가 선호하는 교열 방식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교열자의 영혼을 갈아 넣는 지루한 작업 과정을 통해 개별 단어의 의미는 물론 철자의 뉘앙스까지 세세히 일러주는 그의 세심함에는 찬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철자법 차이점을 논하면서, ‘미국 회색과 영국 회색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으로, 전자는 빛나다 못해 거의 은빛 광택이 나지만 후자는 더 무겁고, 칙칙하고, 촉촉하다고 말한다. 단어 하나에도 미국과 영국의 기후조건이 다르다는 뉘앙스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영어에 관한 많은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문법과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자들과 특히 새내기 편집자들을 위한 훌륭한 자료집이자 영어 학습 사전이다. 영어 글쓰기의 규칙을 명확하고 우아하게 정해 줄 뿐만 아니라 올바른 글을 원하는 작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글쓰기 영역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표준화된 언어 사용 규칙(규범성)과 사람들이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서술성) 사이의 간격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 있는 한편,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규칙 역시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입장은 영어가 불규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면, 영어 사용자들 역시 그렇게 해서 안 될 게 뭐냐는 그의 질문 속에 녹아있다. 기존의 문법 체계에서 어긋나더라도 절대다수가 사용하면 대세가 되었다가 언젠가는 사라지듯, 언어 역시 유기체와 닮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맞춤법 검사기는 기막힌 발명품이지만 틀린 철자만 고쳐 줄 뿐 맥락과 무관하게 잘못 쓴 단어는 잡아내지 못한다. 교열 작업의 대부분이 이런 오류를 잡아내는 일인데, 장담컨대 최고의 작가라는 사람들도 이런 실수를 범한다. (219)

 


 

끝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흡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래도 굳이 내용을 선별해서 읽고픈 독자에게 조언하자면,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첫 세 장은 정독하시기를 권해드린다. 간결한 영문을 만드는 법과 영어 글쓰기의 원칙과 비원칙 그리고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67가지 방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전체 분량과 내용의 세밀한 정도를 고려해 보시면 좋겠다. 글쓰기와 편집에 관한 지혜를 간결하게 압축했다기보다는, 저자가 수십 년 동안 교열자로서 작업했던 내용을 모아놓은 일련의 장황한 아이디어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영어 글쓰기의 기초를 다룬 20개의 목록이 유익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글쓰기 요령이나 스타일 또는 문법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참고서는 아니란 점이다. 영어 글쓰기의 지침이 필요하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이 책을 곁에 두시기 바란다.

 

#영작문 #교정이필요없는영어글쓰기 #영작지침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4 댓글 23
포토리뷰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유쾌한 반어법의 유혹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h****i | 2022.03.21 | 추천16 | 댓글18 리뷰제목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영어 글쓰기'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몇 번 읽어봤지만 이 책이 차별성을 가지는 이유는 '영어'라는 언어에 특화된 글쓰기 지침서이며, 교열자라는 직업의 특징이 묻어나다 못해 뚝뚝 흘러넘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내가 읽었던 글쓰기 책은 작가의 생각을 글자라는 미디어를 통해 독자에게 어떻게 더 잘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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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영어 글쓰기'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몇 번 읽어봤지만 이 책이 차별성을 가지는 이유는 '영어'라는 언어에 특화된 글쓰기 지침서이며, 교열자라는 직업의 특징이 묻어나다 못해 뚝뚝 흘러넘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내가 읽었던 글쓰기 책은 작가의 생각을 글자라는 미디어를 통해 독자에게 어떻게 더 잘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 책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는 '글'이라는 미디어에 알맞은 옷을 어떻게 입힐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무슨 개떡같은 비유인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이 책에서는 영어의 문장부호 사용법 67가지가 친절하고도 유쾌하게 설명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영어에서 마침표, 쉼표, 세미콜론(이 나오면 콜론도 당연 나오겠지? 그래, 나왔다!), 하이픈, 대시(대시의 종류도 2가지나 배웠다!) 느낌표, 물음표, 아포스트로피, 따옴표가 어떤 자리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며, 여전히 잘못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용례를 저자의 잔소리와 함께 살펴보았다.  방금의 문장에서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괄호와 대괄호의 사용법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물음표와 느낌표, 괄호를 사용해서 너무나 자세하게 설명한 것도 눈치챘는가?  나는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의 저자가 사용한 문체를 따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안심하시라,  작가의 무지막지한 각주 사랑은 따라 하지 않을 테니까.  보통 각주는 *로 표시를 하는데 이 책에서는 각주가 두 페이지에 걸쳐 연결되는가 하면 *로도 모자라 †, ‡까지 등장한다.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의 저자는 수십 년 동안 작가들의 글을 교정하면서 느꼈을 울분을 이 책을 통해서 풀어낸다.  분명 이 책도 누군가의 교정을 거쳤을 터인데 자신의 글에 대한 교열자의 걱정 어린 권고를 가볍게 내치는 부분도 그대로 언급한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이 책을 통해 해소하려는 저자의 의지가 확실한데 그런 부분에서 느끼는 통쾌함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교열자는 작가가 - 수없이 고쳐 썼을 원고를 편집자와 함께 다시 수정하고 보완하여 - 넘긴 원고를 좀 더 나은 글로 만드는 일을 한다.  오탈자뿐 아니라 문장부호를 고쳐 쓰는 것도 이 일의 일부이지만 이 책의 저자 벤자민 드레이어는 단언하건대(이 단어 사용하지 말라고 벤자민이 누누이 경고했고, 자신이 교정하는 원고에서는 다 빼버린다고 못 받았지만! 내 글을 그가 읽을 리는 만무하니 나는 맘껏 쓰겠다.) 자신의 인생의 절반은 쉼표를 떼어내는 일에, 나머지 절반은 쉼표를 다른 자리에 붙박아 두는 일에 바쳤다고 말한다. - "단언하건대"를 들어내고 싶지만 잘못된 용례를 직접 체험하시라는 마음으로 그냥 두겠다.  이 글의 다음 부분에서도 그러한 예가 충분히 언급되니 지금 글을 읽는 이는 기대하든지, 마음을 단단히 먹든지 둘 중의 하나는 꼭 하기 바란다.   

