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어찌 그리 겁 없이 막 지르며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의 모토는 항상 선실행후수습이었다. 내가 ‘한 번 해봐야겠다!’ 하는 건 다 해본 듯하다. 시간이 지나보면 생각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떤 이는 묻는다. 매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두렵지 않았냐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크게 주저한 적이 없었다. 타고난 사업감각이 있어서? 절대 아니다. 오히려 준비 없이 무턱대고 저지르는 바람에 그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다. 특히 호프집 초기 3년 동안은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그럼에도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킬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열아홉 살에 엄마에게 23만 원을 받아 서울로 올라왔다. 그 23만 원이 발판이 되어 여행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거기서 모은 돈으로 의류대리점을 시작했고 이후 생활용품 할인매장과 호프집을 운영해왔다. 결국 23만 원이 창업자금이 되어 성장한 셈이다. 그래서 실패한다고 해도 23만 원만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니 두렵지 않았다.
--- p.46~47쪽
“저는 일매출 300만 원 반드시 찍어야 해요!” 그러자 이 시골 상권에서 무슨 소리냐며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차마 기를 죽이기는 싫었든지 살짝 돌려서 말을 하는 것이다. “경영주님, 너무 빨리 매출을 올리면 옆에 경쟁점이 들어오니까 쉬엄쉬엄 하세요.” 2015년 현재 국내 편의점 평균 일매출은 150만 원에서 180만 원 정도이다. 14년 전에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대도시도 아닌 시골 상권에서 일매출 300만 원은 허황된 소리나 다름없었다. 셋째, 5년이 되었을 때 회사 대표가 우리 점포 찾아와 밥을 사게 하겠다! 밥이 뭔가? 나를 인정한다는 말이 아닌가. 이왕 시작한 편의점이라면 내가 이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또 OFC에게 말했다. “내 목표는 GS 대표님이 나한테 와서 밥을 사게 하는 거예요.” “설마, 대표님이 남양주까지 오시겠어요.” 하며 농담으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나는 정말 진심이었다.
--- p.70~71
“아니, 할머니! 왜 그러세요?” “너무 깨끗해서.” “아니에요. 얼른 신발 신고 들어오세요.” “아니, 미안해서 그렇지.” 그때 얼마나 청소를 열심히 했던지 바닥이 정말 반짝반짝했다. 청결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자 그다음으로 고객서비스에 관심을 뒀다. 편의점은 상품에 따라 마트보다 비싼 물건이 있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찾는 이유는 바로 ‘서비스’와 ‘편의성’ 때문이다. 상품 가격에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그런데 서비스 교육은 나 혼자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이 함께 뛰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뭔가 교육이 필요했다. 어떻게 서비스 교육을 할까 지금은 본사에서 서비스 교육이 체계적으로 잘되어 있다. 그런데 그때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었다. 그래서 나 혼자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4S를 만들었다.
스피드Speed, 스타일Style, 스마일Smile, 스토리Story. 우선, 스피드는 빠른 계산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급하다. 특히 편의점 손님들은 더 급하다. 그러니 정확한 계산도 서비스가 아닐까. 두 번째는 스타일이었다. 본사에서는 파란색 조끼나 앞치마를 유니폼으로 지정해주었다. 그런데 손님들에게 뭔가 더 단정하고 갖추어진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계절별로 조끼나 앞치마 안에 셔츠를 따로 입혔다.
세 번째는 스마일이었다. 근무자들에게 항상 밝은 모습으로 응대하도록 교육했다. 우리가 먼저 밝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한다면 손님들도 미소를 날리지 않겠는가. 마지막 네 번째는 스토리였다. 편의점을 처음 운영하다 보면 청소, 계산, 진열, 클레임 처리 등 모든 게 서툴고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근무자들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실수를 줄여보자는 의미에서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 수첩을 나 혼자 쓰는 게 아니라 모든 근무자가 함께 써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에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래, 이 4S로 백화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보자.’
--- p.72~73
상권이 좋지 않아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 나갔다. 한 번은 OFC님과 함께 노원역 인근의 점포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점포는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약속장소’로 유명한 것이다. “노원역 GS25에서 만나.” 이런 식으로.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모여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너무 궁금했다. 랜드마크란 통상 백화점이나 큰 건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작은 편의점이 그게 과연 가능한 걸까. 직접 가보니 지하철 인근이어서 입지가 굉장히 좋았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서 전화하는 사람들과 음료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이다. 그때 처음 알았다.