 

기초적인 오류를 수정했다면 문법도 신경 써야 한다.  격식체와 비격식체를 구분하거나 주술 호응도 신경 써야 하고,  작가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을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나치게 조밀한 문장에는 단어를 끼워 넣고 단락을 재배치하는 대수술을 감행하고,  문장이 다소 어설프거나 진부할 때는 표현 방식이 식상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이러한 작업은 작가와의 치열한 신경전이다.  대부분의 작가는 자신의 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식과도 같은 마음으로 세상에 내보낸 글을 교열자가 이리저리 난도질해 놓은 것을 보면 분노를 느끼고 붉은색으로 덧칠된 원고를 출판사로 돌려보내면서 자신의 고유한 문체에 손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혹은 전화로 부드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한다. 그럴 경우 대부분의 교열자는 작가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런가 하면 교열자를 "자신의 신념을 수호하는 사제들과 같"다며 감사를 표하는 작가를 만나기도 한다.  

 

교열자가 하는 일은 저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신이 저자였다면 문장을

어떻게 다듬고 바꾸고 썼을지를

짐작하면서 그 망할 문장을 657번째

읽으면서 다듬고 바꾸고 쓰는 일이라고.

-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아아, 나는 감탄한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의 글이 얼마나 많은 수정과 보완을 거쳤을 것인지를 가늠해 본다.  그에 비하면 내 글은 피가 철철 나는 날것의 그대로이다.  이 넘쳐나는 오류들을 감내하며 읽어내는 지금의 당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그리고 작가들이 사무치게 부럽다.  작가가 쓴 글을 이리저리 재고 맞추어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작가의 취향이 아닌 옷을 들이미는 교열자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작가가 분명히 밝혀야 할 터,  그렇게 의견을 조정하면서 작가의 혈육과도 같은 글은 가장 알맞은 옷을 입고 서점에 데뷔한다.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는 교열자라는 직업인의 처절한 에세이이자, 유쾌한 글쓰기 지침서(혹은 사전)의 역할을 분담하면서 균형을 맞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영어 글쓰기가 단번에 높은 수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impact를 동사로 쓸 때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을 멸종시킨 사건에 비견될 만큼 지대한 영향이 끼친 일이 아니라면" 쓰지 않기로 했다.  이 부분은 "영단어의 쓰임새에 대한 호불호" 꼭지에 나오는 한 가지 잔소리일 뿐이다.  이외에도 62가지(혹은 63개일 수도, 세다가 헷갈려서)의 단어 쓰임새가 저자의 유쾌한 설명(이라 하고 잔소리로 읽자)과 함께 쓰여있으니, 굳이 밑줄 그어가며 외울 필요 없이 이 단어를 이 문장에 사용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 때 책을 펼쳐들고 찾아보면 된다.   글쓰기에 있어 프로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조차도 번번이 틀리는 단어 사용을 우리라고 전부 맞게 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앞서 언급한 67가지 문장부호 사용법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문장부호 사용법에서 느낌표를 전부 들어내야만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될 수 있다 주장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일부러 더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이 글 이후로 희망하건대!  느낌표 사용을 줄일 것을 다짐한다! 꼭! 

 

마지막으로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의 저자 벤자민 드레이어가 사랑하는 문장을 남겨본다. 교열자가 사랑하는 문장이라 함은 가장 완벽한 문장일테니, 아래의 글도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교열자를 거쳐낸 문장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It was done; it was finished. Yes, she thought, laying down

her brush in extreme fatigue, I have had my vision.

됐다, 끝이다. 엄습하는 피로감을 느낀 그녀는 붓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그래, 생각했던 그대로야.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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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교정을 예방해주는 영어 고쳐쓰기 참고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a******e | 2022.03.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깔끔한 표지와 '영어 글쓰기'라는 키워드, 책 앞뒤 표지에 붙은 수식어구에 끌려서 홀린 듯 신청하게 된 책이다. '영어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책 뒤에 적혀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영어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책 제목 위에 적혀있는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라는 말이 그 힌트를;
리뷰제목

깔끔한 표지와 '영어 글쓰기'라는 키워드, 책 앞뒤 표지에 붙은 수식어구에 끌려서 홀린 듯 신청하게 된 책이다. '영어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책 뒤에 적혀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영어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책 제목 위에 적혀있는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라는 말이 그 힌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영어 글쓰기를 이 책으로 A to Z 한번 시작해보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펼치는 것은 조금 목적에 안 맞을 것 같고, 글쓰기를 이제 시작하든, 글을 줄곧 써왔든 '영어로 글을 쓸 때 쉽게 틀리기 쉬운 것들'을 다양하게 접해보는 재미에 포커싱을 하면 만족스러운 독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들이 독립적으로 구분 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을 필요 없이 차례를 보고 읽고 싶은 부분에 들러서 스윽 읽는 방식으로 가볍게 즐겨주면 좋다. 물론 이런 교열 관련 내용에 흥미가 깊다면 처음부터 읽어도 쭉쭉 재밌게 읽힐 것이다. 저자가 상당히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교정의 딱딱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해 준다. 인덱스는 따로 없었기 때문에 좀 더 필요한 것을 핀포인트로 찾아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점은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1부, 2부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이 책의 특성이 '만들기'보다는 '고치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교열과 편집과 관련한 문법적, 어법적인 규칙들이 배치되어 있다. 차례의 소제목대로 영어 글쓰기의 널리 퍼진 원칙과 저자가 비판적으로 다루는 일부의 '비원칙', 문장부호 사용방법 등 순서대로 깔끔하게 작성되어 있다. 서술에 거의 페이지마다 각주들이 붙어있는데, 저자가 소곤소곤 농담이나 곁가지 이야기를 말해주는듯한 부분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2부는 좀 더 구체적으로 글쓰기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잘못된 사례를 하나하나 짚으며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어 글쓰기보다는 오류에 흥미가 있는 독자에게는 2부가 좀 더 가볍고 쉽게 효용을 느낄 수 있는 코너라고 느껴졌다. 아래 이미지는 내가 읽다가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을 가져온 것인데, 오르되브르같은 단어를 영어로 사용할 때 철자를 어떻게 써야할지 같은 고민을 해본 적도 없는 나에게 낯선 생각의 자극을 준 것 같아 재밌었다. 스파이더맨같은 경우도 고유명사를 저런 식으로 써야 한다는게 흥미로웠다. 2부는 읽다보면 저자가 이런 지엽적인(?) 단어나 이런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캐치해내서 책에 붙잡아 내었다는게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책을 가볍게 휘휘 넘기며 보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을 내가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화하려면 곁에 두고 여러번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뒤에 있는 추천사에도 "무조건 사서 읽어라"라는 글귀가 적혀있나보다. 편집이나 필치나 내용이나 여러모로 영어 글 고쳐쓰기를 위한 책으로는 손색없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아마 서점에서 스쳐지나갔다면 이 책을 펴보지 못했을텐데 이번 기회에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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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모**시 |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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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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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닉*임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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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영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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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n*******a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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