‘아, 편의점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구나.’
그날 이후 나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우리 점포를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보자.’
--- p.82
“언니, 우리 매장은 친절하고 깨끗한데 매출이 너무 안 올라요.” 그래서 직접 그 매장에 가보았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1만 원을 건네주었다. “네가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쇼핑을 한번 해볼래” 그렇게 30분 동안 매장을 돌더니 그냥 오는 것이다. “진짜 살 게 없네요.” “그렇지? 너도 살 게 없는데 손님이 뭘 사겠어? ” 그래서 그 동생에게 발주할 때 꼭 상품과 대화를 하라고 조언해줬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나는 편의점 초창기부터 매일 발주를 할 때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상품과의 대화’이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를 보면 오늘 판매량이 얼마인지? 회전율이 어떻게 되는지? 매익률은 몇 퍼센트인지? 최대한 몇 개를 가져가야 결품이 안 되는지? 더 팔 방법은 없는지? 등등. 이처럼 대화하면서 발주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품이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개다. 그렇다 보니 발주 시간이 엄청나게 길다. 두 시간은 기본이고 3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 p.128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하면 항상 목표를 세우는 편이다. 그래야 내가 힘을 받아서 뛸 수 있으니. 목표는 나를 달리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편의점 1년 차로 너무 절실했던 그 시절에 앞서 말했던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2년 안에 최고의 점포를 만들겠다! 둘째, 서비스를 바탕으로 3년 안에 일매출 300만 원 찍는 점포를 만들겠다! 셋째, 5년이 되었을 때 회사 대표가 우리 점포 찾아와 밥을 사게 하겠다!’ 이 세 가지 목표를 향해서 전력질주했다. 심지어 기러기 엄마를 자처하면서 그 목표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그 시절 나는 옆이나 뒤는 돌아보지 않았고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한 이후 나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전국의 모든 점포에서 매출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겠다.’ ‘본사에서 나를 잡게 만들겠다! 꼭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본사에서 진행하는 신상품이나 행사상품에 특히 주목했다. 아무래도 행사상품은 많은 프로모션이 걸려 있기에 매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편의점은 항상 최소한 일주일 전에 공문이 내려온다. 9월 행사가 8월에 내려오면 미리 공부한다. 편의점은 공간이 좁기에 모든 행사를 다 할 수 없다. 그러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매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릴 상품을 선택하고 방법을 연구했다. 신상품 매익률, 유사상품 매익률, 진열 방법까지 미리 어디에 놓을지 공부를 했다.
--- p.160~161
또 내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것 중의 하나가 대량발주를 통한 ‘파워진열’이다. 그동안 5대 메이저 행사 상품은 물론이고 프링글스, 꼬꼬면, 핫바, 바나나 등 셀 수 없이 많은 상품을 점포 밖에 쌓아놓고 판매해왔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손해는 안 보니 하는 거 아니냐. 점간 이동이나 지원이나 반품 100퍼센트를 받아주니 그런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 역시 항상 발주 넣기 전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다. 주로 세트상품은 반품되는 것을 위주로 하고 무반품 상품은 행사 다음날부터는 증정품이나 2+1등으로 진행되어 거의 소진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성격상 일단 저질러진 일에 대해서 후회를 하지 않는다. 후회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재고부담에 대한 후회보다는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만 생각하고 전력 질주한다. 일단 저지르고 걱정은 차후에 한다. ‘이게 팔릴까’보다 ‘팔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팔릴까?’ 생각하는 순간 지는 것이다. 그래서 ‘팔면 되지!’ 생각으로 전력질주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 다 팔리는 것이다. 한번은 카네이션을 판매할 때였다. 보통의 점포에서는 발주 시 4~5개고 많아야 20~30개 정도 한다. 그런데 나는 한 매장에서 500개씩 발주를 한다. 그러니 매장이 완전 꽃밭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한다. “이게 다 팔려요” 본사에서도 그렇게 많이 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거의 다 소진이 이 된다. 이처럼 모든 일을 시작할 때는 과감하게 지르고 나중에 수습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나름대로 성과와 결실도 항상 따라줬다.
--- p.184~185